전통시장에 놀러가고 싶다

[조경명사특강] 임승빈 교수의 도시사용설명서_22회
라펜트l임승빈 명예교수l기사입력2014-10-08

최근 도시재생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개발은 기존의 대규모 재개발과 뉴타운 일변도에서 가급적 현황을 유지하면서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재생과 마을재생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와 함께 낙후된 기존 전통시장의 활성화사업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 현대식 대형마트에 고객을 빼앗겨 위축되어왔던 전통시장은 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통하여 다시 태어나고 있다. 천정을 덮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상품권발행, 주차시설 확보 등 서비스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강점인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는 서민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장소성을 강화하는 등 도시이미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전통시장은 좁은 골목길에 소규모 점포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어 인간적 규모의 공간이 형성되므로, 대형 마트에 비하여 친근감 있는 공간이 조성되는 특징이 있다. 전통시장의 개량을 통하여 기존의 친근한 분위기를 살리면서 보다 밝고 위생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울 서촌에 위치한 개선된 통인시장(좌)과 옛날 모습 그대로의 체부시장(우)_ 천정을 덮고 조명시설, 간판 등을 정비하여 구매환경을 개선한 통인시장과 기존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체부시장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통인시장은 친근감 있고 서민적인 기존 분위기는 그대로 살리면서 더욱 밝고 정돈된, 그리고 위생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주민과 방문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 서촌의 통인시장에서는 물리적 공간의 개선과 더불어 전통시장 체험을 위한 도시락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단순히 물건만을 사는 장소에서 벗어나 가족과 친구끼리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로 전통시장의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각 점포를 다니며 좋아하는 반찬을 골라 담고 시장 2층에 마련된 고객센터에서 식사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매우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하여 전통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통인시장의 최근 모습_조도를 높여 밝고 쾌적하며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면서도 전통시장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대형 수퍼마켓과는 달리 친근하면서도 인간적인 시장골목의 분위기가 살아있다.

 
통인시장에는 고객만족센터에서 식권을 사고, 시장 안 가맹점 가게를 돌아보며 좋아하는 반찬을 담아 2층에서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식사할 수 있는 전통시장 체험 도시락 프로그램이 있어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수원 남문 인근에 위치한 지동시장도 활성화 노력의 일환으로 지붕을 덮고 등을 달아 구매환경을 개선하였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에 접하고 있어 시장 입구를 성문모양으로 장식하여 장소적 맥락을 강조하고 동시에 시장의 인지도를 높였다.


 


수원 지동시장_ 수원 화성에 접하고 있어 시장 입구에 성문 모양의 장식을 함으로써 장소적 특성을 강조하고 시장의 이미지를 개선하였다.

 

아프리카 북단에 위치한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의 페스(Fez)에 위치한 구시가지 메디나는 골목이 개미굴처럼 이어진 미로의 도시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메디나는 10세기 부터 상업도시로 발달하기 시작하였으며, 미로를 따라 독특한 형태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도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세계의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이다. 모로코의 유명한 가죽제품을 비롯한 각종 의류, 장식품, 장신구 등이 골목 구석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메디나에서는 골목길이 시장이 되고 동시에 주민들의 통행로 역할을 하는 특이한 공간구조를 지니고 있다.

 


모로코 패스의 구시가지인 메디나의 재래시장(좌)과 결혼의상을 파는 상가(우): 폭넓은 천을 공중에 달아매 골목에 그늘을 만들고 있다. 좁고 구불 구불하여 자동차, 자전거 등이 다닐수 없으며 경사도 심하여 당나귀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외적에 대한 방어를 위하여 미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모로코 패스의 가죽공장_ 모로코는 가죽제품이 유명한데 구릉지에 위치한 구시가지 메디나에는 염색공장이 시장골목 한가운데 있다. 사람이 수작업을 하는데 염색약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가죽공장 주변에는 사막 특유의 박스형 건물 사이로 좁은 시장 골목길이 개미굴같이 이어진다. 골목길은 시장이면서 동시에 주민들의 통행로가 되는 독특한 기능을 한다.

 

서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시장을 볼 수 있다. 우리 전통(재래)시장 성격의 마켓플레이스( market place), 풍물시장과 유사한 벼룩시장(flea market), 농산물 직판장 성격의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 등이 있다.

