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도시를 최적화하기 위한 시작, 능동성

김원현 논설위원(노아솔루션연구소 팀장)
라펜트l김원현 팀장l기사입력2015-08-07
새로운 도시건설 패러다임 - 생태 최적화(1)

도시를 최적화하기 위한 시작, 능동성


얼마 전 명절, 식구들을 만났을 때 얘기다. 학교에서 꽤나 성적이 좋다던 조카가 성적이 떨어졌다며 과외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 녀석에게 ‘학교수업에나 충실하지 뭘 또 배우냐’는 80년대 학력고사 때나 들었을법한 질문을 던져봤더니 ‘선생님이 혼자서 수업한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하기사 학교에선 한 반에 40명이 넘어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니 선생으로선 학생 모두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수업자체가 보편적이고 또 일방적일 수밖에 없고, 정작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결코 나를 위한 수업이라고는 여길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공부할 때는 그래도 학교 공부가 최우선이었는데 조카의 대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카 녀석에게 ‘과외는 왜 하려고 하냐’ 물었더니 ‘자기 수준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라는 꽤나 멋들어진 답변이 돌아왔다. 본인에게 꼭 맞는 수업이라……. 그러고 보니 사교육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성적을 올리고 싶은 학생에게는 말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면서 현대사회에서는 웰빙과 다이어트가 주요 산업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연예인들로부터 시작된 몸짱 열풍이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불어 닥쳐, 시내를 걷다보면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헬스클럽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아니 저 재미없고 무의미한 운동을 뭐하러하나 싶던 필자도 나오는 배에는 장사 없었다. 그래서 평소 헬스에 관심이 많아 여러 사람들에게 카운슬링을 해준다던 후배를 찾아갔다. 다짜고짜 살도 빼고 몸도 멋져지는 방법을 알려달라니까 그런 건 없다고 싹퉁머리 없게 딱 잘라 말한다. 

내심 서운하기도 하고 내가 너무 무지한 질문을 했나싶어 눈치를 살살 보며 ‘그럼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다. 근데 이 녀석의 대답이 가관이다. ‘형을 모르고서는 방법을 알려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뭐 그냥 채식위주로 먹고, 좀 덜 먹고, 되는대로 땀 흘리면서 뛰면 되는 거 아니야?” 흥분해서 반문하니 후배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사람마다 생체리듬과 사이클, 그리고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적합한 전략을 짜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가르쳐보면 누구는 10분 뛰고 힘들다고 나자빠지고, 누구는 첫날 3시간을 뛰고 일주일을 앓아누웠다고 연락이 오기도 하더란 것이다. 게다가 이것저것 기구 사용법을 알려줬는데도 죽자 사자 런닝머신만 뛰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후배가 내린 처방은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맞춤 플랜을 짜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즉, 쉽게 질리는 성향을 가진 사람은 짧은 시간 다양한 기구를 사용하도록 조언해주고, 또 죽어라 뛰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은 런닝머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차츰차츰 사이클 같은 기구로 옮겨가게끔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본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 운동법을 터득하게 되고 슬슬 재미가 붙어 종국에는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나한테 이 녀석이 불쑥 묻는다.

“형, 조경도 그렇게 하는 거 아냐?”

꼭 맞는다는 것은 참 중요한 문제다.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된다는 상황적 설정 말고도 능동성을 발휘하게 하는, 발전적 성향을 갖게하는  힘이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질문 한 번 못하는 아이가 과외선생님한테는 무엇이든 질문을 하려고 하게 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자신이 뭔가 깨닫고 이 과외수업이 내게 꼭 맞는다는 느낌이 들면, 그 과외수업은 그리고 그 학생의 성적은 보지 않고도 그 결과의 달콤함을 미리 알아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후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본인에게 맞춰준다면 시키지 않아도 재미를 느껴 짜인 프로그램에 충실해질 수 있는 것이다. 예의 그 능동성을 갖추고서 말이다.
_ 김원현 팀장  ·  노아솔루션(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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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h@noa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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