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정보학과 실무] 가상공간의 공공성 그리고 게임 그 이상의 가상공간

VR 그리고 조경 - 8편
라펜트l김익환, 노승민l기사입력2018-01-19
편집자주 :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가과학기술분류체계상 조경정보학 (LB1106, Landscape information science, 전산기술을 이용하여 조경계획, 설계, 시공 등의 과정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학술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학술연구 및 활용이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라펜트에서는 "조경정보학과 실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지속적인 학술연구 및 활용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 VR 그리고 조경 - 8편 ]
가상공간의 공공성 그리고 게임 그 이상의 가상공간




글_김익환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연구원
노승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석사과정 



컴퓨터로 구현되는 공간, 특히 공간적 인지가 가능한 가상공간은 높은 접근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직 기술적인 한계 탓에 여러 가지로 실공간에 비하여 부족한 점이 많은 가상공간이지만, 이 접근성만큼은 실공간을 뛰어넘고 있지요. 아무리 오지에 있는 인원이라 하더라도 온라인으로 연결만 된다면 그 어느 가상공간이든 접속하여 뛰어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디자이너에게 있어 설계 영역으로서의 큰 매력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실공간보다 더 많은, 그리고 다양한 인원들이 손쉽게 본인이 설계한 공간에 찾아올 수 있는 만큼, 디자이너는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본인의 의지와 철학 등을 피력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높은 접근성을 지니고 있는 가상공간을 하나의 설계 영역으로 접근하게 되면서 저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질문 하나를 계속 묻어두게 되었습니다. 가상공간이 높은 효율과 함께 많은 이들이 접속하여 해당 공간을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과연 공공공간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해당 방향으로의 발전가능성이 있는지 하는 점입니다.

현재 많은 가상공간들은 결국 게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버추얼 갤러리라던가 기능성 게임 등 기타 몇몇 매우 특수한 목적으로 구현되는 가상공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지극히 실험적이며 그 활용과 접근이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직까지는 가상공간이 기술이 사회에 자리를 잡고 있는 단계인 만큼, 가장 자극적으로 흥미로운 매체인 게임의 모습을 빌리고 있지요. 그리고 많은,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며 게임 속의 가상공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람들의 수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해당 공간을 활용합니다. 물론 게임에 따라서는 미성년자의 접속이 불가하거나 특정 인원대로 사용자가 한정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실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인원들이 같은 가상공간에서 뛰어놀고 있습니다. 특정 게임에 한 달간 접속한 인원의 수가 여태 센트럴 파크가 지어진 후로 수용한 방문객 수보다 많듯이요. 

하지만 단순히 접근성이 높고, 다양하고 많은 사용자들을 수용하고 있다고 현재 게임 속 가상공간이 공공공간이라 일컬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만약 게임 속의 가상공간의 형태와 그 활용도 등에 있어서 가장 유사한 실공간 사례를 꼽는다면 테마 공원일 것입니다. 테마공원은 상호교환적인 오락 및 관람이라는 특수한 행위를 목적으로 조성된 인공적인 공간으로, 사용자는 설계된 어트랙션 코스의 선형 동선을 따라 이동을 하며 행위와 체감 등을 진행합니다. 게임 공간 역시 게임의 주제 및 형태에 따라 소소한 차이는 있지만 결국 이러한 형태를 취합니다. 그리고 테마공원은, 비록 공원이라는 접미어가 붙고 있기는 하지만, 특정 소유주 혹은 단체의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구현된 만큼 해당 공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비용에 대한 지불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게임 속의 가상공간 역시 하드웨어의 확보와 온라인 접속 가능 여부 그리고 해당 게임 매체의 구입을 전제로 한 참여를 요구로 합니다. 가상공간의 접근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방대한 인프라의 구축과 일정한 비용이 전제로 되어야만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기회비용이 솔직히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누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듭니다. 누구나 콘솔 게임기를 구매하고, 지구상 어느 국가에서든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말입니다. 

또한 게임 속 가상공간에는 다양한 인원들이 수용되기는 하나, 해당 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가 오락 하나로 제한된다는 점 역시 공공공간으로서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동시에 특정 공간에 접속을 하나 이들의 행동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근소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들은 결국 게임을 한다는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뿐입니다. 실공간에서의 오픈스페이스 혹은 공원에서와 같은 탄력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며, 이 탓에 단순히 많고 다양한 인원들에 대한 수용이 아닌, 다양한 행위들의 수용이 이루어진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 탓에, 지금의 가상공간이 높은 접근성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무래도 공공공간이라고 칭하기에는 어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마치 테마공원이 정확하게 그러하듯이, 半공적인 사유지의 개념에 가깝지요. 게임 속의 가상공간은 어디까지나 개발을 진행한 게임 업계에게 소유된 영토이며, 그 안의 사용자들은 제한된 용도에 한하여 일정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 상태는 가상공간의 잠재력을 여태 지극히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발전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매체건만, 기업 혹은 개인의 이윤에 그 용도가 한정되어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동시에 가상공간의 방향성이 설정되던 초기의 단계에서 공공공간을 설계하던 영역에서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그럼 뒤늦게나마 가상공간이 진정 공공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에서 언급되었던 문제점들에 대한 단순한 일대일 대응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무상으로 배포되어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형태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게임과 같이 오락적인 흥미 하나만을 전제로 구현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인원들의 다양한 목적들을 탄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도출은 보다 진중한 접근을 요구로 하게 됩니다. 무상으로 배포된다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컴퓨터나 각종 가상공간을 연출하는 기기의 보급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오락적인 형태가 아닌 다른 어떠한 다양한 행위들에 대한 포용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들을 전제로 하여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공적 의의를 지니는 가상공간에 대한 착안과 그 구현이 가능해진다면, 이는 진정으로 향후 조경인들이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물론 그게 어떠한 형태를 취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매체가 되겠지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활용도 역시 지금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것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유사한 시도가 지금도 심심찮게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 공원에 스마트한 놀이기구를 배치한다든가 혹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오벨리스크와 같은 시설물을 도로변에 설치한다던가와 같은 일련의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가상공간 혹은 IT 기술을 활용하여 실공간 설계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방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가상공간을 비롯한 IT 기술의 영역을 대상으로 조경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존에 없던 어떠한 가상공간과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역시 지금 요구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주제에 대해 비단 한 두명이 아닌 조경계가 다 같이 고민을 하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소수의 연구원 혹은 설계가가 마주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문제일 것입니다.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이고요. 그리고 지금 아직까지는 단순히 말초적인 형태의 게임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가상공간을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이, 언젠가 조경가의 손에서 제안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 김익환  ·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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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노승민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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