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아~ 4차산업과 더 친해지길 바라!

글_정경진 논설위원(㈜휴론네트워크 대표이사)
라펜트l정경진 대표l기사입력2022-04-05
‘조경’아~ 4차산업과 더 친해지길 바라!




_정경진 ㈜휴론네트워크 대표이사
가천대학교 도시계획및조경학과 겸임교수



조경, 그리고 4차산업과 관련된 글을 쓰기로 하고 나서, 처음에는 ‘4차산업시대에 고립되는 조경산업의 위기’. 뭐, 이런 제목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일단 너무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경고사이렌도 지나치게 반복되면 무감각해지듯, ‘위기’라는 단어조차 진부하고 식상해지는 요즘 조경계에 좀 더 긍정적이고 밝은 제목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4차산업이라는 새로운 ‘룰’

조경학과 환경생태학을 전공하고, 하천을 뒤적이며 갈대와 달뿌리풀의 분포역을 고민하던 나는(물론 그 외에도 조경 울타리 안팎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긴 했지만) 캐드와 일러스트레이션, 스케치업, 루미온 등 컴퓨터 디지털 툴(tool)을 빈번히 사용하는 업무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아날로그형 조경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은 드론과 라이다(LiDAR)에 의한 공간의 3차원 포인트클라우드 데이터 생성, 분석 및 시각화를 위한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딥러닝 기반의 3차원 데이터의 의미적 분할(semantic segmentation), 3차원 설계 개념인 BIM, LIM과의 융합기술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제는 심지어 원래부터 디지털을 전공한 사람인 양, 4차산업 디지털 시대에 조경의 미래를 전망하는 글을 쓰고 있자니, ‘사람 일 참 알 수 없구나…’ 하는 중얼거림과 함께, 인생의 갈림길마다 촘촘하게 계획하고 고민했던 수많은 불면의 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글의 제목처럼 난 조경이 4차산업과 좀 더 친해지길 바란다. 물론 최근 몇 년간 몰입하고 있는 개인적 관심사여서 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큰 의미에서 조경이 4차산업의 소용돌이에 좀 더 깊이 진입하기를 원한다. 그 이유는 건설 공정의 끝자락에 예산 절감으로 인해 사라질지 모르는 1순위 업종, 50여 년이 지나도 대중에게 손쉽게 정의되지 못하는 ‘조경’이라는 이름, 밤새워 일해도 납득할 만큼 현금화되지 못하는 용역의 대가 등 오랜 세월 우리 분야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건설산업 내 조경의 포지션을 재정립하는데 있어 ‘4차산업’이라는 새로운 룰은 전에 없던 ‘도전과 응전’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 스마트건설 그리고 조경

정부는 2022년 한국판 뉴딜2.0에 31조1,000억원을 투자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빅3(미래차, 반도체, 바이오)와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에 구체적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추진과제 중 ‘디지털뉴딜’에는 건설업과 관계되는 SOC디지털화와 메타버스 신산업육성 분야가 있으며, ‘그린뉴딜’에는 조경업과 관계되는 탄소중립 추진기반 구축,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 녹색산업혁신 생태계 구축 등이 있다.

몇몇 핵심키워드만 봐도 디지털 뉴딜과 함께 4차산업시대의 흐름과 동행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감지된다. 이미 수년 전에 시작된 스마트 건설(Smart Construction) 개념은 건설과 관련된 각종 디지털 정보를 생성, 공유, 유통시켜 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는 등 데이터 중심의 산업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3차원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은 건설산업의 핵심적인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스마트건설 기술은 시공현장에서 물리적인 컨트롤을 담당하는 ‘현장 기술’, 건설산업의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연산 처리하여 시각화하는 ‘컴퓨팅 기술’, 3차원 디지털 기반의 공간 중심 작업 특성을 고려한 ‘가상 기술’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권순욱, 2021), 이와 같이 4차산업의 기술변화를 건설산업 내에서 수용하려는 움직임은 설계, 시공, 운영 등 전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건설의 최신 트렌드와 건설산업의 대응전략(권순욱, 2021)

물론 아직까지 건설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4차산업의 기술은 즉각적인 활용에 한계와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다차원적 기술발전을 끊임없이 수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생존’이다. 정부의 중장기 정책 로드맵은 곧 예산이며, 예산은 곧 먹거리이다. IoT, Big data, AI 등과 같은 4차산업의 기술이 건설산업에 얼마나 큰 성과를 가져올지 불확실하며, 기존에 수행하던 2차원적 실무 방식에 큰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토목과 건축은 변화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정부의 정책에 동행하며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시장을 창출하고 선점하는, 아니 어쩌면 창출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일종의 ‘리브랜딩(Rebranding) 생존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혁신적인 변화의 시점에 조경업의 생애주기에는 여전히 CAD를 기반으로 하는 2차원 기술이 지배적이다. 최근 일부 대학의 커리큘럼에 스마트기술 융합과목이 신설되고, 대학원에서는 VR엔진이 설계도구로 사용되며, 3차원 포인트클라우드 데이터를 활용한 논문이 투고되고 있다. 조경학회 주관의 ‘조경을 상상하라 메타버스로 만난 조경’ 공모전과 같이 실험적인 행사가 진행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4차산업기술의 도입을 바라보는 조경 실무 현업에서의 시각은 여전히 흐릿한 분위기다. 조경은 수목과 같이 비정형적인 객체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3차원 설계는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에서부터, 빠듯한 설계비 내에서 과업지시서에 요구되지도 않은 결과물을 생산할 이유도, 여력도 없다는 등 대체적으로 부정적 견해가 다수인 듯하다. 게다가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이미 안정화되어 있는 조경산업에 새로운 4차산업기술의 도입은 낭비적이고 불필요하다는 ‘안일함’이다. 왜 조경은 건설산업 전체가 주목하는 ‘생존을 위한 리브랜딩’ 조차 주저하는 것일까?


