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공통점과 차이점, 득과 실, 그리고….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6-03-29
공통점과 차이점, 득과 실, 그리고….



글_조동길 대표(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고려대 겸임교수)

요즘 드라마 ‘장영실’에 나오는 황희 정승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집의 하녀 둘이 싸우다가 황희 정승에게 와서 하소연하였다. 한 하녀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자 황희 정승이 말했다. "네 말이 옳구나." 그러자 다른 하녀가 억울하다며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네 말도 옳구나." 황희 정승이 말하였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부인이 말했다. "두 사람이 서로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데, 둘이 다 옳다고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한 사람은 틀려야지요." 그러자 황희 정승은 말했다. "부인의 말도 옳소." ….
90살을 넘겨서까지 정승을 하였던 황희 선생께서 우매하여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다 알 것이다. 이 일화는 황희 정승의 사람됨 즉, 관대함과 배려심 혹은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현대에 와서는 줏대가 없다고 비판할지도 모를 일이다. 좋게 보자면 황희 정승의 고매함으로 해석하는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의 줏대 없는 판단을 내리는 사람으로 해석할 것이다. 
하나의 현상을 놓고도 보는 사람의 견해에 따라서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고, 정반대로 나쁜 일이 될 수도 있다. 세상사 이치가 다 그러하더라는 것은 수많은 고전을 읽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글의 첫머리부터 장황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조경 분야의 일들과 관련된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1)생태복원과 조경은 같은가, 다른가에 대한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2)자연환경보전업은 우리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 주제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자연환경보전업으로만 한정했지만, 이것은 도시숲이나 정원 등의 산림 분야와 조경 분야의 갈등과도 연계된다. 물론 건축 등을 포함하여 또 다른 제3의 분야와도 연계된다. 

우선 첫 번째와 관련하여, 혹자는 생태복원이 조경에서 가르치는 내용 중에서 생태적인 측면만을 심화하여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여 생태복원은 조경 안에 있는 한 분야에 해당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조경에서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분류한다. 생태복원이 조경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조경은 건설업의 분야에 속해있는 것이고, 생태복원은 환경산업의 한 분류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술적으로 깊이 있게 따져보아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도대체 그게 뭐가 중요하냐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지금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할 것은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지혜를 모아 함께 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것이 아니던가? 

두 번째 얘기와 관련해 보면, 자연환경보전업은 우리에게 득인가, 실인가. 어쨌거나 환경부에서 자연환경보전업을 만들기 위한 최근의 노력은 거의 무산된 분위기다. 조경학회까지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는 단체나 중앙부처들도 있어서 결국은 또 다음 기회를 봐야할 상황인 듯하다. 
이와 같은 결과가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이번에 추진하였던 자연환경보전업은 최소한 3번째 도전이다. 그런데 자연환경보전업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경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체의 일거리가 과거처럼 계속 유지되고 있거나, 늘어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건설 분야라고 하는 큰 범주 속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건설 경기가 좋지 않고, 다른 여러 가지 변수가 겹쳐서 현재의 조경계가 어렵다고도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자연환경보전업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조경의 업역이 줄어드는 것도 아닐 것이다. 어짜피 환경부는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예산을 확보하여 이미 관련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서 조경이 참여할 수 있는 파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생태놀이터 사업은 제외하더라도 보호지역의 훼손지 복원 사업과 같은 것은 국토교통부나 여타의 부처에서 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정확하게는 해양수산부에서 갯벌 보호지역의 복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자연환경보전업이 만들어지면 토목·건설업을 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갑질(?)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하는 백두대간 생태축 조성 사업을 유심히 들어다 봐야 한다. 이 사업은 환경부에서는 생태통로 사업으로, 산림청에서는 생태축 복원 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추진되고 있다. 물론, 국토해양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동일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육교형의 생태통로를 만들게 되면 사업비(규격에 따라 편차가 심하지만, 평균 사업비는 30 ~ 50억 원 범위에 있다)의 대부분은 토목 분야에서 가져간다. 구조물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경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토목 분야에서 만들어 놓은 구조물의 하중 내에서 성토를 하고, 그 위에 나무들을 식재하는 것뿐이다. 조성 후에 나무가 죽거나 생태통로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토목 분야는 비난 받을 일이 별로 없지만, 대부분의 업무를 추진하는 조경에서는 수많은 비난을 받게 된다. 
하지만, 환경부에서 자연환경보전업으로 발주한다고 가정하면, 자연환경보전사업자로 하여금 설계하고 시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참고로 산림청에서 하고 있는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 사업은 산림분야를 포함하여 토목, 조경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물론 구조물이 있기 때문에 토목 분야의 기술자들이나 면허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이런 형태의 발주가 가능해진다고 하면, 갑은 자연환경분야의 면허를 가진 곳이 된다. 자연환경을 전문적으로 잘 아는 이들이 생태통로의 위치를 선정하고, 최적의 구조물에 대해서 검토하고, 그 위에 생태적인 측면에서 식재하고 복원할 것이기 때문에 주된 업무들은 대부분 자연환경보전사업자의 몫이다. 구조물에 대한 안정성 부문이나 설계 등만 토목 분야에 의뢰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환경부는 이렇게 생태통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생태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고, 이 일을 자연환경보전사업자가 제대로 해 낼 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비단 생태통로나 생태축 사업뿐만 아니라 자연형 하천 사업이든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든 조경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토목 사업들 모두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조경 사업이라고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역시 사업비의 상당 부분은 토목에서 가져간다. 조경은 단지 토목이 수리·수문학적으로 분석해 만들어 놓은 물길과 그 기반 위에 식재를 하고 시설물을 놓을 뿐이다. 하지만, 정작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이끄는 환경부 등에서는 토목이나 조경 중심적인 모습의 하천보다는 생태가 중심이 되고 자연이 우세하는 그런 하천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자연환경보전업은 현재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해서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라는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를 하고 있는 기업체의 대다수는 조경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실제로 (사)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 내의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 협의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의 리스트(2016년 1월을 기준으로 34개 회원사임)를 봐도, 조경과 연관되지 않고 순수하게 환경만을 하고 있는 기업체는 손가락에 꼽히지도 않는 것 같다. 현재 상태에서는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를 갖추기 위한 요건이 자본금 7억에 대해 중복 인정을 해주고, 기술자들도 중복 인정을 해 주고 있다. 자연환경관리기술사를 채용해야 하는 부담은 있으나, 조경공사업 종합 면허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상대적으로 큰돈을 들이지 않고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의 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불황의 시기에 환경부의 자연환경 관련 사업들을 조경에 기반을 둔 자연환경보전사업자들이 들어가는 것은 조경의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고, 더 안정적인 기틀을 만들기 위한 것일 거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자연환경보전사업자의 자격을 갖춘 사업자들만 배를 불릴 수 있는 거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 속에서도 이미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 제도를 통해서 주요한 일들은 그렇게 진행시키고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이 그렇고, 자연마당 사업이나 생태놀이터 조성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조경 분야에서 제아무리 가로수나 정원, 도시숲은 조경 산업이니 산림과 관련된 법에 둘 수 없다고 강조·주장하여도, 산림청은 꿈적도 하지 않고(?)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켜 최종적으로는 산림청 소관의 법에 이 모든 것들을 담아서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그래서 조경 분야는 침체되고 밥그릇이 줄어들었는가? 산림사업자들이 다 가져가 버려서? 

