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바디쇼, 꽃을 이용한 동적인 경험 제공해″

[인터뷰] 박미옥 나사렛대 교수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8-04-19
2018 태화강정원박람회. 60여개의 정원 작품들이 한데 모여 관람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식물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개막식날, 정원박람회 한 켠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꽃으로 소품을 디자인해 선보이는 '플라워바디쇼'가 열려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박미옥 나사렛대 교수는 "정적인 활동이 중심인 정원박람회에서 '플라워바디쇼'는 동적인 흥미와 추억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박미옥 나사렛대 교수


태화강정원박람회 준비과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실 텐데, 소감은?

태화강 정원박람회는 우리에게 정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적인 공간, 생태적인 공간, 물의 공간인 태화강에 정원이라는 주제가 더해졌을 때 비로소 정원은 개인의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작품에서 합리성을 추구하는 종합과학예술로, 미적인 아름다움에서 생태적 건강성과 아름다움의 조화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태화강 정원박람회에는 플라워바디쇼 외에도 정원콘서트, 비보이공연과 버스킹, 통기타 콘서트, 학춤과, 시립교향악단 공연, 무용, 마술공연, 인형극, 의장대 등의 이벤트를 통해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민과 함께 하는 참여프로그램을 통해서 모두 함께 하는 정원문화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아울러 정원디자인학회를 비롯한, 녹색포럼, 가든토크쇼, 사진대회 등 정원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학술프로그램들도 기획되었습니다.

태화강 정원박람회는 무엇보다도 태화강을 사랑하고 정원을 사랑하는 울산시민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그 뒤에는 울산시와 산림청, 조직위원회 등 많은 행정적 전문적 지원이 함께 한 좋은 모델입니다. 태화강 정원박람회를 통해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부활한 태화강, 생명정원도시 울산시가 정원문화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플라워바디쇼를 기획하시게 된 이유는?

태화강은 생명입니다. 태화강에 생명이 흐르듯 ‘생명정원’도 흐르고, 그 중심에 플라워바디쇼가 있습니다.

플라워바디쇼를 통해 제가 나타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태화강이라고 하는 물리적인 실체를 캔버스 삼아, 태화강의 역사와 문화와 생태를 하나의 작품으로 연출하고 태화강이 지니는 ‘생명’의 상징성을 담아내고자 하였습니다. 나아가 태화강이라는 정적인 무대에 꽃과 음악을 담은 인체의 움직임을 통해 역동적인 정원, 움직이는 정원을 연출하고자 하였습니다.

정원박람회는 정적인 활동이 중심이 되다 보니, 시각적 아름다움과 그 내용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탐방객들에게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는 무언가 부족한 듯한 아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플라워바디쇼는 이러한 정적 공간과 활동에 동적인 흥미와 추억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꽃을 직접적인 재료와 주제로 진행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 된 상징성과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플라워바디쇼는 글자 그대로 인체가 지니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겉으로 드러나는 감출 수 없는 멋, 그리고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을 적절히 조합하여 조화를 이루는 의도된 연출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플라워바디쇼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플라워바디쇼야말로 태화강 정원박람회의 하이라이트라는 사명감으로 몇날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웠습니다. 작가 선정에서부터 작품, 모델, 그리고 배경음악에 이르기까지 정원박람회를 빛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고, 작가들과 모델과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수없이 반복 확인했는데, 결과적으로 정원박람회의 하이라이트로서 정원박람회의 품격을 높였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정원분야와 화훼분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정원박람회에서 개최되는 플라워 바디쇼가 더욱 의미가 있는데요, 이 행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플라워바디쇼 현장

플라워바디쇼의 핵심 요소는 작가와 작품, 그리고 이를 표현할 모델과 배경음악입니다. 저는 단지 이 귀한 보석들을 꿰는 역할만 했을 뿐입니다.

귀한 보석들을 하나씩 소개해보면, 작가선정은 플라워 전공 대학교수와 꽃예술작가 협회 회장급 중에서 플라워바디쇼 작품 활동 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섭외를 해서, 오면 꽃예술학원장, 신경희 예나회장, 주나리 연암대교수를 각각 선정했습니다.

모델 선정에서도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이 있었는데요,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와 상징성을 고려해서 전문 모델보다는 사명감 있는 학생모델과 실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 중에서 선정하였는데, 이게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습니다. 약간은 서툴지만 진지하고 패기 있고 무엇보다도 작품을 이해하고 작품과 함께 녹아들어가는 모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배경음악도 역시 작품 주제와 개별 작품들의 분위기와 모델들의 워킹 시간에 맞도록 미리 음악을 선정하여 편집해서 준비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은 작품에 있을텐데요, 작품은 현대적 감각의 서양형 작품과 전통 한국형을 현대화한 퓨전형 작품의 조화를 고민하여,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1부는 생명의 강 태화강이 죽음에서 생명으로 부활하는 상징성을 담았고, 아울러 부활한 생명의 강 태화강을 나들이 하는 우리 민족의 멋스러움과 정신적 가치를 우리 고유의 전통 한국형 꽃예술 작품으로 표현하였습니다. 2부는 현대적 감각으로 꽃과 정원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모던스타일’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1부의 첫 주제는, 대학생들의 패기있는 젊을 주제로 한 ‘꽃을 그리다’입니다. 90년대 물고기 집단 폐사 사건으로 대표되는 죽음의 태화강이 시민들의 관심과 행정기관의 노력으로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는 생명의 강, 부활의 강, 태화강을 표현하였습니다.  작품 속에는 어둡고 침침한 색상에서 밝고 화려한 꽃의 색상과 감동적인 선율, 습지식물과 울산의 숲, 우산살 재활용, 칼라볼 등 자연과 인공, 재활 등을 통해 새생명의 탄생과 징검다리 생태계로서의 정원, 하천습지를 역동적으로 연출하였습니다.

