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 부흥 : 지금 조경은 위기인가, 기회인가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7-02-01
조경 부흥 : 지금 조경은 위기인가, 기회인가



글_조동길 대표(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고려대 겸임교수)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었다. 시간은 갈수록 빨리 흘러만 가는 것 같다.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다시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온다. 되풀이 되는 계절은 되풀이 되는 역사와 같다. 물론 조경 분야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서 몇 해 전까지는 호황의 시대였다고들 한다. 필자는 그 당시 대학원을 다닐 때라서 호황이었는지 어떠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조경 관련 포털이나 신문들을 보면, 다들 힘들어 하는 시기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나라는 지난 해 가을부터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시국이 어수선하다. 게다가 경제는 바닥이라고들 하고, IMF 때보다도 더 어렵다고들 한다. 모든 지표들이 부정적인 것 같다. 게다가 국제적으로 미국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앞길을 예측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취임 3일만에 TPP를 탈퇴하기까지 했다. 사드나 위안부 문제 등으로 중국과 일본의 압박이나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 끼어있는 대한민국이 어떤 길을 선택하고 나아가야 할 것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지혜와 용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마치 우리 조경의 상황과 같다. 전반적인 건설 경기는 악화되고 있고, 한 축을 담당했던 아파트 등의 주택 사업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경제·주택 정책으로 벌써부터 미분양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산림이나 토목, 건축, 디자인 등 여러 분야로부터 압박을 당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조차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조경을 전문 분야로 봐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조경의 앞날을 현 시대의 암흑기처럼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시기다. 

지금 조경은 위기인가? 기회인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필자는 낙관론자에 해당한다. 긍정적 사고를 지향하는 관계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그래서 당연히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매체를 통해서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세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근본적인 맥락은 조경이라는 범주가 매우 넓기 때문에 일명 호황기라고 보았던 시대에 집중했던 것(건설 및 주택 조경 등)을 다른 분야(환경, 정원 등)로 옮기자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새로운 분야를 창출해 내는 것도 좋다. 우리가 조경을 건설·토목 분야의 하위 범주로만 보면 불황이겠으나, 독립된 분야로 보고 다양화를 강조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영역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분야라고 볼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 역량을 집중하면 좋겠다. 

필자는 최근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충분한 시간을 내서 많은 분량을 읽어 나가지 못해 진도는 늦지만, 최근 읽고 있는 1강의 제목은 “부정(否定) : 버리다”이다. 여기에는 아편전쟁 후 서양에 대한 중국의 복수 과정이 소개된다. 당시 중국의 리더들은 맨 처음 서양을 이기기 위해서는 서양 과학기술(대포와 군함)에 대한 학습과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바로 정치 및 제도의 개혁이었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근본적인 해결을 제시해 주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최종적인 개혁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문화와 사상, 철학을 개조하는 것이었다. 즉, 중국 사회와 중국인들의 사유의 차원을 높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경 분야의 현실에 빗대어 보건데, 과거 우리나라의 근현대 조경이 서양의 것들을 배워 도입해 왔다. 물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고유한 정원 양식은 존재하지만, 근현대의 조경만 놓고 보면 서양의 기법에 많이 의존하는 듯 하다.

이후 조경을 위한 제도화와 법제화를 위한 과정을 거쳐 왔다. 그리하여 조경진흥법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조경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정원 등 관련법들도 만들어졌다. 물론 이 법들은 다양한 정부부처에 산재해 있다. 게다가 관련법을 쥐고 있는 각각의 중앙부처들이 자기의 고유 분야에 힘을 실어 주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태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만으로는 조경 분야의 근본적인 개혁이나 부흥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법이나 제도의 뒷받침이 부족하거나 조경의 입맛에 맞지 않거나, 타 분야와의 경쟁 때문만은 아니다. 한 단계 더 높은 차원 즉, 조경 문화를 만들고, 철학적 차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조경 부흥 운동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예컨대, 정원 분야에는 정원 산업과 함께 정원 문화를 주된 이슈로 이야기 하듯 정원을 포함하고 있는 조경 분야도 조경 문화와 조경 사상, 그리고 조경 철학을 바로 세우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것이 조경 부흥(르네상스) 운동이 아닐까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매우 많을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경 알리기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참고. 라펜트 주신하 교수님 녹색시론 조경 알리기 운동). 필자가 자연환경 분야의 용역 등을 수행할 때 대국민 홍보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지나치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우리 조경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 법과 제도를 만들고 개선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과학적인 기술은 우리나라의 조경 수준이 선진 외국에 비해서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러 이해 부처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조경이 포함된 국토부에서 모든 걸 끌어안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여 우리는 이제 온 국민이 조경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것이 문화이고, 사상과 철학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어떻게 조경 사상과 철학을 제공해 주고, 조경 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합의의 장은 마련되어야 하리라 본다. 물론 조경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들은 이미 진행 중이지만, 좀 더 체계화된 접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조경학회, 조경사회 집행부가 꾸려져 출범하고, 조경단체연합회가 새롭게 출범하는 시기에 이러한 고민들도 함께 하시길 기대해 본다. 

끝으로 사족을 붙이자면, 필자가 만난 몇몇 건축가들의 명함에는 시인, 수필가와 같은 이색적(?) 직업을 함께 표기한 분들을 심심찮게 본다. 그리고 서점에서도 건축가들이 쓴 교양·인문 책들이 잘 팔리고, 그 분야도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우리 조경가들도 전문가 수준에 못지않은 예술가나 문학가들이 있겠지만, 극히 드물게 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 건축이나 조경 모두 어떠한 공간에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전문가의 철학과 사상을 불어 넣고 있다. 그런데 명함에 조경가 이외의 다른 직함을 적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이 역시 다 함께 고민해볼 문제라고 본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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