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의 미래 2: 적정 대가와 근무 환경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6-11-20
조경의 미래 2: 적정 대가와 근무 환경



글_조동길 대표(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고려대 겸임교수)


지난 번 원고(조경의 미래.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거 같다. 그리고 몇 가지 피드백이 왔다. 그 중 한 가지는 “조경이라는 것이 단순히 나무나 심고 관리하는 협소한 분야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라는 내용과 관련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당연히 대학교에서 조경을 이렇게 협소하게 가르치지는 않는다. 조경이라는 대범주 내에는 다양한 영역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지난 원고에서 썼던 이 문구는 국민들을 상대로 해야 할 것이었다. 즉, 일반 국민들이 조경을 단순한 직종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다른 피드백은, 젊은 친구들이 조경에 희망을 갖게 하는 것과 관련하여, 필자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조경 분야의 근무 환경이다. 제 아무리 젊은 친구들이 조경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갖고 취업을 해도, 조경 분야의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다. 조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기업 문화가 잦은 야근과 회식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독 조경 설계 분야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경영자들에 대한 비난으로도 연결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필자가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 변명을 하고자 한다. 참고로 변명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필자의 회사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자처럼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 간혹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생긴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일이 많아질수록 적자가 난다는 말이 있는데, 틀린 이야기가 아닌 듯 하다. 심지어 일을 안 할수록 돈을 더 벌게 된다는 말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괴기한 아이러니 같지만, 이 이야기는 일의 양과 직원 수와의 관계 때문에 생긴 것이다. 실제로 회사에 일이 많아지면 그에 따라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인력 채용에 따른 고정 비용 부담은 그만큼 높아진다. 고정 인력이 늘어나고 일을 지속적으로 수주하게 된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일을 수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장기 근속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건비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외주를 주거나 아르바이트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대개 설계 수준은 낮아지거나 발주처와 협의가 원활하지 않게 된다는 평을 듣게 된다. 일종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러 상황이 겹치게 되면 경영자는 괴로워진다. 여러 가지 변명이 필요해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한 궁극적인 문제는 설계 단가가 현실적으로 너무 낮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주지하다시피 도시계획 분야에 비해서 우리 조경 분야의 설계 단가는 너무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경관계획처럼 도시계획 품이 적용되는 용역은 상대적으로 적은 일을 하고도 높은 비용을 지급받는다. 조경과 조금 유사한 건축분야의 한 교수님의 이야기에 의하면, 외국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건축 설계 단가가 너무 낮다고 한다. 조경 분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조경 설계비용은 대개 면적에 의한 산출 방식이나 공사비에 의한 엔지니어링 분야 요율에 의해서 산출된다. 일반적으로 공사비에 따른 방식이 많이 사용되는 것 같은데, 평균적으로 3~5%의 범주에 있다. 물론 공사비가 물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설계비용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3~5%라는 비율 자체가 너무나 낮다고 본다. 하나의 공간이 만들어지는데 여러 가지 인자들이 작용하겠지만, 그 공간을 조사·분석하고, 최적의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계획, 설계하는 데 3~5%의 비용은 높지 않다고 본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조사 및 분석, 평가, 구상과 계획 등의 과정이 많고,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고민해 보면, 하나밖에 없는 듯하다. 국토교통부와의 협상을 통해서 조경설계단가를 상향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우리들의 논리 개발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조경업계의 현실을 적절히 대변해야 한다.

정부에서 고시하는 최저 임금은 해마다 올라가는데, 조경설계단가는 그것을 따라 올라가는지 궁금하다. 기본적인 산술로만 봐도 경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게다가 적지 않은 조경설계사무소 간의 치열한 경쟁은 그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참고로 학술 용역의 경우에도 해마다 인건비를 고시하여 적용하기 때문에 매년 소폭이지만, 상승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학술 용역 분야도 하는 일의 양에 비해서 너무나 단가가 낮은 형편이다. 그리고 같은 유형의 용역이여도 정부 부처나 지자체 마다 편차가 심하다. 예를 들어, 환경부에서 하는 1억 원짜리 용역과 산림청이나 국토부에서 하는 1억 원짜리 용역은, 다소 과장하여 표현하자면, 그 내용이 하늘과 땅 차이인 경우가 많다. 산림청이나 국토부의 과업 내용이 훨씬 적다는 의미이다. 또한, 특정 지자체의 설계나 학술 용역은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을 가진다. 보고 횟수도 많고,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도 많다. 같은 비용으로 다른 지자체에서는 적은 보고 횟수에 심의도 거의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적정한 용역 대가에 대한 기준이 부재하고, 제도적으로도 개선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여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관계 기관에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라도 조경계의 연합이나 총괄단체는 필요하고, 한 목소리로 힘을 키워가야 한다. 

조경분야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설계업 경영자들끼리 담합을 해야 한다. 여기서 담합은 긍정적 의미의 담합이다. 물론 첫 번째 방법을 통과시킨 후에 즉, 적정한 설계비용을 받고 일하게 된다면, 저가 수주 경쟁을 하지 않아야 한다. 현재는 기업 경영자의 입장에서 직원들의 인건비를 챙기고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은 비용으로라도 일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저가 경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다들 알다시피 이러한 패턴은 제살 깎아먹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일이 많아질수록 적자가 난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 것인가? 당연히 선순환의 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선결적인 조건들이 이루어지고, 이후에는 설계업 종사자들 간에 현명하고 긍정적 의미의 담합과 합리적 경쟁을 해야 한다. 비단 설계업 분야의 문제만이 아니라 시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제품 및 시설 분야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최저가 입찰제 때문에 업계의 고통은 늘어만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다함께 살기 위한 생존 전략들을 마련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최선의 대책은 사업주의 의지일 것이다. 설계비용이 올라가고 경영 환경이 좋아진다고 해서 과거와 똑같은 근무 환경이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것은 일반론이지만, 개선된 여건 속에서도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한다. 

필자의 회사에서는 지난 7월부터 첫 번째와 세 번째 주 수요일에 일명 패밀리데이를 하고 있다. 시작의 계기는 설계 담당 부서장의 요청이 있어서였다. 잦은 야근과 발주처 협의 등으로 평일에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패밀리데이가 있는 날은 오후 4시면 퇴근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가정으로 일찍 가기도 하고, 미혼인 친구들은 팀원들끼리 술자리를 갖기도 한다. 어떤 부서에서는 단체로 영화를 보러가기도 한다. 비록 한 달에 두 번밖에 못하고 있지만, 조경 회사에서도 근무 형태를 바꿔보자는 취지(?)를 갖고 시작해 본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해당 부서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필자는 기본적으로 이 제도를 끝까지 밀고 가 볼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매주 시행하려고 한다. 일의 양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근무 시간에 얼마나 집중하여 일을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원고의 주제와 관련해서 조경 분야의 근무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앞서 제시한 것처럼 적절한 설계비용 기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주체는 누구인가? 누가 나서서 설계 기준과 제도를 바꾸고, 국토부나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할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라도 조경계의 단합과 지혜를 모으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때이다. 과거 한국조경사회에서 이러한 노력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들었지만 성과는 얻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조경설계업협의회 등등에서도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라펜트 기사 참조). 좀 더 범조경적인 차원에서, 좀 더 전략적으로, 좀 더 힘을 실을 수 있는 체계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끈기 있게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래의 젊은 세대들이 조경이 하고 싶은 분야가 될 수 있기를 위해서 말이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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