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72시간 프로젝트가 남긴 것

이진욱 논설위원(한경대학교)
라펜트l기사입력2020-11-24
72시간 프로젝트가 남긴 것




_이진욱 한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조경학전공 교수



똑똑똑
선생님! 저희 (놀러) 왔어요!

지난여름 서울시에서 개최한 72시간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로 나의 연구실엔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학생들이 자주 찾아온다. 다른 수업의 과제물을 들고 와서 물어도 보고, 책을 빌려 가기도 하며, 어제 꿈에 나온 드라마 스타트업의 한지평과 남도산을 이야기하다 홀연히 연구실을 나가기도 한다. 우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오가다 문을 두드리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2012년부터 시작한 72시간 프로젝트는 버려진 자투리 공간을 시민들과 함께 변화시켜왔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아왔다. 지난여름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전문가 대표들이 좌담회를 열어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도 했다. 좌담회 참여자들은 72시간 프로젝트를 나/회사를 알릴 수 있는 홍보의 장으로, 구성원의 유대감을 증진해주는 연대의 장으로, 단기간에 공간이 구현되는 데서 오는 희열의 프로젝트로 인식했다. 좌담회는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았기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목소리도 듣고 싶은 욕망이 발동했다. 그래서 오가다 문을 두드리는 녀석들을 붙잡고 못다 한 72시간 프로젝트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72시간 프로젝트가 그들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 나는야 멋진 사람, 틀을 넘다

학생들은 프로젝트 과정에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처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전문 평가위원들 앞에서 해야 하는 중압감에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몇 번의 중간 보고회를 겪은 이후, 학생들은 오히려 그들 앞에서 발표하는 자신이 ‘멋지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또한, 주민들의 관심과 격려를 받으면서, 나는 버려진 공간을 소생하는 일을 하는 ‘꽤 멋진’ 사람이 되었다. 한편, 학생들은 다른 지원자들과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틀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교류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전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팀이 열심히 준비한 PT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선의의 경쟁심이 생겼어요. 학교에 돌아가서도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 현실적인 사람이 되다

학생들은 직접 시공을 해야 해서 “실제로 만들어질까?”, “사람들이 어떻게 공간을 느낄까?”, “제작한 의자는 편할까?” 등의 의문을 품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런 의문은 재료 및 치수 등을 결정할 때 그들을 세심한 조경가로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도면에 의자를 그릴 때, 폭과 높이를 막연히 생각하고 그렸다면 이 프로젝트에서는 정말로 만들어져야 하니 여러 높이와 폭을 가진 의자에 앉아보면서 직접 체감하고 치수를 결정하게 되었다. 현황을 분석할 때도 주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대상지에 몇 시간씩 머무르며 공간에 대해 사색하고, 주변을 걸으며 현장을 설계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험치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현실과 가상공간의 스케일 오차에 놀라기도 했다. 도면상에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면적이 현실에서는 너무나 협소했다.

“2m면 간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공하는 날 벤치 설치하면서 너무 놀랐잖아요. 생각 보다 너무 협소해서요.”


# 조경을 이해하다

M은 72시간 프로젝트의 경험이 조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동안 텍스트로 읽고 배웠던 이론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조경이 뭐 하는 거냐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려웠지만 72시간 프로젝트 하면서 겪었던 경험은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나기 때문에 이제 그 과정을 설명하면 조경이 무엇인지 상대방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한편, 프로젝트를 마치고 삼겹살을 먹으며 “교수님, 이제 저 회사 차릴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호기롭게 외쳤던 L. L은 72시간 프로젝트는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 거 같다며 이제 본인은 조경 업무에 관해서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세무서에 가서 비영리 단체 등록을 하며 사업자 등록 방법을 경험했으며, 설계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과 협의 등을 진행했다. 자재를 보러 다니고 주어진 공사비 내에서 견적을 산출하며 지속해서 설계안을 수정하였다. 조경 실무를 집약적으로 경험했다.


나에게 남은 것

72시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학생들과의 유대와 교육. 그들과 마주하면 반가움이 이전보다 크고, 만남이 잦아진 걸 보면 한 가지 목표는 달성한 거 같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교육보다 실무자로서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는 데 더 힘을 썼던 거 같다. 물론 모든 진행 상황을 놓치지 않고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방대한 통화량과 시시각각 변하는 내용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은 어려웠다. 또한, 학생들이 역할을 분담하다 보니, 모두가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도 공사를 시작할 때, 식재를 할 때, 시설물을 설치할 때 정도만 학생들을 모두 모은 후 설명할 수 있었다.

72시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동안 해온 정원 설계 수업의 방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2시간 프로젝트가 그들에게 남긴 것과 나에게 남긴 아쉬움을 어떻게 이어 붙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_ 이진욱 교수  ·  한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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