 

재래시장에서는 주로 채소, 과일 등 식료품을 팔고 있으며, 악세사리, 모자, 가방 등 생활용품을 팔기도 한다. 잘 정비된 서구의 도심지에서 재래시장을 만나게 되면 흥미와 여유, 그리고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도시의 이미지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Ramblas) 거리는 중앙에 넓은 보행로가 있고 상가가 밀집되어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가로이다. 이 가로에 면한 보께리아(Boqueria)시장은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서 규모가 매우 크며 우리나라 통인시장과 유사하게  천정을 덮어 시장 환경을 개선한 사례이다. 채소, 과일, 해산물, 전통과자 등 각종 식품류와 음료, 그리고 간식거리 들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으며 항상 관광객과 시민들로 넘쳐나고 있다. 통행이 많은 가로에 접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고 스페인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우리나라의 남대문시장처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의 보께리아 전통시장의 내부

 
보께리아 전통시장 입구(좌)와 시장로고(우)

 

베를린 도심의 하케셰마르크트(Hackescher Markt)역 앞의 재래시장은 주중에도 역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이 오가면서 쉽게 필요한 식품이나 생필품을 살 수 있다. 또한 프라이부르그의 구시가지 성당 앞 광장에 위치한 재래시장은 관광객이 많은 주말에 활기를 띤다.

 


베를린 하케셰마르크트역 앞의 시장_ 과일가게(좌), 생과일주스 판매대(우)가 있으며 꽃, 악세사리, 모자 등 다양한 품목이 거래되고 있다.

 


프라이부르그 구시가지의 성당 앞 광장에 위치한 시장에는 휴일이면 많은 관광객과 시민이 화초와 과일 등을 구매한다. 특별히 물건을 사지 않아도 관광객에게는 흥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벼룩시장에서는 주로 중고 옷이나 생활용품, 골동품 등을 팔고 있어 서민들이 일상 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으로서 우리나라의 풍물시장과 유사하다. 베를린시 북쪽 베를린 장벽이 있던 곳에 조성된 마우어 공원(Mauer park) 입구에는 큰 규모의 벼룩시장이 조성되어 있다. 매주 일요일 마다 열리는데 여기에서는 엣날 시계, 카메라, 가구를 비롯하여 그릇, 악세사리, 구두, 가방, 책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종류의 물품을 구할 수 있다. 주말에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을 둘러볼 수 있어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베를린시 북쪽 마우어공원(하) 입구에 위치한 벼룩시장(상): 일요일마다 열리는 대규모의 시장이다.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벼룩시장을 이용하게 된다. 사진ⓒ임주원

 

파머스 마켓은 농부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시장으로서 우리나라의 농산물 직거래장터와 유사하다. 농산물을 주로 판매하는데 농민이 만든 수공예품도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도시인근지역의 농민들이 도시인에게 신선한 지역 식품(local food)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유통마진을 줄이는 장점이 있으며, 상품 운반거리를 줄여 탄소 발자국(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파머스마켓의 중요성이 기후변화시대에 새롭게 인식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있는 파머스마켓은 매주 토요일 오전과 수요일 오후에 열리는데 쉘터가 마련되어있는 마켓스퀘어파크(market square park)에서 열린다. 여기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허브뿐 아니라, 양초, 비누, 가구, 장난감, 카펫 등 수공예품도 판매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블랙스버그의 파머스마켓(하)_ 각종 채소, 과일 등 농산물을 비롯해 수공예품도 판매하고 있다. 쉘터를 만들어 그늘을 제공함으로써 마켓이 활성화되도록 하고 있다. 사진ⓒ임주원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은 서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기능에 더하여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기능을 해왔으나 산업화와 더불어 대형마트가 출현하면서 위축되어왔다. 이에 대응하여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으며, 일부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래시장 개선을 위하여는 기본적으로 물리적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나 이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물리적 환경개선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도입함으로써, 재래시장이 물건 사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공간으로 거듭나야한다. 주민센터와 연계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주민들이 시장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시장을 방문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시장은 정서적으로 메마르기 쉬운 도시인들에게 심리적 휴식을 주고 도시를 더욱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드는데 기여하므로 전통시장 활성화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있어 하나의 초석이 된다.

 

전통시장에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싶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통하여 이미지가 풍부한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자!


연재필자 _ 임승빈 명예교수  ·  서울대
다른기사 보기
seungbin@snu.ac.kr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