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정보학과 실무] 실공간 설계에서의 디지털 게임의 가능성

VR 그리고 조경 - 9편
라펜트l노승민, 김익환l기사입력2018-01-28
편집자주 :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가과학기술분류체계상 조경정보학 (LB1106, Landscape information science, 전산기술을 이용하여 조경계획, 설계, 시공 등의 과정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학술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학술연구 및 활용이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라펜트에서는 "조경정보학과 실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지속적인 학술연구 및 활용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 VR 그리고 조경 - 9편 ]
실공간 설계에서의 디지털 게임의 가능성




글_노승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석사과정 

김익환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연구원




앞서 연재된 글들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였듯이, 가상공간과 조경과 같은 실공간 사이의 융합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가상공간의 각종 방법론 및 테제들을 실공간으로 이식하는 방법, 그리고 실공간에 관련된 여러 요소들을 활용하여 가상공간을 구성하는 방법입니다. 전자와 후자 모두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각종 학회 혹은 프로젝트 등을 살펴보면 가상공간을 실공간 설계의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하기 위한 도구로써 접근하고자 하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아무래도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상공간이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꾀하고는 있는 시기이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이를 개발하고 구현하는 IT 기술적 영역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취하고 있을 뿐이며, 실제로 해당 기술을 활용하여 실용적인 도구를 구현하는 것은 게임의 영역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물론, 이러한 시도는 매우 소중합니다. 지금은 비록 실험적이고 부족한 면이 많을 수 있겠지만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에 좋은 기회입니다. 무어의 그래프에서 언급하였듯, 의외로 아주 빨리 실용적 활용이 가능할 것이고요. 그런 맥락에서 이번 회에서는 가상공간과 게임 공간이 실공간에 어떻게 활용된 사례가 있는지, 그 실험적 사례들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사례로는 최근 성공한 디지털 게임 중 하나인 ‘Minecraft’를 들 수 있습니다. Minecraft는 플레이어가 정육각형의 3D 블록을 자유롭게 조립하여 가상공간을 만드는 디지털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는 단순할 수 있으나,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을 마음대로, 그리고 제한없이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성공을 가지고 왔습니다. 


[Micecraft]

그리고 스웨덴의 한 공무원이 어린 아들이 이러한 Minecraft를 플레이 하는 것을 보고 비전문가도 쉽게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디지털 레고 형식의 게임이 도시계획을 위한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효율적인 커뮤니티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착안하였습니다. 그는 우선 Minecraft를 통해 스웨덴의 한 지구의 매립 문제에 대해 대중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방법을 제안하였으며, 해당 제안을 계기로 2012년 유엔 해비타트 (UN-Habitat)와 Minecraft의 설립회사인 Mojang은 함께 ‘Block by Block’이라는 글로벌 파트너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Minecraft로 제작된 게임 속 가상공간과 실제 도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Minecraft가 도시계획과 커뮤니티 설계 도구로서 유효한지, 그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연구진은 나이로비의 빈민가를 시작으로 다양한 도시들의 환경문제, 공공공간 개선문제 등을 진행함에 있어 주민들을 효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해당 게임을 활용하였습니다. 기존의 탑다운 형식의 주민 설명회 등은 주민의 참여율과 소통에 충분히 효과적이지 못하였던 반면, 게임을 활용한 이 새로운 방법은 주민들의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프로젝트의 성공을 크게 위요시킬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게임화, gamification을 활용하여 주민들의 흥미를 유발한 것을 나아가 비전문가들도 상상하던 공간을 손쉽게 3차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본 프로젝트의 큰 성공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또한 나아가 주민들은 스스로 공간을 조성해보는 과정에서 공공공간의 설계 원칙과 공간 프로그램의 기획 등에 대하여 스스로 깨우치고 토론을 할 수 있었으며, 이는 공간 사용자의 행위를 효율적으로 교정하고 선도하는 역할 역시 게임을 활용함으로서 가능함을 시사하였습니다. UN HABITAT의 Block by Block 팀은 계속해서 글로벌 공공 공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국가들에서 그 효과를 인정받아 펀딩을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Cities: Skylines 라고 하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도시를 설계, 구현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사용자가 도시를 제작할 수 있을뿐더러 도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습니다. 심시티, 라고 게임에 익숙지 않으신 분들도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에 대해서는 익숙하실 텐데, 해당 게임은 그런 심시티의 보다 진화된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물론 실제 도시계획의 정밀성과 깊이에 비교한다면 이러한 게임은 아직까지 게임에 불과한 수준임이 분명합니다. 그래픽이 정교하고 예쁘기는 하나,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는 그 정도가 확실히 얕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깊이의 정도를 떠나서 상호교환이 일어나는 여부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위계 여부, 그리고 도시설계를 진행하는 과정 등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Cities : Skylines으로 제작된 스톡홀름과 서울]

이러한 요소들은 Cities : Skylines을 비롯한 다양한 도시설계 게임들이 향후 minecraft 가 그러하였듯이, 주민을 대상으로 하여 제안하고자 하는 도시설계의 타당성을 이해시키는데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도시설계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효율적인 교육 수단 역시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마지막 사례는 건축가가 만든 게임 ‘Block’hood‘입니다. 해당 게임은 1인 제작, 즉 인디 게임으로 미국의 호세라는 건축가는 누구나 게임을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게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개발을 하였습니다.  

해당 게임은 작은 수직 도시를 제작합니다. 게임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지요. 마치 minecraft와 같이, 사용자는 정육면체 단위의 공간을 쌓아서 수직 도시를 조립하게 됩니다. 다만 minecraft와는 달리 해당 게임에는 단위 공간이 각각 고유의 공간적 특성을 정교하게 지니고 있습니다. 


[Block’hood]

무엇보다도 뛰어난 점은 녹지, 수공간, 주거공간, 레저 공간 등등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각각의 유닛들이 서로 어떠한 상호교환을 진행하는지를 매우 디테일하게 연출한다는 점입니다. 사용자는 수영장의 물이 어떻게 증발하여 주변의 습도를 조절하는지, 수영장 아래로 녹지를 배치하였을 경우 수자원을 어떻게 재활용을 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유닛 간의 상호교환을 고려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공간을 조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을 조직하며 사용자가 가질 수 있는 공간적 이해 등은 실공간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하나의 테제로 발전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정확하게 이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가 노리던 바일 것입니다. 이 게임은 STEAM에서 다운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혹 실제 다운을 받아보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말씀을 드리자면, 본디 개발자가 아닌 인디 개발자가 구현한 게임이다보니 UI적인 면에 있어서 꽤나 불친절한 게임이기에 플레이를 진행하고 익숙해지기에 상당한 노력이 요구로 된다는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세 가지 게임은 물론, 도시설계 혹은 건축, 조경 설계를 맛볼 수 있는 다양한 게임들이 현재 시뮬레이션 게임, 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고 또 유통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게임들이 도시설계를 전공하신 전문가들의 눈에는 많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함에 있어 주민들을 설득시키고 보다 나은 안을 취할 수 있게끔 하는 교육의 자료로 그 유효성이 증명되고 있으며, 아직 해당 영역을 배우고 훈련하는 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교육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아직까지 이러한 수단으로서의 활용을 보다 본격적으로 추구하기에는 지금의 매체들은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흥미를 전제로 제작된 게임이다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많지요. 조경, 그리고 도시설계와 같은 영역들은 의외로 후학을 위한 교육수단을 활용하는데 있어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하는 바가 있습니다만, 이러한 새로운 방법론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도입과 발전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_ 노승민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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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m9343@snu.ac.kr
_ 김익환  ·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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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kimss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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