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여름나기

주명돈 논설위원((주)한국종합기술 전무)
라펜트l주명돈 전무이사l기사입력2017-06-02
여름나기



글_주명돈 전무이사((주)한국종합기술)



회사 모퉁이 고덕천변에 벚꽃이 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낮 온도가 20도를 넘나드는 여름의 문턱에 와 버렸다. 지금 벌써 이렇게 더우면 7, 8월은 얼마나 더 할까싶어 다가올 여름을 보낼 걱정이 앞선다.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여 황사로 흐려진 창밖을 바라보다 얼마 전 집사람과 광화문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구입한 일이 생각났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한 여름이 되면 도시는 콘크리트 열기와 높은 습도로 우리를 숨 막히게 할 것이고, 미세먼지로 답답해진 공기는 그나마 열려있던 창문마저 닫게 만들어 우리를 더 짜증나게 할 것 같다.

이제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여름을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고민거리가 되어버렸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인들 대부분은 냉방병과 비싼 전기료를 수반하는 에어컨보다는 시원한 자연바람과 함께 여름나기를 선호한다. 그럼 더위에 지친 도시에 자연의 시원함을 불어 넣는 일, 이 일은 누가 하는 일인가? 삼성, 엘지전자가 아닌 바로 우리 조경이 하는 일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 속에 숲과 계곡을 만들고, 여기에 함께 할 사람들을 위해 쉼과 멋을 더하는 일, 이 일이 바로 조경의 일인 것이다. 

조경은 생태적으로 안정된 쾌적한 정주환경을 우리에게 제공하며, 또한 조경이 만드는 녹색공간은 거실에서 시작하여 배란다, 하천, 공원, 산 등으로 이어져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더 건강하게 만든다. 이것이 우리조경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콘크리드를 녹색으로, 서울역7017프로젝트

베란다에 심겨진 다육식물과 상추

첨단화로 덧입혀진 도시와 그 속에 머무르는 자연은 운명적으로 상호보완적 연계성을 갖고자 하며, 이들 관계 속에서 조경의 역할 역시 도시와 자연의 건강한 융합(Man & Nature)의 관점에서 지속되어져야 할 것이다.

좀 지난일이지만 회사 임원회의시간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미래 먹거리 창출관련) 토의가 있었다. 대부분의 부서들은 정보통신과 건설제품간의 결합에 관한 내용을 주로 보고했었다. 하지만 우리(조경)는 관점을 조금 달리하여, 미래 환경악화에 따른 자연에 대한 인류의 갈망을 전제로 녹색인프라 구축 및 자연에너지 개발, 무동력시설 개발에 대한 내용을 보고했었다. 다들 AI, IoT를 이야기하는데 자연복원·자연에너지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생뚱맞기는 했지만 미래 조경의 살길을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이제 2017년 나의 여름나기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얼마 전 5월 연휴 때, 양재화훼공판장에 가서 상추를 사다 집 베란다에 심었었다. 시간만 지나면 따사로운 햇살이 상추를 잘 자라게 할 것이고, 나는 잘 자란 상추를 따서 가족들이랑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며 삼겹살 파티를 할 것이다. 그것도 일주일에 한번은.... 그리고 며칠 전,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부채를 선물했었다. 내가 사회 초년병일 때는 컴퓨터작업 보다 수작업이 많아서인지 만들고 그리는 것에는 제법 익숙해져 있어 나름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든 부채였다.

조금 비약해 생각하면, 이 모든 것들이 자연을 만들고 그 속에 멋과 맛을 심는 조경인 이기에 더 즐겁게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싶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살아가며 행하는 최고의 선은 ‘행복’이라고 했다. 우리가 노력하여 만드는 장소가 나의 가족과 세상 사람들에게 녹색의 건강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창문조차 마음대로 열지 못하는 도시의 현실 속에서 조경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복한 여름나기”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가족들에게 선물한 여름나기 부채중 하나
_ 주명돈 전무이사  ·  (주)한국종합기술
다른기사 보기
jmd@kecc.co.kr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