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당신은 조경을 사랑하십니까?

이애란 논설위원(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라펜트l이애란 교수l기사입력2018-02-22
당신은 조경을 사랑하십니까?




_이애란(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올해의 칼럼을 맡기로 약속한 후 새해의 시작인 설날을 보내는 기간에 첫 글을 쓰게 되었다. 항상 특강이나 글을 부탁받을 때면 주제를 주실 때가 가장 편하다. 같은 생각인진 모르겠으나 무슨 일을 하던 목표와 주제를 정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 거라 여겨진다. ‘시작이 반이다’는 뜻 속엔 시작 안에 목표와 계획과정에 대한, 그리고 예측가능 한 선에서의 결과도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1년간의 본인이 맡은 대여섯 편의 칼럼 중 오늘의 글이 시작이며 반이지 않을까 해서 생각도 많아지고 고민도 됐다. 새해의 첫 명절을 대가족들과 지내고 조상님도 찾아뵈며 과연 올해의 화두는 무엇으로 시작할까 생각하다가 잠시의 휴식 속에 문득 ‘나는 삶의 내용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보았다.

요새 관태기라는 새로운 언어가 있다. ‘관계의 권태기’의 약어라 한다. 관계는 인간이 사회적 생물로서 시작된 필연적, 혹은 선택적인 연결망이다. 개인의 능력이나 소유한 자산으로 내가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만은 없는 사회다. 사적 관계에 있어서는 나와 너, 나와 가족, 비공식적인 관계 등이 있다. 공적으로 보면 개인과 개인, 개인과 모임, 모임 내에서의 조직체계, 혈연이나 지연 그리고 학연의 내용 등으로, 직업이나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무수한 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반면, 복잡한 듯하지만 ‘6단계 분리이론’ 실험처럼 평균적으로 6단계만 거치면 하나의 연결망으로 아는 사람이 된다는 인연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다시 ‘나는 삶의 내용들을 사랑하는가?’라는 생각을 해보면, 삶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또는 자연스럽게 직간접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전공의 직무나 직업에 대해 되짚어본다. 나에게 있어서 삶은 조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삶의 대부분을 채우는, 그 조경의 내용들은 무엇일까? 우선 이론으로서의 기초학문과 실무적 능력에서 시작하여 사회적인 직종으로서의 조경, 그리고 시대에 따라 초창기의 조경에서 변화되고 확장된 영역도 포함될 것이다. 이 속에서 우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이 시대가 요구하고 제안하고자 하는 업무들을 하고 있다. 그러한 우리들이 새해 인사로 가장 많이 하는 인사말이 건승하시고 목표로 하는 일들 다 이루시라는 것과 또 하나는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경인은 건강과 행복 속에 건승하고 소망한 일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할까? 나는 ‘사랑하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인사를 실제 보내진 못했다. 사랑은 다양한 의미와 유형, 실천방법이 있지만 목표는 어찌됐건 사랑이다. 사랑한다면 시키지 않아도 항상 연락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누고 싶고 챙겨주고 싶다. 집중하게 되고 반응이 왔을 때는 더 큰 반응으로 함께 하고 싶다. 하지만 실천과 노력은 시간이 갈수록, 대상의 반응이 사그라지거나 변하면, 숙명으로 여기지 않은 이상은 지치거나 실망해 사라지고 만다. 또한 애증으로 남기도 하고 다른 대상으로 옮겨 가기도 한다. 나는 조경을 사랑하는가? 우리는 조경을 사랑했었나? 계속 사랑할 것인가? 사랑하지 않아도 우연한 시작으로 조경을 만났을 수도 있고, 만남이나 관계란 사랑 없이도 수십 년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사랑이나 무관심에 대해 그 깊이나 유형을 완전히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의 한계도 있어 서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인할 수도 있다. 

조경의 영역이 변화와 확대, 그리고 융합의 시대적 상황에 응하고 있다. 조경인들은 각자의 생존 전략과 발전을 향한 노력 속에 다양한 학회·협회 단체들이 하나로 소통하는 노력들도 보이고 있다. 단체의 수는 많은 듯 하나 한두 사람만 연결하면 모두가 아는 관계이다. 관계가 복잡한 듯 하나 구체적으로 알고 보면 그 대상은 강하거나 약한 연결고리 속에 있다. 여러 연결망 속에 약하게 속한 사람도 있고 비공식적인 고리 속에 강하고 끈끈한 내적 관계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관계망의 강하고 약함, 다수거나 하나거나, 리더 거나 소속멤버거나 다 조경인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확장된 조경인의 그룹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각자가 조경을 사랑한다는 전제하에 서로를 신뢰하며, 견고한 관계망에 참여한다면, 조경의 미래를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시대건 국가나 종교 등 집단사회는 계속 다양한 영역들을 서로 침범하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지키려하며 그 과정 속에 발전하여 왔다. 우리의 영역 또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 여러 환경에 적응하고 대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힘든 과정들을 복잡한 관계 속에 계속 형성할 수 밖 에 없다. 

지금의 시대는 관계에 지쳐있거나 실망하는 관태기의 시대적 흐름도 있는 반면, 열정적으로 즐기고 사랑해서 새로운 업역을 만들어가는 무서운 성장 동력의 업역들도 수없이 생성되고 있다. 조경인들 안에서도 그러하다. 각자의 위치가 현재는 학생이거나 직장인일 수도 있고, 결정자의 위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위치는 현재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시작은 경험도 없고 익숙하지 않을 수고 있고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경험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랑속의 신뢰와 공동체내외의 호혜성이 갖추어 졌을 때 성과와 가치는 극대화될 수 있다. 다양한 동기로 조경을 만났다면 혹은 조경으로 수십 년을 채워갔다면 그 함께 한 시간들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사랑의 방법들을 상시 모색하는 노력들을 공유했으면 한다. 기존의 방식이나 각자의 영역 안에서 자신의 안전한 보호망에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면, 때로는 움직이지 않는 부동체로 반응이 없다면 흩어지고 사라질 수밖에 없는 숙명에 이르는 시대를 만나고 있지 않나. 활동과 성과에 있어 연령이나 경력의 수직체계가 유연성 없이 계속 이어진다거나 누구는 말만하고 누구는 일만 한다면, 강한 조직과 연대만을 고수하거나 스스로 타성에 휩싸여 미리 포기하거나 소극적으로 뒷자리에서 지켜본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못한 것을 우리는 역사적 사실로도 알고 있다. 나는 존재하고 있으나 우리와 미래 조경인은 성장하고 있는가. 우리 미래세대와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한 조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조경을 사랑하는 조경인으로서 사회적 관계의 집단자본을 이용하여 상생의 길을 걸어야하지 않을 까. 그 시발점 중 나이테의 한 켜가 2018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_ 이애란 교수  ·  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다른기사 보기
arlee@cju.ac.kr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