다음 주제는, 생명과 부활의 강 태화강을 나들이 하는 한국 아낙들의 멋을 고유의 전통 플라워디자인으로 표현하고 퓨전음악에 맞추어 현대화한 이색적인 주제로 설정하였습니다. 자유로운 영혼 어우동 컨셉의 ‘꽃나드리’, 순결하고 수줍은 아가씨의 첫사랑을 표현한 ‘아씨의 마음’, 산들바람에 족두리를 이고 마중하는 신부의 싱그러움을 나타내 ‘꽃바람 부는 날’, 태화강 정원의 신비로움을 설렘으로 바라보는 아가씨의 비밀스런 마음을 표현한 ‘비밀의 정원’ 등의 작품들을 통해 한국미의 현대화를 추구하였습니다.

2부를 아우르는 주제는 현대적 작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모던스타일입니다. 첫 작품은 손을 형상화하고 선의 역동적 운동성을 표현한 ‘플로리스트 손’, 태화강의 생명과 부활을 친환경적으로 연출한 ‘지구재생’, 태화강을 흐르는 생명의 물소리를 간결하고도 우아한 감각으로 담아 낸 ‘물소리’, 온실가스로 가득 찬 지구라는 온실에서 꽃과 생명으로 부활한 대자연을 꽃의 색상으로 연출한 ‘신비의 색’, 유럽 전통양식을 한국적 감각으로 디자인한 ‘단아한 여인’, 부활한 태화강을 당당히 온 세상에 선언하는 ‘태화강의 귀환’ 등의 작품들로 구성하였습니다.


울산에서 처음으로 정원박람회가 개최됐습니다. 강변에서 개최되는 만큼 조금 특별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시는 바와 같이 정원박람회 주제는 “정원! 태화강에 물들다”입니다. 강은 태초부터 그 자체가 생명의 근원이고, 인류문명을 온전히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생명의 원천인 서식처이며, 생명이 흐르는 이동통로이며, 대기와 수질 등 나쁜 오염물질들을 걸러내는 장벽이면서 흡수하고 정화하는 정화조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사람들의 삶의 현장이며 영원한 고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특히 태화강이 지니는 생태적 상징성에 주목했습니다.

연어가 돌아오는 태화강이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변한 과정들을 우리는 지켜보았습니다. 연어가 돌아오듯 생명이 돌아오고, 이제 그 생명의 완성은 이번 정원박람회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생명의 강 태화강, 생태적으로 중요한 태화강이 또다른 변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바로 태화강 생명 정원이, 한걸음 더 나아가서 생명을 노래하는 생태문화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점쳐봅니다.

이번 정원박람회가 개최된 울산에 대해 생각해보면, 울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업도시로 알려져 있으면서도 최근에는 생태적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한 생태도시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번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생명정원도시 울산, 생명정원도시 수도 울산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태화강에 주목하고 있지만 울산에는 그 외에도 많은 하천생태계와 도시숲과 산림과 공원녹지들이 분포하고,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산줄기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습지들이 즐비합니다. 바닷가에는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래를 주제로 한 암각화를 비롯한 크고 작은 생태자원들이 또다른 정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생명이 흐르는 태화강, 사람과 생명이 조화로운 태화강, 정원과 사람과 생태가 함께하는 멋진 태화강 정원이 생태와 정원을 아우르는 미래 정원의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교수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역사적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문화를 통해 사람들은 정원을 만들거나 자연을 정원으로 끌어들여 벗 삼아 즐겼습니다. 이는 정원이 곧 고대 문화의 중심 공간임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현대의 정원 개념이 태초부터 인류와 함께 한 문화적 원천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정원에는 생태계 문화서비스로서의 기능이 이미 내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태계 문화서비스 연구 및 특히 정원의 생태계 문화서비스 기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원의 생태문화적 기능을 규명하고 생태복지로서의 정원문화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정원의 생태계 문화서비스로서의 개념 정립 및 현상 규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정원의 생태문화적 구조와 기능을 정립하고 정원 유형화 및 유형별로 표준화된 모델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또한 정원에 대한 인식증진을 통해 우리나라의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기여하고자 합니다.


정원문화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면?

태화강 정원박람회는 정원문화 영역이 얼마나 폭넓게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원은 창의적이고 심미적인 태도를 담은 예술적 작품이며, 한편으로는 기술적이고 생태적인 태도를 담은 상품을 생산하는 과학적이며 산업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원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아이디어의 도출로부터 시작해서 계획 설계와 조성 관리의 과학적 프로세스를 담은 디자인 과정을 거치며, 정원 상품으로서의 산업적 의미와 더불어 장소성을 담고 교육적인 의미까지도 포함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원에는 조형미의 원리와 요소, 생태계 구조와 기능 및 형성과정 등이 반영되며, 주제와, 재료, 공간 및 장소 등이 만족될 때 다양한 유형의 정원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등 모범적인 사례가 되는 외국의 도시들은 ‘Garden in a City’를 넘어 ‘City in a Garden’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도시도 녹지의 확산과 같은 전통적인 전략을 넘어 정원 속 도시를 현실화할 수 있는 생명정원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정원을 중심으로 한 생태문화관광이 활성화되는 등 우리 모든 국민들이 정원이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 혜택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그린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원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정원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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