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와 그린인프라의 미래

김태한 논설위원(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0-05-22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와 그린인프라의 미래




_김태한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COVID-19) 펜데믹으로 세계는 전대미문의 사회‧경제적 충격에 휩싸여 있다. 무엇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침체가 가장 큰 문제인데, 원인이 과거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금융기능 마비로 인한 이전 경제위기는 통화정책이나 양적완화와 같은 정부 중심의 재정정책을 통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방역 당국과 의학계에 의존하고 있는 이번 경제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생산시설 폐쇄와 같은 불가피한 방역조치로 인해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되며, 기존 수요·공급구조가 총체적으로 교란되고 있다. 생산과 교통의 급감은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의 마이너스 유가로 시작되고 있는 에너지 시장의 침체를 지속시키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2018년부터 셰일혁명으로 최대산유국이 된 미국은 리쇼어링 원동력이 저감되는 복합적인 경제위기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의 다수 경제보고서는 세계 각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는 상황이다.

한편, 코로나는 일반인의 외상후증후군(trauma)을 유발하면서, 사회적으로 통용되던 시장의 가치사슬(customer value chain)을 경제적 효율성에서 보건안전으로 집중시키는 디커플링 현상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흔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비즈니스 운영모델의 전면적 혁신이나 급진적 파괴를 통해 구현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마스터카드, 스타벅스 등의 성공적인 사례는 사용자 중심의 문제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un-tact) 환경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통점(pain point)에 대한 이해가 산업적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클라우드, 인공지능(AI)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소비자의 통점을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부와 권력의 원천인 데이터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모두가 바뀔 것”이라는 유발하라리의 예견처럼 데이터기반 산업으로 경제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국토 공간 사용자에게 생태환경 서비스를 통한 삶의 질 개선은 물론 폭염, 홍수, 감염증 등의 기후변화재해 취약성을 근원적으로 제고하고 있는 그린인프라도 코로나에 의한 산업환경변화에 직면해 있다. 강력한 코로나 대응이 가져온 변화는 경제위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내 미세먼지 경보일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역설적인 현상은 생태적 삶(ecological life)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비대면 재택근무에 대한 경험들로 지속가능한 생활에 대한 요구가 더욱 활발히 논의될 수 있는 시점인 것이다.

197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비영리단체인 The Trust for Public Land(TPL)는 그린인프라를 현명하게 활용하여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유도하고, 수자원과 환경자원에 대한 질적 향상과 지속가능한 성장방안을 위해 공간정보데이터 기반의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TPL은 미국 미시간주 캘러머주(Kalamazoo) 시와 협업을 통해 지역 어린이와 주민 관련 통계, 인구밀도 등을 반영한 “취약성 지수”를 개발하고, 접근 가능한 도시공원, 그린인프라 등이 매핑된 GIS 기반의 Green Community Mapping Project를 추진하였다. 특히, 시내에 거주하는 어린이의 비만 솔루션으로 소아과 전문의에 의해 처방되는 “그린인프라를 활용한 야외 놀이 요법”과 연계하여,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우울증 및 주의력 결핍 등의 합병증에 노출된 취약계층 어린이의 건강을 개선하고 있다. 또한, 테네시주 채터누가(Chattanooga) 시의 공무원들과 함께 지역 범람원 정보, 지표면 온도 위성자료와 같은 기후변화정보를 중심으로 인구밀도, 소득수준, 교통체계정보, 건강·보건자료 등을 연동한 Climate-Smart Cities 프로그램을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 도시공원과 같은 그린인프라 서비스에 취약한 지역 주민들에게 GIS 기반의 그린인프라 통합정보 플랫폼을 지원하여, 시민들을 위한 도심 내 고도화된 생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정보기반의 플랫폼은 정량화 가능한 단위 그린인프라 기술과 연계할 경우, 예측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단위기술은 대기환경, 수환경 측면의 다수 연구·개발을 통해 데이터기반 성능이 입증되고 있는 식생 환경정화기술(phytoremediation)이 주요할 수 있다. 대기환경 측면에서 공기정화식물은 2차 미세먼지 생성에 기여하는 전구물질 중 하나인 비메탄 휘발성 유기화합물(NMVOCs)을 효과적으로 저감하고, 식물에서 유래되는 살균성 유기화합물(VOCs)인 피톤치드는 조류독감을 퇴치하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환경 측면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강우로 인한 배수관망부하를 저감하는 분산형 우수처리시스템인 식생기반 저영향개발기술(LID)이 대표적이며, 영국에서 설립된 비영리 건설산업연구 정보협회인 CIRIA는 지역 공동체를 대상으로 산하 부속 커뮤니티인 SUSDRAIN을 조직하여 지속가능한 배수체계(SuDS) 구현에 필요한 관련 기술 정보를 지원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감염증에 의해 보건재해 안전성이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그린인프라의 고도화는 국토 공간 사용자의 통점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성능 정량화가 가능한 단위 그린인프라 기술은 기존 심리적 공감대에 실효적 안정감을 더할 수 있으며, 시민의 보건안전을 약속할 수 있는 인증시스템과 ICT 인프라를 연계한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은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지방, 저소득층 등의 소외계층을 위한 사람 중심의 그린복지가 강조되고 있지만, 2020년 기준 국토교통 R&D 예산 5,247억원 중 그린인프라 중심의 단위 사업은 부제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연구개발 추진전략인 “혁신성장동력 육성”, “사회문제 해결 및 경제활력 제고” 부문은 그린인프라와 직‧간접적 연계가 가능한 영역이다. 그린인프라 고도화 방안을 기반으로 관련 규정 및 법령 개정, 표준화 사업을 후속하여 그린복지행정을 현행화하고, 고등기술과 적정기술 부문을 포괄하는 다층화된 일자리 창출 역량을 통해 일자리 문제의 대안 산업으로 재평가되는 기회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개인 생명권 침해 현상은 의료, 통계 등의 전문 분야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동안 집단지성으로 대변되는 탈 전문가의 사회분위기에서 전문가의 역할이 재조명되면서, 희생정신과 전문 지식이 코로나 19 확산을 지연시킨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그린인프라를 보건재해에 대한 전문성이 강조되는 산업으로 정립하고, 데이터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대응하는 전사적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역량이 요구될 것으로 사료된다.
_ 김태한 교수  ·  상명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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