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지금, 뭣이 중헌디?

글_진승범 논설위원(이우환경디자인(주) 대표)
라펜트l진승범 대표이사l기사입력2018-11-15
지금, 뭣이 중헌디?



글_진승범 대표(이우환경디자인(주))




지난 2004년 이후 최근까지 15년 동안 전국 곳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면서 서울 여의도 면적의 9배에 해당하는 26.6㎢의 산림(식생 보전 Ⅲ~Ⅳ등급)이 훼손되고 200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잘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orea Environment Institute, KEI)이 발표한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 현황’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조경인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산림을 소비하는 이 행태를 우리는 어찌 보아야 하는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금까지의 산림 훼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 ‘탈원전’의 기조 속에 추진되고 있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려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달성하려면 태양광 시설을 위해 서울시 면적의 73%에 해당하는 444㎢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KEI에 따르면 2004년~2018년 8월 사이 15년 동안 환경영향평가협의가 진행된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은 4,450건에 달하며, 특히 이중 66%에 해당하는 2,923건은 2017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불과 1년 반 남짓한 시기에 협의가 이루어져 태양광 사업이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브레이크 없이 가속도가 붙은 채 내달리기만 하는 태양광 발전사업의 최대 피해지역은 다름 아닌 소중한 산림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육상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선 토지의 지목 분포를 보면 전체 개발면적의 60.9%가 임야인 것으로 밝혀졌다.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산림 훼손이 일어날 것을 예상함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2012년부터 2013년 사이에는 임야의 비중이 29.2%에 불과하였으나 2014년부터 올해까지 임야의 비율이 64.6%로 급격히 높아진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국토의 산림을 지키고 가꾸는 일은 누가 하여야 하는가? 바로 산림청이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림인 대한민국에서 산림청은 이를 지키고 잘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실로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민의 혈세로써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2017년이 개청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산림청에 묻는다. 태양광 발전사업으로 사라지는 산림자원이 진정 친환경 에너지 생산이라는 이름에 묻혀 소비되어도 좋은 하찮은 자원이라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를 저지하고 산림을 지키기 위해 정부 안에서 제 목소리를 내보기는 하였는가? 실로 궁금하다.

최근,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산림청은 산림녹화의 임무를 완수하였다며 도시로 눈길을 돌리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물론 도시에도 산림(도시림)이 있으니 근본적으로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산림청의 눈길이 머무는 곳이 순수하게 도시지역의 산림이 아니라 도시공원을 오롯이 향하고 있기에 조경계는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50년간 지니고 있던 제집 곳간의 재물이 사라지는 것은 방치하면서 이웃집 마당의 곡식을 넘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이제라도 산림청은 태양광 발전사업에 제 목소리를 내어주길 바란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하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의 한 방편으로써 태양광 발전시설을 점차 증진시켜 나감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임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목표가 옳다고 하여 잘못된 수단을 사용하는 것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최근 우리는 그와 같은 엄청난 우를 이미 범하여 아프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단 몇 일간의 동계올림픽 경기를 위해 500년간 고이 지켜온 천연림이 사라진 가리왕산의 아픈 경험을 벌써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지난 6월 14일 필자의 녹색시론 ‘그곳에선 어떤 일이 있었나?’를 참고하시길). 최근 강원도가 가라왕산 알파인스키경기장의 국유림 사용 기한을 2023년 8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갱신허가서(당초는 올해 12월 31일까지)를 제출하였으나 산림청에서 불허하였다 하니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며, 이후 남북공동 동계아시안게임 유치활동을 빌미로 예상되는 강원도의 지속적이고 집요한 가리왕산 사용연장 허가 시도에 흔들림 없이 대처하는 의연함을 기대해 본다. 그리 한다 한들 이미 우리는 후손들에게 1,000년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2018년 500년 숲을 지켰다면 지금부터 500년 후엔 복원된 500년 숲이 아니라 1,000년의 천연림을 물려줄 수 있었을 것이므로….

KEI조차도 태양광 발전시설이 임야(산림)에 들어서는 것은 억제하고 농지 등에 입지하도록 유도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마당에 산림청의 뼈를 깎는 반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산림청의 힘겨루기 상대는 조경계가 아니라 산림자원을 하찮고 가벼운 존재로 여기는 정부 내 다른 부처와 지자체가 되어야 한다. 서울시 면적과 맞먹는 산림을 지켜내기에 2030년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_ 진승범 대표이사  ·  이우환경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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