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술경영협의회-계명대, 전통정원 답사

전통정원의 재해석에 대한 담론
라펜트l김종용 대표l기사입력2015-01-25

지난해 11월 1일, ‘계명대학교 중소기업산학협력센터 조경기술경영협의회’ 주관으로 협의회 회원 및 생태조경학과 재학생 등 53명이 전통정원답사를 진행했다.

티시그린 김종용 부장(조경디자인 대동 대표)의 안내로 대구 계명대를 출발해 인근의 태창철강 정원을 답사한 후 경남 창녕 석리 성씨고가를 거쳐 산청 율수원을 답사하는 동안 공간 설명과 아울러 모든 참가자들의 자유로운 토론이 있었다.

이번 답사는 △전통정원의 개념과 의의, △설계/시공 상의 디테일, △전통정원의 요소와 건축적 관계, △전통정원의 배식 원리, △현대에 재해석하는 한국정원에 대해 주안점을 두었다. 조경 설계/시공 현업에 계시는 분들의 다양한 의견과 함께 재학생들의 재치 있는 질문이 이어지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태창철강 한국정원

태창철강의 대구 본사 건물에 인접한 정원은 과거에도 계단과 비탈면에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한국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계획했으나 급경사지로 정원을 조성하기 어려운 공간이고, 바닥은 전체가 인공지반으로 제약이 많아 궁궐 후원의 조경 양식을 설계에 도입했다. 장대석 기단을 설치하고 꽃담을 조성하는 등 공간의 극복과 순응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곳으로 재탄생했다.

태창철강 한국정원은 설계와 시공의 정교함에 덧붙여 조경 관리에도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해체주의에 근거한 서구적 건축물과 한국 전통정원, 정문에 위치한 일본정원이 서로 상충하지 않고 잘 조화되어 특색 있는 공간을 이루고 있다.





창녕석리성씨고가(昌寧石里成氏古家) 
 
화왕산과 우포늪 사이에 위치한 창녕석리성씨고가는 강릉 선교장, 구례 운조루와 함께 한국의 3대 명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 말기에 건립되고 6·25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복원된 한옥과 정원은 집의 역사가 곧 사람의 역사임을 설명하듯 한국 근현대사가 겪었던 부침을 잘 담아내고 있다.

안채, 사랑채, 창고, 대문채, 화장실 등 6동의 건물이 ‘튼ㅁ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안채를 중심으로 앞에 사랑채와 중문채를 두고, 안마당 좌우에 토담집 구조의 곳간 2동을 배치했는데 필요에 따라 조금씩 규모를 불려간 형국이므로 전통과 격식에 꼭 맞추어 들어선 것이 아니다. 각 한옥채마다 당시의 유행에 따라 조금씩 그 모양과 형식이 달라 시대별 한옥 변천사를 한집에서 두루 관찰할 수 있다. 

아석헌과 그 주위의 다섯 채 한옥은 한국 한옥 발달사의 후기 양식을 보여준다는 점이 인정되어 경상남도 문화재 제355호로 지정되어 있다. 본래 연못이 있던 자리에 새롭게 조성한 연못은 한반도 형태를 띠고 있기는 하나 돌쌓기 방식 및 동선 구조, 축산, 수종, 일본식 석등 등 일본 전통정원의 특징도 혼재하고 있다.




율수원(聿修園)

한옥체험시설인 율수원은 영남 지방의 양식을 기본으로 하되 화려한 서울 양식을 더해 900평이 넘는 집터에 9채의 한옥이 풍수지리 원리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전통에 충실하면서 실용성을 겸비할 수 있게 계획되어 넓은 집터에 안채를 중심으로 식당채가 좌청룡, 목욕채가 우백호, 안사랑채가 안산(案山), 바깥사랑채와 대문채가 조산(祖山)을 이룸으로써 5개 동이 안채를 감싸고 보좌하는 형세이다. 

율수는 시경(詩經)의 대아문왕지십(大雅文王之什)편의 율수궐덕(聿修厥德)에서 나온 말로 ‘스스로 덕을 닦는다’는 뜻이다.  '스스로 학습'의 철학이 한옥의 이름에도 그대로 옮겨져 있다.

천 년 가는 한옥을 지어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아간다면 그것 또한 큰 보람이 될 것이라는 건축주의 생각 또한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율수원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표정과 대화에는 진심으로부터의 친절이 몸에 베어 있었다.


이번 답사지는 3개소가 모두 기업과 관련 있는 곳이다.

철강전문기업인 태창철강은 물론 성씨고가는 North Face로 유명한 영원무역, 율수원은 재능교육에서 조성한 곳이다. 기업에서 이러한 부분에 많은 배려를 함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 것에 대한 가치, 전통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주변에 격조 있는 전통정원들이 많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답사자 전원에게도 잘 공유되는 좋은 기회였다.
_ 김종용 대표  ·  조경디자인 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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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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