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구본학 논설위원(상명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구본학 교수l기사입력2016-09-20
조경,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글_구본학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토지나 시설물을 대상으로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경관을 생태적, 기능적, 심미적으로 조성하기 위하여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 것
2016.1.7부터 시행되고 있는 조경진흥법에서 정하고 있는 조경의 정의이다. 이 땅에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독립된 전문분야가 출범한 그 때부터 우리는 조경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거듭하곤 했다. 조경은 무엇인가? 조경은 종합과학예술인가? 철학인가?

좀 더 살펴보면,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에 따라 수목원·공원·녹지·숲의 조성 등 경관 및 환경을 조성·개량하는 공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종합)조경공사업의 정의이다. 아울러 조경공사업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예시하고 있다.

수목원·공원··생태공원·정원 등의 조성공사
또 다른 예를 보면,

실내외공간을 대상으로 도시경관 및 자연경관을 보전, 복원, 창출하기 위하여 식물을 이용한 식생공간을 조성하거나 조경시설을 설치하는 것
이해관계에 있는 다른 분야의 반대로 안타깝게도 무산된 조경기본법(안)에서 제안했던 조경의 정의이다. 대체로 조경진흥법에서의 정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후 부분적인 수정을 거쳐 제출되었으나 결국 무산되었고 그 배경에 대해서는 모두 아는 바와 같다.

그런데 이 법안에서의 조경의 정의는 당초 조경기본법(시안)에서는 다음과 같이 학문적이면서도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정의에서 출발한다.

실내외 공간을 대상으로 심미적 및 생태적 접근방법을 통해 도시경관 및 자연경관을 보전, 복원, 창출하기 위한 과학이며 철학으로서, 공간적으로는 도시와 자연, 실내와 실외, 국토와 지역 등을 포함하며, 시간적으로는 전통과 현대 및 미래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과학예술
각 분야에서 00기본법의 제정 및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배타적 영역을 정립하던 시기이다보니 조경분야 역시 기본법을 통해 조경의 정체성과 영역을 규정하고자 하였고, 시안에서는 여러 차례의 공청회와 전문가 등과의 치열한 논의를 거쳐 법률용어로 부적절한 추상적 표현까지도 포함해서 조경의 영역을 포괄적으로 정의하였다.

기본법 시안에서는 조경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친환경 국토개발 및 보전’, ‘역사보존 및 문화창달’, ‘경관 향상 및 보전’, ‘지역경관의 창출’ 등을 제안하였고 아울러 다양하고 미래지향적 조경문화와 더불어 다문화와 지속가능, 유니버설디자인 등을 아우르는 ‘조경의 공공성 확보’를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조경사업의 주 대상이 되는 조경공간으로는 ‘국토의 자연환경, 생태환경, 공원녹지, 경관, 토지 등의 보전을 위해 계획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모든 공간’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시안에서 제안한 주요 정책으로는 국토조경정책기본계획, 지역조경기본계획, 소관별 계획, 연차별 부문별 집행계획, 국회보고, 조경관련 행정부서 설치, 국가조경정책위원회, (시도)조경심의위원회, 조경문화진흥기금, 조경산업진흥 및 시범사업, 조경디자인 기준, 조경품질인증, 조경교육 및 인재육성, 통일대비 조경사업, 조경의 날 등이 있다.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조경기본법 체제에서의 조경의 역할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기본법 시안에 근거한 국가와 지자체, 산업체, 학계 등 각 분야에서 조경의 기능에서 ‘조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근사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다시 조경진흥법으로 돌아가면, 어떤 분들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내용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분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이후는 조경분야의 역량을 어떻게 모으고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필자 역시 기본법에 참여했을 당시의 논의의 틀 안에 어느 정도 갇혀있다 보니 진흥법에 많은 아쉬움은 있지만,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상대가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원하는 더 큰 선택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에서 작은 시작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부분은 국회 등 각 계에 계신 분들께 진흥법 법률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피부에 느꼈던 부분이다.

현실적인 문제로서, 조경분야와 매우 가깝거나 상당 부분 중복될 수 있는 분야에서 이미 조경의 고유 영역으로 추진해왔던 많은 부분을 ‘법대로’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다른 분야 소관 법률에서 조경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그리고 ‘00종합계획’에서 조경관련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있는지, 나아가 그런 것들이 기회인지 위기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제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을 도시조경 및 (공원)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고, 조경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학문을 통합하려는 논의도 있다. 대학에서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특성화 등을 통한 대학 교육 변화의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도 이미 토목분야의 건설시스템학과와 함께 환경생태라는 틀 안에서 교과목 통합과 연계전공을 포함한 융합 교육을 하고 있다.

학문의 발전은, 나아가 전문분야의 발전은 때로는 분화하면서 확산되고 때로는 다시 융합하면서 또 다른 영역을 창출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흐름이 조경이라는 순수성을 갖고 학문과 산업이 끊임없이 확산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다른 분야에서 이미 경험했던 것처럼,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이미 조경이라는 학문의 분화가 시작되었으며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산업이 융복합하여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낼 것을 강요받고 있을 수도 있다.

이제 우리 스스로 자문해 볼 때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지금의 현상은 기회인가 아니면 걸림돌인가?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조경의 이름으로 다양성을 통합하는 것 이상으로 조경이라는 틀을 벗어날 때 비로소 더 다양한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_ 구본학 교수  ·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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