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정보학과 실무] 조경에서의 VR, VR에서의 조경

VR 그리고 조경 - 2편
라펜트l김익환, 노승민l기사입력2017-12-01
편집자주 :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가과학기술분류체계상 조경정보학 (LB1106, Landscape information science, 전산기술을 이용하여 조경계획, 설계, 시공 등의 과정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학술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학술연구 및 활용이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라펜트에서는 "조경정보학과 실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지속적인 학술연구 및 활용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 VR 그리고 조경 - 2편 ]
조경에서의 VR, VR에서의 조경




_김익환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연구원
노승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석사과정 



조경과 VR, 두 단어를 나란히 써두고 있노라면 어째 막막한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이 둘로 어떠한 융합을 꾀하라는 것인지. 조경이라는 단어에서는 자연을 벗 삼아 신록이 물든 경관을 가꾸고 그 안에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막연히 떠오르기 마련이고, 그에 반해 VR이라 함은 어째 차갑고 날카로운 철제 상자에 쌓여 알 수 없는 소리와 뜻 모를 문자들을 나열하는 그런 컴퓨터의 이미지가 전달되기 마련이지요. 이 둘을 엮고 그 교집합을 꾀한다는 모습이 쉬이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요 근래 학술대회나 출판되는 논문들을 살펴보면 건축을 비롯해서 조경, 도시설계 등의 실공간을 다루는 학문에서 VR 혹은 AR 등을 부분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사례들은 게임을 만드는 툴인 게임 엔진을 활용하여 경관을 만들고 이를 경관 평가 도구로 활용을 하자는 일련의 시도들이며, 그 외에도 학생들에게 조경 설계를 훈련시킴에 있어서 게임 엔진을 활용해보았다는 실험적인 논문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향후 VR 공간에서 활용이 가능한 수목 도감을 만들어 보자는 주장을 하는 논문들도 있고요. 이러한 접근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큰 맥락에서 보았을 때, VR과 게임의 영역에서 활용되는 수단들을 조경의 영역으로 끌고 와서, 이들을 보다 나은 실공간 설계를 도와주는 도구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조경의 영역을 풍성하게 하고, 그 깊이를 깊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또 다른 방향으로 두 분야의 융합을 꾀할 수 있습니다. 조경에서 통용되던 방법론을 VR 설계 및 구현에 적용을 하여, 조경을 보다 나은 VR 환경을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보이십니다. 그럼 결국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냐, 거 게임 같은 거에 무슨 조경 기법을 필요로 하느냐, 애들 장난감을 만드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을 수없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현재 우리 사회에서 VR이라 함은 디지털 게임을 떠올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비디오테이프와 인터넷이 그러하였듯, 새로운 매체가 대중에게 소개되는 과정에서 해당 매체는 사회에 최대한 신속하게 침투하기 위하여 가장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흥미를 제공하는 형태를 취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해당 기술이 사회에 정착을 하고나면, 대중은 이를 보다 생산적인 용도로 활용하게 되지요. VR 역시 그러한 단계에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오락거리와 게임에 치중되어 있지만 의외로 빠르게 그 본래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설령 게임의 단계에서 논한다고 하더라도, 게임 속 VR 환경을 설계하는 데에는 조경에서 다루는 설계 방법론들과 그 인력들을 적극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실제 공간을 설계하고 도면을 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형도를 원도로 삼아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는 지형과 자연 환경 요소들이 가장 편집하기가 어렵고, 설령 토목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많은 기회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풍향, 방향, 중력과 같이 아예 조율이 불가능한 환경 요소들도 많습니다. 결국 설계라는 것은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요소들 사이에서 디자이너의 의지와 사용자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행위일 것입니다. 하지만 VR 공간에서는 이러한 조율이 불가능한 환경 요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깊숙이 들어가게 되면 VR 공간을 구성하는 픽셀의 수라던가 텍스처의 수 등, 소소한 제한들이 있겠지만 이들은 실공간 설계에서 마주하는 제한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이렇듯 제한이 없어 VR 환경에 대하여 디자이너는 꿈꾸는 모든 요소들을 버무려서 멋진 신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실제 해당 환경을 만드는 게임 업계들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VR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제한이 없는 환경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거나 혹은 모든 것을 표현하고자 하다가 폭주를 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제대로 설계를 진행하려하여도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은 탓에 쉽지가 않지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북쪽으로 져야하는지, 그리고 비가 아래로 내릴지 위로 솟구칠지 등도 모두 고려의 대상이 되는 만큼,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환경 요소들까지 모두 설정을 하고 설계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즉, VR 공간을 구현한다는 것은, 어쩌면 실공간 설계보다 더 많은 것들에 대해 고려를 해야 하고, 더 복잡한 과정을 요구로 함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BOUND. Plastic,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2016]

그런 만큼 현재 게임과 VR 환경을 설계하고 만드는 학계와 업계에서는 조경의 힘을 절실히 요구로 하고 있습니다. 공간 사용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고, 행위를 기반으로 한 공간의 설계 기법들. 그리고 그러한 설계를 진행하는 것에 훈련된 인력들은 조경의 영역에서 적극적인 제공이 가능합니다. 물론 VR 환경을 새로운 설계 영역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경 설계 기법들에 대한 치환과 추가적인 설계 방법론들에 대한 훈련을 요구로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VR 환경에 조경을 수단적 요소로 적용시키는 접근의 방향성은, 무엇보다도 조경의 영역을 보다 넓힐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조경의 영역을 넓히거나 그 깊이를 더하는, 새로운 매체와의 융합은 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난관들은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난해함이나 학술적인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영역들에 대한 편견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편견들은 해당 영역의 상황이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그러한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영역의 발전보다는 순수함을 고집하고, 도전보다는 영역의 보존을 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저는 캐드가 처음 소개되고 많은 분들이 그 활용성에 대해 논하던 90년대 초반의 논문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논문들이 나올 때 학계의 반응들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가 조경 설계를 한다는 것이냐, 그러한 것에 예술적 가치를 기대할 수 있느냐, 이대로 설계가들이 모두 실직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냐.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았지만 어떻게든 우리는 새로운 매체를 조경에 적응시키는데 성공하였고, 덕분에 조경은 새로운 기회를 얻고 그 영역을 보다 넓힐 수 있었습니다. 작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힘든 상황인 만큼 새로운 영역들로의 확장을 꾀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와 시도를 진행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파이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Reference
윤홍범, 김우성 식재 설계 지원 CAD 프로그램 개발, 한국조경학회지, 1996
이명우, 조경설계에 있어서 컴퓨터그래픽의 이용 : 설계과정의 표준화와 그 적용, 환경과조경, 1993
성산, X3D-가상현실을 적용한 야간경관 평가의 타당성 연구, 서울대학교 생태조경시스템 공학부, 2002
김진모, 컴퓨터 그래픽스 응용 연구 현황 (디지털 식물 기술), 영상문화콘텐츠연구, 2013
김진모, 가상 조경 생성을 위한 디지털 잎 저작도구 개발, 컴퓨터그래픽스학회논문지, 2015
노승민, 조경분야 디자인 툴로서의 가상현실 게임엔진의 활용방안 연구, 한국조경학회지 2017


저자 김익환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소속 연구원은 석사 과정까지 조경 설계와 경관에 대해 배우고 익혔으며, 현재 가상공간 설계방법론이라는 주제의 박사 논문을 작성 중에 있다. 공동저자 노승민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과 석사 과정생은 향후 가상공간을 본인의 졸업 작품으로 다루고자 연구 중에 있다.

_ 김익환  ·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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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노승민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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