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현돈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대표이사

‘신화의 땅’에 조성된 터키 한국정원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6-07-03
‘신들의 휴양지’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다양한 역사 유적지가 공존하고 있는 안탈리아(Antalya)는 지중해 연안, 터키의 남서부 지역에 위치한 휴양도시이다. 터키 안탈리아에서는 ‘꽃과 아이들’ 이라는 주제로 4월 22일부터 10월 30일까지 '2016년 세계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안탈리아 한국정원 조성사업은 국가정원으로 최초로 지정받은 순천시와 산림청이 주관하였다. 지난 4월22일에는 한국정원 준공식이 있었고, 4월 28일은 ‘한국의 날’ 로 지정되어 다채로운 한국문화 행사가 열렸다. 한국정원 총괄을 맡은 신현돈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대표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터키 안탈리아 한국정원을 사진으로 만나보자.

신현돈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대표이사

터키 안탈리아 한국정원 총괄을 맡게 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지중해 휴양도시 안탈리아는 오래된 고도(古都)로서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많은 역사유물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조경가의 책무를 수행하는 설계를 진행하게 되어 사명감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도시에 조성하는 한국전통정원은 하나의 단순한 조경공간이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이미지를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안탈리아 한국정원을 통하여 한국전통조경의 아름다움과 우리의 현대미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가치와 브랜드를 드높이는 문화교류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정원에서 기승전결의 구조로 시적인 풍경을 구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조성하신 한국정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터키한국정원은 기승전결 구조로 아시아 프롬나드에 면해있는 한류마당의 통경축과 세계어린이마당-취병원(翠屛園)-종루정원-영지원(影池園)-화오(花塢)정원으로 이어집니다. 공간경험은 두 가지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하나는 한국인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공간 경험으로써 시적 경관(Poetic Landscape)을 음미하는 풍경의 단서들을 통해 우리의 정취를 더듬어나가는 연속경관 체험의 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한류, 아시아 사람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경험으로써, 이국적 풍경에서 느끼는 새로움이며 이는 땅과 물, 경관을 다루는 다양한 기법 및 자세를 읽으며 자연, 풍류와 철학의 경계선에 놓여 있는 문화적 향기를 맛 볼 수 있게 하여 한국정원의 아름다운 공간에 머물며 즐기는 수준을 떠나 한국인의 사상관과 철학까지 골고루 접할 수 있는 총체적인 문화 체험을 지향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여러 개의 분절된 다원적 공간과 첨경물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뮤지엄의 요소로 작동하고, 열림과 닫힘의 미학이 담긴 간정(間庭), 어린이마당, 주정(主庭), 어린이정원, 후원(한국의 산하를 상징하는 픽쳐레스크풍의 경관연출)등으로 공간구조의 시퀀스를 주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시적경관을 연출하는 스토리텔링을 구현한 주제정원의 한국적인 요소는 세월이 흐를수록 멋이 더해져 오픈 뮤지엄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Scent Garden(꽃담에 앉아 꽃내음을 맡다), Soundscape(종소리에 귀를 열다), Participatory Garden(어린이들의 참여로 채워가는 문화공간), Play Garden(어린이들의 자연 속 놀이터)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작업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였나요?

먼저 해당국가에서 땅을 내어주므로 한국정원 조성시 적지가 아닐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를 극복하는 땅을 다스리는 디자인 기법이 필요합니다. 한국정원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상지의 지형, 지세 등의 물리적인 여건과 인문학적인 분석 등의 현황여건분석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하는 사항이나 지속적인 현장조사 및 답사를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한국성을 보여주는 전통수종 위주의 조경수목과 첨경물을 현장여건에 맞게 계획하였으나 현지수급이 수월하지 않아 유사한 수종으로 대체하거나 현장수급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며, 문화적 소통, 설계 프레젠테이션, 통관 등의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또한 설계가가 의도하는 풍경과 디테일한 공간을 구현해내기 위해서는 설계가와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한 시공 및 감리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렇치 못하였고 준공식에도 초청받지 못하여 설계자가 도외시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설계 프레젠테이션

최근 우즈베키스탄, 브라질, 중국 등 세계 다양한 국가에 한국정원을 조성되고 있습니다. 해외 한국정원 설치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먼저 한국전통정원의 조성은 국내외 국외, 즉 조성 대상지에 따라 전략과 표현방법의 차별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따라서 해외에 조성된 한국전통정원은 같은 한국성이라는 같은 주제를 놓고, 현지조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석이 선 요건이 되고, 한국성 재현시점과 전통의 재해석의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계획이 필요합니다. 

또한 한국전통조경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반영하여 설계하고, 해외경관과의 차별성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획안을 도출하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전통미와 서정성이 담긴 공간을 구현하여 우리문화의 단아하고 소박한 풍경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조경계에서 ‘한국정원’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한국정원 고유의 속성이 있다면?

해외에 조성되는 한국정원은 재현되는 공간설계에 있어 주로 조선시대가 선택되었으며, 외국에 조성된 대부분 한국정원들 역시 한국성을 드러내기 위해 조선시대에 맞추어 해석되어 재현되고 설계되곤 해왔습니다. 특히 전반적으로 전통의 단순한 재현으로 인한 대중적 보편성과 시대성이 결여되고 있으며, 전통성과 실험적 해석에서의 오류가 나타난다고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이러한 비판적인 평가를 떠나 한국정원은 한국의 영혼과 정취를 만나는 공간으로 서정적이고 다원적인 구조의 공간을 지나면서 경험하는 경관을 통해 만나는 연속적 체험의 장입니다.전통조경의 계승도 필요하지만 박제된 전통조경이 아닌 현대적인 언어로 한국의 경관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한국정원은 공간을 한번에 개방하지 않고 매개체를 통해 다음 공간에 대한 연속성을 주고 공간을 위요하여 깊이 있는 공간감을 연출하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최근 ‘K-Garden'이라는 용어가 관심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K팝 같은 한류열풍처럼 ‘K-Garden'도 이제는 ’전통성, 한국성‘에서 벗어나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앞으로 한국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전통과 관련지었을 때 재해석은 창조(creation)와는 다르게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의 한계를 인식한 채 혁신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전통과 재현의 관계는 모순적인 관계가 아닌 보완적, 공생적 관계로서, 흔히 새로운 창조적 재현 없이 과거의 것을 현재에 그대로 수용하는 노력은 역사주의적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옛 것을 단편적으로 그대로 모사하는 직설적 재현이 그러한 예로서, 이는 과거가 현재에 일방적으로 투영되는 것으로, 역사적 선례를 진부하게 반복하거나, 컨텍스트를 도외시한 채 과거 양식을 전치시키는 결과를 도래해 오곤 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정원은 박제된 전통조경이 아닌 다양한 한류의 전통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현대적인 언어와 한국정원의 독창적인 공간구조를 설정하여 이방인에게 한국의 서정적인 경관과 미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경인에게 한마디.

디자이너의 토양은 우리의 것을 소중히 하고, 전통문화와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국성을 구현하는 것에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조경가들이 한국성의 재해석과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해외에서 통하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조경공간을 창출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미래세대를 대비하는 ‘조경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인문학, 문화, 생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통해 거센 변화의 물결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융복합적인 디자인과정을 수행해야 할 때입니다.

터키 안탈리아 한국정원 미리보기




터키 한국정원

세계 어린이마당





영지에서 본 화오정원

열상진원샘

영지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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