조경분야에서 4차산업기술의 활용

기존의 건설산업은 도면, 보고서 위주 현장관리 및 운영, 건설 참여자 경험 기반의 공정 관리, 사고 및 공정지연 등 리스크에 대한 관행적 대응 등 노동집약적이고 경험 의존적 산업으로 평가되며(정종홍 등, 2020), 건설업에 소속된 조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4차산업 기술이 융합된 3차원 디지털데이터 기반의 조경은 달라질 수 있다. 사진촬영과 육안 관찰로 이루어지던 현장 조사는 드론과 핸드헬드라이다에 의해 3차원으로 스캐닝된다. 드론과 핸드헬드라이다에 의해 공간의 3차원 포인트클라우드 데이터를 손쉽게 생성할 수 있고, 중복적인 측량작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확도가 향상되고 있다. 3차원으로 스캐닝된 공간정보는 Deep learning 기반 3차원 데이터의 학습알고리즘에 의해 분류(classification) 및 분할(segmentation)이 진행되며, 자동화된 BIM역설계 기술에 의해 객체별 인식이 이루어진다.

현황 계측 및 분석이 종료되면 조경BIM(LIM)으로 3차원 설계가 진행되며, 파라메트릭 모델링(parametric modeling)기법은 3차원 설계가 단순히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국한되지 않고 객체의 다양한 물리적 현상과 생태적, 환경성능적 변수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 반복적 시뮬레이션을 수행함으로써 설계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방식을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한다(김복영, 2021).

또한 3차원 포인트클라우드 데이터는 복셀(Voxel_volume과 pixel의 합성어로 하나의 포인트클라우드 데이터를 포함하는 입방체를 부피로 환산하는 개념) 기능을 통해 대상지의 경관인프라 현황을 체적으로 전환하여 대기질, 미기후, 생태환경 등 주변 환경자원과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론 드로잉 단계에서 여전히 조경설계가의 직관이 형태적 디자인의 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주게 되지만 이제 도면 중심의 2차원적 조경 설계는 속성정보와 프로그램 중심의 3차원 설계로 변화될 수 있으며, 설계의 결과물은 2차원 도면은 물론 실감형 VR 등 다양한 메타버스의 형태로 시각화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조경분야에서 4차산업 기술의 융합 가능성은 최근 다양한 연구사례를 통해 이미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조경의 시장규모가 작은 만큼 오히려 토목, 건축에 비해 빠르게 4차산업과의 융합을 위한 체질 개선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라이다에 의한 공간의 3차원 스캐닝 결과물
(Source : https://velodynelidar.com/blog/oxts-inertial-navigation-systems/)


산림 3차원 데이터의 개체목 분할 예시(
Source : Andrew Burt et al., 2018)


핸드헬드라이다를 이용한 수관의 3차원 데이터 생성 및 복셀(Voxel) 분석 예시


이제 네모난 바퀴를 동그란 바퀴로 갈아야 할 때

여기 3명의 원시인이 있다. 네모난 바퀴를 달고 무거운 수레를 끌고 가는 두 명의 원시인은 동그란 바퀴를 권하는 원시인의 권유를 외면하고 힘겨운 이동을 계속한다. 물론 그들에게도 이유는 있다. 너무 바쁘다. 4차산업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건설업에도 다양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쯤은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내일 납품해야 할 준공도면이 우선이고, 그 일을 마감했다고 해서 좀처럼 여유가 찾아오진 않는다. 또한 시급해 보이지도 않는다. 과업지시서의 납품 목록에도 없는데 새로운 장비와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직원 교육을 시키고, Point Cloud, BIM, Parametric Modeling, AI, Deep Learning, AR/VR/XR에 Metaverse까지, 익숙하지 않은 낯선 용어들의 홍수 속에 급박하고 간절한 동기 부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어쩌면 관성처럼 힘겨움을 업으로 여기고 네모난 바퀴를 고집하는 원시인의 모습이 지난날 우리 조경의 모습이자 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된다. 이제는 네모난 바퀴를 빼고 동그란 바퀴로 갈아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 세대의 무거운 짐을 후배들에게 넘겨서도 안되지만, 더 이상 이 무모한 짐 나르기에 동참할 후배들도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Source : https://twitter.com/wioota/status/1306180989631082496/photo/1

4차산업시대의 혁신적 변화가 조경계에 어떤 바람을 불고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동그란 바퀴로 갈아 끼우는 것만으로도, 수월하게 전진하는 수레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고, 300메가짜리 NFT 디지털파일이 783억원에 팔려나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4차산업 기술의 발전속도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건설산업 시장에 진입할 것이며, 건설 소비자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세분화되고 고급화될 것이다. 이제 급변하는 미래 산업에 대응하여 생존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조경만이 스마트건설시장에서 외딴 섬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4차산업과 좀 더 친해지는 조경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_ 정경진 대표  ·  휴론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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