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부산시민공원을 가야만 하는 이유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7-03-24
부산시민공원을 가야만 하는 이유



글_조동길 대표(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지난 2월에 부산시민공원을 찾았다. 큰 아들이 가자고 한 것이다. 초4학년이 공원을 왜 가는가 했더니 포켓몬고 게임을 위한 것이었다. 포켓몬고를 잘 모르던 때 그 게임을 위해서 서울서 부산까지 가야겠느냐고 아들에게 말했지만, 아들 녀석은 그 곳에서만 잡히는 포켓몬이 있고, 포켓스톱도 많다고 했다. 어쨌거나 봄맞이 겸 간만에 가족 여행 명목으로 부산행을 택하고 내려갔다.

해운대 앞에 숙소를 잡았는데, 숙소에서는 이미 포켓몬을 잡으러 온 관광객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도 준비해두고 있었다. 왜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찾아가는지 실감했다. 해운대, 부산시민공원, 그리고 수영강변 공원 이렇게 포켓몬고를 위한 일정들이 시작되었다.

부산시민공원을 갔을 때 필자는 원래 공원에 이렇게 사람이 많나 싶을 정도였다. 따뜻한 곳이라 봄기운이 만연해 있기는 했지만, 2월말인데도 불구하고 공원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놀라운 것은 그 공원에서는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아들 녀석 또래의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계속 포켓몬고 게임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들 녀석은 신이 나서 한참 게임에 몰두하였고, 필자는 간만에 공원을 산책하면서 이곳저곳을 둘러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조동길

그리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양산 통도사를 거쳤다. 홍매화가 만개한 그곳 역시 홍매화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사진 찍기에 분주했다. 통도사 주차장이 가득 찼으니, 역시 수많은 인파는 사찰의 봄꽃 구경을 나온 것이리라.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공원(Public Park)이라는 곳이 사람들로 가득 차고, 그 곳에서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공원(公園)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공원에 대해서 필자가 열심히 찾아다니거나 공원에서 산책하면서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해서 공원 이용객이 얼마나 많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공원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그로 인해서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공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케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원은 치유 공간이다. 깊은 산속으로 가지 않아도, 공원 내에서 소요하는 시간만으로도 어린이들은 치유된다. 공원을 대상으로 하여 치유 효과를 검증한 주제가 최근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간되었다(이준, 2017, 도시공원에서 청소년 체험활동에 따른 스트레스 완화효과 검증; 심리 및 생리적 평가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공원은 생태 공간이다. 잔디밭도 있고, 시설이나 포장이 집중된 곳도 있지만, 공원은 다양한 생물종들을 부양시킬 수 있는 서식처이다. 좀 더 생태적으로 만들고, 다양한 서식처 요소들을 도입하면 더 많은 생물종들이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공원은 문화 공간이다. 수많은 활동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곳이 공원이다. 최근에는 결혼식도 공원에서 한다. 전시회나 음악회도 가능하다. 캠핑을 하는 곳도 있다.

공원에 사람이 많이 찾아오게 하는 것은 또 다른 공원의 수요를 발생시키고, 문화를 창출하게끔 한다. SNS에 필자의 여행에 대한 짧은 글과 사진을 올렸더니, 조경 분야의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서 공원의 새로운 영역이 창출되고 있다는 글도 있었다. 필자도 공감한다. 어떻게 하면 공원이 더 발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공원의 양적·질적 확대와 다변화의 계기가 마련될까 고민해 본다. 여러 가지 대안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우선은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순수 조경이라는 관점에서의 공간과 융복합의 형태로 가는 시대에서 우리가 어떤 방향을 잡고 가야하는 지에 대한 것이다.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어야 한다. 더불어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봐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했거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발굴하고 적용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발굴된 공원의 성격이나 방향과 관련하여 어떻게 공원이라는 공간에 뿌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것은 공원의 계획 및 설계가들이 항상 고민하는 요소이겠지만, 항상 같은 방향 혹은 방법들이 되풀이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포켓몬고처럼 무엇인가 획기적인 요소들이 결합되면 사람들은 저절로 공원을 찾아오게 될 것이다.

궁극적 지향점은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사람들이 찾아가야만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만 공원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관련 예산도 증가할 것이고, 국가의 중요한 정책으로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필자의 아들은 조경을 하는 나도 잘 모르는 부산시민공원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바로 유튜브를 보고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은 공원의 홍보와도 관련된다. 스마트폰이면 뭐든지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공원의 중요성이나 자연,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홍보의 수단으로서 무엇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도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알고 찾아오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더 해야 할 것인가. 앞으로 조경 공간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나가야 할 것인가. 조경 분야의 산업을 밝게 만들 새로운 아이템은 무엇인가. SNS를 떠돌고 있는 중국의 마윈 회장의 이야기가 있다. “당신은 가난한 사람입니까”란 주제이다. 기회가 될 때 독자분들도 한 번 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다. 그러면서 공원을 포함한 조경과 관련된 사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글·사진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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