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정보학과 실무] 실존하는 가상공간, 그리고 그 용어들의 정리

VR 그리고 조경 - 1편
라펜트l김익환, 노승민l기사입력2017-11-24
편집자주 :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가과학기술분류체계상 조경정보학 (LB1106, Landscape information science, 전산기술을 이용하여 조경계획, 설계, 시공 등의 과정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학술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학술연구 및 활용이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라펜트에서는 "조경정보학과 실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지속적인 학술연구 및 활용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 VR 그리고 조경 - 1편 ]
실존하는 가상공간, 그리고 그 용어들의 정리




_김익환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연구원
노승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석사과정 



애초에 조경은 낙원, 에덴동산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한 욕망으로 일어선 학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실제로 낙원을 우리들 삶 사이에 만들기에는 불가능했으며, 우리는 여러 가지 대체 매체들을 통해 그 욕망을 표현하여 왔습니다. 소설, 그림, 만화, 영화, 예술 작품.. 이러한 매체들은 이상향과 낙원에 대해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었지만 정보의 일방적인 전달만을 근거로 하고 있기에, 공간이 지닌 고유한 특성인 상호교환적인 행위를 수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매체들을 수용하는 독자 혹은 청자의 상상력 속에서 해당 가상공간을 구현하고 상호교환적인 행위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행위들은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 한하여 있는 만큼 공유가 힘들고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상호 교환적 행위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활용하여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는 낙원과 유토피아의 구현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기존 매체들과는 달리 컴퓨터로 구현된 공간에서는 상호작용적인 행위를 취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컴퓨터로 구현한 해당 공간 속을 실제로 거닐며 그 초목을 만지고, 또 시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경관에 따라 능동적인 행위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꿈꾸는 공간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닌, 실제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마치 꿈을 설계하듯, 실공간의 설계에 비해 그 제약이 적기에,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상상하던 바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문학적인 의의와 함께, 컴퓨터를 통해 구현되는 공간은 현재 그 시장성 또한 무궁무진합니다. 4차 산업 혁명에 맞추어 다양한 컨텐츠 산업들이 이러한 공간을 요구로 하고 있으며, 관련된 수많은 전문가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공간이 컴퓨터로 구현되었다는 점, 그리고 아직까지 기술적인 발전이 진행 중이라는 점 등에 있어서 많은 분들에게 낯설고 생소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또한 극단적으로 인위적인 공간이라는 점 역시 선입견을 갖는데 한 부분을 차지함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컴퓨터를 통해 구현이 가능한 공간을 그 어느 영역보다 조경학의 영역에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낙원과 이상향을 구현하고자 하는 원래의 목적이 같으며, 공간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그 욕구에 근거로 한 사용자의 행태를 설계하고, 그러한 행태를 기반으로 설계를 진행하는 실공간의 설계 접근법들이 그대로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지금은 아직까지 해당 영역의 공간들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을 꾀한 기존의 영역들이 상대적으로 없는 상태인 만큼, 지금이야말로 공격적으로 조경에서 그 영역을 확장시켜야 할 적기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본 기사는 이러한 취지에서 연재가 기획되었습니다. 향후 9번에 걸쳐서 진행되는 본 기사는 매주 금요일마다 연재되며, 조경 업계와 학계에서 컴퓨터로 구현되는 공간에 대하여 어떠한 접근을 꾀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논하고 이를 위하여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아직 발전이 진행 중인 영역인데다가 저 역시 연구를 하며 배워나가는 입장이라 글에서 많은 부족함이 엿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관대한 마음으로 살펴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글을 연재하기에 앞서, 이번에는 간략하게나마 향후 사용할 용어들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현재 사이버스페이스, 가상공간, 버추얼 스페이스, VR, AR.. 등등 다양한 용어들이 사회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각각의 용어들은 현재 학계에서도 다양한 정의가 내려지고 있기에, 그 의미가 정확하게 나누어지지 않고 모호한 점이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도 보다 정확하게 그 의의들을 파악하고 차별성을 두어 활용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가상공간이라 함은, 영문으로 사이버스페이스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며, 해당 단어는 William Gibson의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습니다. 그는 소설에서 사이버스페이스를 전뇌와 컴퓨터 등이 융합하여 구축되는 非물리적 영역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는 가상공간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3차원의 축을 가지고 있는 공간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며, 그보다는 컴퓨터의 데이터와 인터넷으로 구축된 영역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해당 용어에 대하여 Michael Benedict는, 컴퓨터로 생성되어 다차원적이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축되고 유지되고 접근되는, 인공적이며 동시에 가상적인 현실이라 합니다. 즉, 우리는 가상공간이 인터넷과 컴퓨터로 구현되는 영역을 통칭하는 용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 창이라던가 메일함 등이 비록 3차원의 공간적인 묘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떠한 페이지에 이동을 했다, 혹은 들어갔다, 등의 공간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개념의 발현입니다. 

