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리질리언스와 방재공원

신현돈 논설위원(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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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펜트l기사입력2019-06-30
리질리언스와 방재공원




_신현돈(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



현대 도시는 기후변화와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난의 발생, 인구고령화 등에 따른 재난취약인구와 사회적 재난이 증가하는 등 급변하는 재난·재해 상황에 발걸음을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대도시들이 겪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영어 단어 “리질리언스 (Resilience)”다. 리질리언스는 아직까지 학문 분야에서든, 실천 분야에서든 합의에 의해 정립된 개념/정의가 없으며, 분야마다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되고 있다. 리질리언스에 완벽히 상응하는 우리말 용어도 마땅히 찾기 힘들다. 이 역시 분야별, 문헌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재해 리질리언스의 개념과 도입필요성에 대해 연구한 안재헌 외(2017)에 따르면 – “복원력, 회복력, 리질리언스, 탄력성, 도시방재력” 의 순서대로  높은 빈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무슨 단어로 번역을 해도 적절하지 않고 애매모호하다. 차라리 발성 기호 그대로 “리질리언스” 이 단어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어렵고 모호한 의미를 전달하기 가장 적합한 것일 수도 있다.

계획과 관련하여 리질리언스는 도시 내의 개인, 지역사회, 기관, 기업 및 시스템이 어떤 종류의 외부 충격과 스트레스에서도 살아남고 적응하며 성장할 수 있는 능력치를 일컫는다. 쉽게 풀어 어떠한 문제와 외부충격에도 대응하는 예방과 복구의 능력치인 것이다. 도시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들과 갑작스런 외부 충격은 높은 실업률, 사회기반시설 문제, 물 부족 등의 문제부터 지진, 홍수, 질병 발생, 테러 공격 등까지 범주와 강도 면에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변수를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분야별로 전문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 및 생태분야에서는 리질리언스를 자연 환경 및 생태계의 오염이나 간섭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자정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자연 및 생태분야에서는 자연적인 ‘회복’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일정한 기간이 필요한 것이 특징이다. 조경분야에서도 자연스레 생태복원 측면을 위주로 다뤄왔다. 하지만 최근 방재공원 조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공원녹지 설계에 리질리언스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이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방재는 광의적 의미에서 폭풍, 지진, 홍수 등과 같이 인간의 정상적인 관리능력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하여 이의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하고자 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특히 방재를 계획의 관점에서 보면, 재난 유형에 초점을 두는 우리나라의 방재계획과 달리 이미 영국, 호주 등에서는 긴급 상황관리 가이드라인에서 리질리언스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 내 공원녹지는 재해로부터 대피 기능면에서 양호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2017년 개봉한 일본 신카이 마카토 감독의 장편 만화영화인 “너의 이름은”에서 마을에 행성이 충돌하기 직전에 방송으로 주민들에게 대피할 수 있는 장소로 인근 고등학교를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듯 우리는 평소에 인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보통 학교들은 재난시 공원녹지와 함께 대표적인 도시방재 시설로 쓰인다. 방재 공원의 경우 역시, 평소에는 일반 도시공원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되다가 지진 또는 홍수 등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대피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대비해 두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방재공원은 홍수 시 초기 우수 피해를 제어하는 측면에서 저류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성할 때 이를 염두하여 설계를 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이미 곳곳에 리질리언스 개념의 방재공원이 조성되어 운영 중이다. 일본의 방재공원들은 거점마다 조성돼 평소에는 시민 휴식공간으로 사용되고, 재난이 발생하면 종합적인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거기에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의 특수한 조건 속 만들어진 제도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재해에 대비한 대피시설은 취약한 편이며, 지진으로부터도 역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지진의 경우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대규모 피해로 연결되므로 풍수해나 지진, 안보 등 다목적 측면을 겨냥한 나름의 대비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일본의 방재공원 사례처럼 도시공원을 비상 시 복합 재해에 대비한 시설로 활용하는 것은 리질리언스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공원설계에 도입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재해 리질리언스의 도입을 통한 방재공원의 조성 효과는 다양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원을 통해 (사전)예방과 (사후)복구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 즉, ‘예방’ 사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복구’가 수월하고, ‘개선복구’를 통해 향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재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_ 신현돈 대표이사  ·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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