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우리는 ‘신 조경인’이다

이애란 논설위원(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라펜트l이애란 교수l기사입력2018-12-19
우리는 ‘신 조경인’이다




_이애란(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우리는 ‘신 조경인’이다.

12월, 올해의 마지막으로 지인의 결혼을 축하하러 다녀왔다. 신부와 신랑 두 사람은 서로에게 따뜻한 눈빛을 교환하며, 같은 곳을 향한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와 행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옆에 있는 하객들 또한 덩달아 축하해주며 오랜만에 만난 연들에 반가워했다. 2019년을 준비하며, 각자가 있는 위치에서 기획서나 사업 전망, 중장기적 계획들을 바쁘게 준비하고 발표하는 시기이다. 고민이 무척 많다. 사회가 단순하면 문제도 별로 없고 해결도 쉽다. 복잡하고 융합적으로 달려가는 이 시대에 ‘신조경인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미래의 대응 자세’에 대해 ‘나’와 ‘우리’의 불안과 혼란의 혜안을 찾아보자.

10여 년 전만 해도 조경의 영역은 그 이름에서 나타나듯 명확하고 간결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1, 2 그리고 3 정도의 단계면 해결되는 수준의 전문성을 가지고 활발히 움직였었다. 2000년대 접어들어 ‘엄지 척’ 올리던 전공은 손가락을 몇 개는 펴야 끝날지 모를 정도로 확대되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기도 했다. 영역의 위계와 범위, 유형에 있어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정리될 정도로 조경이 할 수 있는 분야는 확실히 많아졌다. 자문이나 학·협회를 가면 주고받는 명함 속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체감하게 된다. 사회와 환경의 확대, 인간의 지적 능력 향상과 시공간의 초월적 정보공유, 과학기술의 발달은 전문분야의 상호간 needs들을 실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학문과 교육의 영역 또한 해마다 쉴 틈 없이 연구주제와 편제가 개편된다. 정통이 어디인지, 기본이 무엇인지 습득하기도 전에 새로운 분야도 같이 짚고 넘어가야한다. 90년대 수업 받던 커리큘럼이나 기업의 아이템을 지금도 고수한다면 쇠퇴하거나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발 빠른 적응력은 도약과 개편으로 새로운 정보들을 함께 싣고 항해하고 있다. 조경이라는 학문 하나를 연구하고 고민하며 기사자격 하나 따서 인정받았던 시대가 과거의 세대였다면, 지금의 신조경인은 산림과 생태복원, 도시와 마을재생, 산업, 국제화관련 등 큰 항해의 바다가 도전이기도 하지만 준비할 것도 많아 그만큼 두렵고 불안하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분야별 교수진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기업에선 새로운 부서로의 미래전략으로 네이밍을 변경하기도 한다. 


‘신조경인으로서의 나’

사람들은 끊임없이 성장을 꿈꾸며, 외형적이나 자본의 축적으로 성공을 달리지만 결국 영혼의 갈증만 깊어진다. 이러한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을 융은 ‘자기지식’이라 했고, 힐먼은 ‘하향 성장’이라 했다. 외적인 성장만이 아닌 내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하향 성장’이다. 재능과 열망이 주변의 환경에 억압되어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불안감으로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융은 현대인의 ‘불행의 원인’을 ‘감성과 이성의 불일치’로 보았으며, 아는 만큼 느끼고, 느끼는 만큼 행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이상이라면, 감성과 지성, 행동의 일치가 보이는 사람이야말로 아름다운 인격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습득해야 할 외적 지식 쌓기에 매몰되어 진정 보아야 할 지혜와 인격은 이 시대를 살아가야하는 모든 지성인들에겐 사치인 것인가. 회의에 빠지거나 의심스러운 경험을 할 때가 많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 에서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라며 철학과 함께 여행과 문학의 해법을 제안한다. 필자는 신입사원시절 점심시간을 조금 아끼고 부서장에게 30분정도 여유를 받아 한 달에 한두 번 동기들과 함께 인사동미술관들을 둘러보았다. 주말근무가 당연하던 시절 그렇게라도 시간을 쪼갤 수밖에 없었지만, 능동적으로 기획한 그 일상 속 자극이 더없이 귀했다. 다 학제 간 통섭과 전공교류의 산업화시대에 전공과 비전공은 분리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감성과 지성 그리고 인격 또한 그렇지 않을까?


‘신조경인으로서의 우리’

타분야에서 거세게 밀려오는 영역 간 혼재, 그리고 새로운 사업영역의 생성은 기존의 조경인으로서 대처했던 이들에겐 적과의 전쟁 같거나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새 시대를 이끌어야 할 조경인으로서 우리가 가야할 자세를 고민해본다. 최근의 초중년 조경인들도 함께 성찰했던 한 대목이기도 할 것이다. 조경인은 한 전공영역의 한 몸이다. 눈병이 났다고 눈만 아픈 것이 아니라 모든 행동과 판단력이 마비되듯, 조경의 각 부분이 고장 나면, 빠른 치료로 조경인 전체가 건강한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주인의식과 지체의식을 가지고 손님처럼 잠시 들렸다 다른 곳으로 옮기기보다 모두가 주인과 지체로, 공동체의 신뢰로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손님은 항상 체크하고 맛보고 불평하며 떠나지만, 주인은 밤낮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불평에 해결점을 찾아 상생하려 한다.

공동체 지속성의 전제조건은 리더그룹의 자세와 동참자들의 소속감을 통한 참여에 있을 것이다. 모범적 리더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모범이 되며, 지혜가 있는 리더조직 이어야 할 것이다. 지식은 많으니 옳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지혜롭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조력자들을 떠나보낸다. 현 시대의 리더그룹은 용납과 희생이 개인의 대표성이나 머릿돌보다 귀한 시대이다. 대표혼자 일하는 마에스트로의 시대는 과거이다. 이 불안정의 거대사회에서 공공영역의 담론과 조성을 책임지는 조경공동체는 지위, 연륜, 영역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사고와 소통의 나눔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산림이나 도시, 환경에서 조경이 스며들어가 할 일이 너무나 많다.

1년의 칼럼에서 조경영역에서의 ‘사회적 자본’의 필요성과 실천에 대해 소개했었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체가 마을과 도시라면, 그 안에는 소프트웨어인 ‘사회적 자본’ 이 작동하고 있다. 신뢰와 참여, 공동체의식과 규범, 호혜성 등으로 대표되는 신경제자본을 조경이 살아가야 할 탄력적 적응과정에서도 간과해선 안 될 전략적 자본일 것이다.
_ 이애란 교수  ·  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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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lee@c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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