가상현실은 Virtual Reality, 즉 VR로 통용되고 있는 개념입니다. 해당 공간은 앞서 언급된 가상공간의 하위 개념으로써, 영역 그 자체를 뜻하는 가상공간에 비하여 실제로 사용자가 공간적인 인지가 가능하게끔 전자적으로 구현된 환경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의 오감 중 특정 감각에 대한 통제를 전자적으로 진행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해당 공간에 위치하고 있다는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공간을 일컫습니다. 흔히 머리에 착용하는 HMD, Head Mounted Display를 써야만 가상현실, 그리고 VR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만 이는 우리의 감각 중에 시각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일반적인 평면 모니터에서 재생이 되는 VR도 있으며, 좀더 극단적으로는 시각이 제외되고 청각만으로 구현이 되는 VR, 그리고 인터랙티브 장갑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촉각만으로 구현이 되는 VR 역시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VR에서 얼마나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상호교환적인 행위를 진행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그 정도는 다시금 세밀하게 분류가 진행됩니다.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AR은 VR과는 사뭇 다르며, 문자 그대로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특정 요소들을 실제 공간에 증강하여 보여줌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는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시선의 방향에 두고 그 너머로 있는 현실 공간에 연계된 정보, 혹은 형상 등을 해당 디스플레이에 투영함으로써 활용을 하게 됩니다. 즉 기타 용어들과 달리 AR은 하나의 표현 기법, 혹은 연출 수단에 가까움을 알 수 있습니다. 증강현실로 공간을 구현하지는 못 하지만, 가상현실에 구현된 공간을 실제 공간에 투영하여 연출함으로써 활용이 가능합니다.     

가상경관, Virtual Landscape은 가상현실에서 구현되는 경관을 의미합니다. 가상경관은 적용이 되는 가상현실의 기술적인 정도와 형태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취할 수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실공간과 같이 사용자와 공간 구성 요소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 만큼, 설계 영역으로서 가상경관은 많은 매력이 있습니다. 우선 실제 공간에 비하여 발상과 구현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보다 적은 노력과 비용, 시간을 소요하여 디자이너가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높은 접근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 공간에 건설된 공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통수단이 요구로 되는 반면, 가상경관은 온라인일 경우 즉각적인 접근이 가능합니다. 해당 영역에 대한 보다 깊은 접근은 추후 연재되는 기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것입니다.      

MR은 Mixed Reality, 혼합 현실을 뜻합니다. 혼합현실은 앞서 언급된 VR과 AR을 같이 활용한 경우로, 가장 적절한 예로는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포켓몬 고 게임이 있습니다. 해당 게임에서 사용자들은 VR과 AR을 동시에 활용하면서 콘텐츠를 소모합니다. MR은 기타 영역들에 비하여 아직까지 학문적인 탐구와 정의는 물론, 시장에 있어서도 자리를 막 잡기 시작한 바, 많은 발전을 요구로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 의미가 가장 객관적으로 확보된 용어들을 우선으로 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반복하여 언급하지만, 각각의 용어들은 아직 체계적인 위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며 파편적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만큼 해당 영역은 아직 젊고, 많은 탐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탐구에 저 말고도 많은 조경인들이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10주에 걸친 기사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다시한번 반갑습니다. 많은 기대가 됩니다. 




Reference
안정옥, 사이버공간과 새로운 현실, 믿음사, 1997
프랑크 하르트만, 이상엽, 강웅경 옮김, 미디어 철학, 북코리아, 2008
James Steele, Architecture and Computer, Watson Guptill, 2001
천명주, 정보기술 사회의 윤리. 가상공간을 통한 정보기술 사회의 윤리적 조건, 2005
김익환, 夢遊桃園圖의 경관 해석을 바탕으로 한 컴퓨터 구현 사이버 스케이프의 구축.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2011
James Steele, Architecture and Computer, Watson Guptill, 2001

저자 김익환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소속 연구원은 석사 과정까지 조경 설계와 경관에 대해 배우고 익혔으며, 현재 가상공간 설계방법론이라는 주제의 박사 논문을 작성 중에 있다. 공동저자 노승민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과 석사 과정생은 향후 가상공간을 본인의 졸업 작품으로 다루고자 연구 중에 있다.

_ 김익환  ·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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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kimss3@gmail.com
_ 노승민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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