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서울로7017 이야기

주신하 논설위원(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주신하 교수l기사입력2017-06-22
서울로7017 이야기



_주신하 교수(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드디어 서울역 고가도로가 지난 5월에 열렸습니다. 이름도 새롭게 ‘서울로7017’로 개명하고 시민들을 만나게 된 것이지요. 서울역 고가도로는 2000년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고가도로의 바닥판이 시급히 보수가 필요한 D등급이라는 결과가 나와 철거할 운명이었으나, 몇 차례의 철거냐 존치냐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2014년 박원순 시장의 지시에 따라 공원화하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MVRDV의 Winy Maas의 서울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이 당선되고 2015년 바닥판 철거를 시작으로 공사를 시작해서 2017년 5월 완공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서울로 7017이란 이름은 70년에 만들어진(정확하게는 1969년 3월에 착공하여 1970년 8월 15일에 개통) 고가도로를 2017년에 다시 보행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지요? 특히 17은 17개의 사람길과 17m의 높이를 중의적으로 의미하기도 한다는군요. 공교롭게도 서울역을 경유하는 7017번 시내버스가 있긴 한데, 그건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합니다.

하여간 개장한지 이제 겨우 한 달 여쯤 되었는데, 벌써 언론과 시민들은 대대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장 첫 주말에 25만, 2주 만에 10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관심은 대단합니다. 이 정도면 웬만한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못지않은 성적인 셈이지요. 서울로에 대한 관심은 지금까지 이런 대중적인 관심을 받아본 조경프로젝트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수준입니다.


서울로 7017 개장일 모습 ⓒ서울시

그러나 문제는 이런 관심이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생태적인 측면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설계적인 측면, 경관적인 측면, 관리상의 문제점, 시공에 대한 불만에 이르기까지 정말 백인백색의 지적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게다가 황지해 작가의 공공미술작품 ‘슈즈트리’는 논란을 더욱 크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요. 저 역시 콘크리트 바닥 위 화분에 심겨진 나무들이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요, 동그란 형태의 화분이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뜨거울 여름철 콘크리트의 열기를 어떻게 관리할지, 나무들이 성장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반대로 나무들이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관리를 할지도 걱정이 됩니다. 콘크리트 마감 상태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고, 푸른색 조명도 영 적응이 잘 안됩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있고, 하나하나 들어보면 모두 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내용입니다. 모든 일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는 모양입니다.


서울로에 설치된 황지해 작가의 공공미술 ‘슈즈트리’ ⓒ주신하

서울로에 대해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와서 저까지 의견을 내기가 미안스러울 정도지만, 서울로를 걸으면서 들었던 생각 중 겹치지 않는 몇 가지 이야기만 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하이라인과의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변 건물들과 아주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온 하이라인과 서울로는 태생적으로 여건이 다르지요. 서울의 하이라인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이겠지만, 저는 나름대로 주변 지역과의 관계설정을 하려고 한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군데의 건물 연결로와 여러 개의 계단과 연결로는 충분하진 않지만 나름 주변 지역을 잘 흡수하려는 손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리동과 중림동으로 연결되는 램프는 자연스럽게 고가공간을 주변과 연결하는 장치입니다. 특히 만리동광장에 설치된 공공미술 ‘윤슬’은 서울로를 더욱 빛내주는 훌륭한 조연이기도 합니다. 하이라인을 기대하지 않으면 나름 주변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는 서울로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하이라인에서 보는 풍성한 식재와 관련한 이야기는 좀 다른 얘기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서울로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전망 장소로서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2015년 개방행사 때 고가도로에서 남대문과 서울역을 내려 보던 느낌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심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은 것이니까요. 회현동과 만리동을 잇는 보행로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저는 남대문과 서울역을 볼 수 있는 전망장소로서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판단했었습니다. 현재의 서울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보행로에 치중한 모습이지요. 물론 중간에 2개 정도 전망 기능을 하는 장소가 있기는 하지만, 올라가서 보더라도 특별한 전망을 감상하긴 어렵습니다. 주로 서울로 자체를 감상하는 장소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남대문을 볼 수 있는 바로 그 장소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장소에는 바닥을 뚫어 유리로 덮어서 아래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한 장치가 있어서, 남대문보다는 발 아래로 보이는 자동차로 시선이 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 장소에 남대문에 대한 설명과 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서울역 방향도 마찬가지고요.


서울로에서 보이는 남대문 전경: 투명한 바닥유리에 더 시선이 가서 정작 남대문을 보는 기회를 잃고 있다. ⓒ주신하

또 하나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역시 왜 서울로를 걸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보행공간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역시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야겠지요. 걸어야 하는 이유로는 쇼핑이 될 수도 있고, 산책이 될 수도 있고, 출퇴근 동선일 수도 있겠지요. 실제로 상당수의 뉴요커들이 출퇴근 시간의 복잡한 뉴욕 지상공간을 피해 걷기 편한 하이라인을 이용한다고 합니다(“High Line’s Best-Kept Secret: It’s a Fast Commute”, the New York Times). 주변에 많은 건물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이라인의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서울로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직은 걸어야 할 이유가 조금 부족합니다. 남대문시장에서 만리동까지 걸어야 할 이유는 별로 없는 것 같거든요. 서울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든다는 계획은 있지만 아직은 그리 활성화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개장 이후 서울로를 찾는 많은 분들은 주로 서울로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온 분들이라고 봐야겠지요. 개장으로 인한 관심이 조금 수그러들면 어떤 이유로 서울로를 찾게 될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서울로가 문제투성이인 프로젝트는 아닙니다. 개장 초기이긴 합니다만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서울의 대표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이라인의 동생이라고 표현한 독일 언론(“Südkoreanische Pflanzenbibliothek”, Garten+Landschaft)의 표현도 재미있고(서울시 윤세형 과장님의 페이스북 링크를 참조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카이가든(Skygarden)이라고 소개한 건축전문 온라인 매체의 기사(“MVRDV's Skygarden, a Transformed 983-Meter Former Highway, Opens in Seoul”, Archdaily)도 흥미롭습니다. MVRDV의 유명세 덕분인 것 같기도 하지만, 유래 없는 고가도로 재생 공간이란 점에서 해외에서도 상당히 높은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많은 관심이 새로운 시도라는 데 주목하고 있을 뿐,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입니다.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 어쩌면 개장한지 한 달도 안 된 서울로에 대한 현명한 판단이겠지요. 사실 개인적인 제 입장도 이와 비슷합니다. 아쉬운 점은 많이 있지만 성급한 판단은 아직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지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기사나 글로 서울로를 판단하기 보다는 직접 경험하고 생각을 정리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로에 대한 재미난 표현을 하나 소개하면서 서울로 7017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파편화된 길을 이어주며 도시의 네트워크를 선언한 서울역 고가 보행로. 그리하여 ‘공원'이라는 기대치만 버린다면, 서울로7017은 ‘하이라인 파크'같은 ‘엄친아'는 아니지만, 싹싹한 모범생 정도는 된다. (“서울로7017' 걸어보니...”, 조선비즈)
글·사진 _ 주신하 교수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다른기사 보기
sinhajoo@gmail.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