다분히 자연환경보전업을 만들자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글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이 글을 받아 들이냐 하는 것은 독자의 맘이지만, 궁극적으로 필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자연환경보전업과는 무관하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어려운 시기에 조경과 관련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필자의 결론은 한결같다. 조경이 갖고 있는 고유한 성격 혹은 원론적인 개념 중에 하나가 종합예술과학이듯이, 조경은 어떠한 분야에서든 융·복합할 수 있어야 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다양성에 기반 하여 다각적인 생존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경을 하는 이들이 국토교통부의 일뿐만이 아니라 환경부의 일도 하고, 산림청의 일도 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일도 하고, 해양수산부의 일도 하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일도 하고, 그 외의 다른 부처의 영역들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조경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본다. 어떤 이는 조경공사업이나 식재공사, 시설물 공사에 매진하고 있고(물론 이 분야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어떤 이는 산림법인을 만들어 도시숲이나 나무병원 등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또 어떤 전문가는 조경이 농촌 분야의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또 어떤 이는 경관 분야를 개척하여 도시계획이나 건축, 산업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을 한다. 필자처럼 환경부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 조경전문가들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업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돕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황희 정승의 말을 빌려보자면, 자연환경보전업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도 옳다. 그리고 자연환경보전업은 이미 조경에서 하고 있으니 굳이 새롭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도 옳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과연 누구를 위해서 우리는 자연환경보전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고 있는가? 그것이 과연 누구에게 득이 되고, 누구에게 실이 되고 있는가? 행여나 조경과 관련 없는 제3자가 득을 보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조경계가 내분을 일으키고 있을 때 이를 지켜보는 타 분야의 사람들은 조경의 영역을 하나씩 떼어가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논쟁에 휩싸이고 있을 때 청년 실업 등으로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이 시대에 우리 젊은이들, 조경 분야의 후학들은 무엇을 선택하게 해야 하는가? 

4.13 선거를 위한 공천 때문에 매일 뉴스마다 정치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 어떤 이는 탈당하고, 어떤 이는 새롭게 당을 만들고, 어떤 이들은 같은 당 안에서도 계파 싸움을 한다. 이런 논란이 쉼 없이 일고 있는 정치계를 보면서, 국민 모두가 우려하는 것은 ‘이래서 선거나 제대로 치르겠어’, 또는 ‘이게 다 자기만 살자고 하는 것이지’라는 부정적인 말들을 한다. 
그럼 우리 조경계의 현재 모습은 이 정치판과 뭐가 다른가? 부디 범조경계가 합심해서 세력 확장을 위한 지혜를 모으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앞길을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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