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방법 찾기 3장

이애란 논설위원(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라펜트l이애란 교수l기사입력2018-10-23
신뢰와 약속으로 함께 만들기 3장




_이애란(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생활권 녹지공간’은 도시 내 녹지시설(green infrastructure) 중 생활권의 마을이나 동네 규모에서 공원부터 가로수길, 옥상정원과 옥상녹화, 수변공원까지 인공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다면, 다층적 입체녹화체계의 유형을 가지고 있다(송인주, 2013). 또한 주거지 주변의 가로 공간은 거주자들의 생활공간으로서 기능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구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성되어야 한다(김묘정, 2013). 이러한 근린주구의 녹지와 가로, 오픈스페이스를 대상으로 마을단위, 가로단위에서 주민이 직접 가꾸는 커뮤니티가든 형태인 마을정원이나 게릴라가드닝, 오픈가드닝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는 사회적 기업이나 지자체, 관련 학회, 교육기관 등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과 연동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민정원사나 숲해설가가 전문가들과 함께 주민이나 지역민들의 조력자나 교육가로서 함께 참여하고 있다. 벌써 10여년 이상의 참여형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업의 확산에 전념하다보니 실제 참여과정에서 다양한 가치들을 면밀히 들여다볼 기회가 적지 않았나 싶다.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주민의 입장에서 마을정원을 만드니 살기 좋고 서로 인사하는 행복한 마을이 되었나? 삭막했던 개인적인 관계들이 변해 주민간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나? 슬럼화에서 벗어나 환경도 좋아지고 안전한 마을이 되었나? 또한 봉사자나 전문가들은 어떤지. 꽃과 나무가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 선한 목적으로 참여했다. 활동 후 어떠한 성취감이나 변화가 있었을까? 종합해보면, 여러 유형의 참여자들이 녹화활동에 참여한 목적과 과정의 상황들에서 이런 의문들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첫째, 주민들은 마을정원을 만드는 목적이 감상이나 취미, 건강 등 개인적인 범위에서의 목적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참여목적형’으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원을 매개로 본인이 평소에 친한 사람들과 함께, 혹은 동아리와 단체 등을 통한 커뮤니티활동을 원하고 있었다. 둘째, 활동내용을 참여활동과 공간시설조성의 두 가지로 살펴보자. 참여자인 지역주민과 전문가 및 봉사자(이후, 전문봉사자)들 간에 차이가 있을까? 설문결과 지역주민이 전문봉사자보다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거주하는 공간을 본인이 직접 만들며 하나둘 변화해가는 과정에 보람을 느끼고, 크게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이 기회로 이웃들과 인사라도 하고 환한 환경으로 바뀐 것에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셋째 사업전후의 비교에 있어서는 녹화에 참여한 활동은 만족도가 높았으나, 공간조성은 활동정도에 비해 만족도가 낮았다. 왜 그런지 살펴보니 주민들은 녹화프로그램의 학습이나 설명회, 작업과정의 참여에 대해 공간조성의 결과보다 높은 성취감을 느꼈다. 그러나 전문봉사자들은 녹화활동이 좋아 참여하다보니 커뮤니티활동과 같은 보이지 않는 활동과정보다는 조성결과인 공간이 얼마나 더 잘 조성됐느냐에 관심과 성취감을 갖고 있었다. 넷째 녹화사업을 통한 사회적 자본의 형성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공동체의 신뢰와 규범은 사업 후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세부적으로는 공동체내 사적 신뢰와 공동체간 공적 신뢰, 마을의 치안과 안정성, 공동의 규약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효과를 나타내었다. 사회적 자본의 구성요소(신뢰, 참여, 네트워크, 규범) 모두 주민이 전문봉사자에 비해 개선효과가 컸다. 주민의 신뢰와 규범은 사업 후에 높아졌으나 반면 전문봉사자는 참여와 네트워크에서 보통이상 정도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참여활동과 공간조성활동을 비교해보면, 참여활동이 사회적 자본 형성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주체별로 주민은 참여활동과 공간조성활동이 사회적 자본 형성에 영향을 미쳤으나 전문가는 조성활동만이 영향을 미쳤다. 

위의 연구 결과 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나 학습 및 소통과정, 조성과정의 프로그램은 주민의 지역커뮤니티를 통한 사회적 자본에 효과를 나타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신뢰와 규범(약속과 안전)이 강화되고 참여와 네트워크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 반면 전문봉사자에 대해서는 사업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물리적 환경개선에 대한 전문봉사자의 명확한 역할 제공과 의견 반영, 공간의 완성도와 조성관리에 참여 등 주체별 차별화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재생뉴딜사업과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의 도농지역단위 사업, 시민이 스스로 가꾸고 관리하는 참여녹화운동은 조경인들이 간과해선 안 될 지속가능한 시대적 요구사업이다. 또한 기존에 해왔던 전문가위주의 결과중심형 사업과 다름에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 사업의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사회이다. 사회관계이다. 관계자본인 사회적 자본에 대한 분석과 해법에 대한 이해와 시행을 통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참여주체가 전문가그룹만이 아님을 인지하여 참여주체별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사업의 가치와 생명력의 중심엔 나와 네가 아닌 우리들이 있다.
_ 이애란 교수  ·  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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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lee@c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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