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생명경관 : 그들의 조경철학

조세환 논설위원(한양대 도시대학원)
라펜트l조세환l기사입력2017-06-25
생명경관 : 그들의 조경철학



_조세환(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조경학회고문/ (사)한국조경사회 고문)


조경가에겐 자연이 무엇일까? 조경에도 철학은 있는 것일까? 요즘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그러나 오래된 낯선 원초적 의문의 굴레에 빠져들 때가 있다. 워낙 조경계가 어렵다 하니 어디서라도 기댈 기둥을 찾고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조경기사나 기술사, 생태복원기사나 자연환경기술사 등에서처럼 자연에 대한 기술인가? 아니면 디자인과 같은 예술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사람과 자연에 대한 철학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의 총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이왈종(1945~)은 제주도의 향토 예술가이다. 아니 굳이 제주도라는 지명을 붙여서 향토 예술가이지 그는 왠만한 사람이면 다 알아주는 저명한 화가이다. 그가 그리는 작품은 독특하다. 특히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그의 작품은 눈여겨볼만하다. 그의 작품엔 도시의 집도, 차도, 도로도 나무나 꽃의 품속에서 맺히는 열매나 아니면 아이들의 장난감 같은 존재 이상 다름 아니다(그림 1.1, 1.2, 1.3). 그에겐 자연이란 도시를 품고 사는 생명경관이다. 그의 예술철학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자연은 도시조차도 품어내는 모든 것의 생명이다.   


그림 1.1, 1.2, 1.3

이왈종에 한 세대 앞선 장욱진(1917~1990) 화백은 한국의 현대회화를 이끌어간 선조격 화가이다. 이 분도 자연을 대상으로 작품을 무수히 쏟아내는 예술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속의 자연은 산과 나무, 가로수 등의 소재로 나타나는 데, 나무 등의 스케일이 대단히 커서 집과 도로와 사람을 위에 이고 있거나 품고 있음이 일품이다(그림 2.1, 2.2 참조). 그에게 자연은 사람을 포함해 모든 것의 근원이다. 도시조차도 그에게는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그의 예술에서는 자연이 있기에 삶이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진다. 자연에 대한 태도이자 선명한 예술철학이다.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그래서 그를 생태화가로 호칭하려 한다. 그런데, 아니다. 장욱진은 생태를 그린 것이 아니라 자연의 생명력을 그린 것이다. 사람도, 도시도, 자연의 생명력에 안기어 살아가는 생명경관의 표방, 그의 예술철학이다.  


그림 2.1, 2.2

작가의 이름 기억은 없지만 이왈종과 장욱진의 작품류와는 조금 다른 차원의 자연예술을 구사하는 서양화가가 있다. 이왈종과 장욱진이 자연의 생명력을 낭만적으로 그렸다면, 이 작가는 과학적 상상력으로 자연을 예술작품화 한다.(그림 3.1, 3.2, 3.3 참조) 그에게 도시 풍광은 도시 자체가 살아있는 자연 시스템의 일부임을 단언한다. 도시는 작동하는 자연의 일부로 사유되고, 그렇게 지향해야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넘친다. 도시는 그렇게 자연화되어야만 한다고 외치고 있다. 도시를 자연 시스템의 일부로 바라보는 정신세계, 그의 예술철학의 단면이다. 


그림 3.1, 3.2, 3.3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비롯해 많은 베스트셀러 작품을 낸 문학평론가인 동시에 작가인 정여울은 최근작, ’그때, 나에게 미쳐 하지 못한 말‘에서 가정(家庭)에 대해 의미있는 사유를 하고 있다. 가정은 집과 뜰로 이루어지는데 도시인은 뜰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내 한 몸 편안하게 보살피는 집(도시)은 있지만 꽃과 나무, 동물과 곤충들과 함께하며 다른 존재와 공생하는 법을 배우는 뜰(자연)은 없구나”. 도시인은 뜨락을 잃어버렸다고 사유하는 그녀는 “그리하여 우린 완전한 가정의 품새를 갖추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임에 안타까워한다. “문명의 이기를 완벽하게 갖추고도 자연과 소통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우리는 점점 성마르고 각박해져가고 있다”는 그녀의 정신세계. 앞서 언급한 예술가들의 자연에 대한 예술철학을 문학적 사유로 강하게 마침표를 찍는 듯하다.
  
예술과 문학의 인문학은 항상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꿈꾸고, 찾고, 실현하자는 영혼의 외침이다. 철학은 언제나 거기서 출발한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해서 맞출 수는 없지만, 미래를 만들어 갈 수는 있다고 한다. 모든 인간의 가상과 상상은 어쩌면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꿈꾸고 사유하고 철학하지 않는다면 그 실현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급변하는 지식창조사회에서 ‘그들의 예술철학’은 동시대 우리 조경가들에게 어떤 함의를 던지고 있는 것인가? 그들이 우리들의 조경철학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기가 절실하다.
_ 조세환  ·  한양대 도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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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h3@hanyna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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