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광화문 광장의 나무를 찾아서

조용준 논설위원(㈜CA조경기술사사무소)
라펜트l조용준 소장l기사입력2022-05-17
광화문 광장의 나무를 찾아서 
- 4월의 어느 하루 -




_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오늘은 광화문 열린마당에 심을 정자목들을 찾기 위해 농장을 답사하는 날이다. 광화문 열린마당은 세종문화회관 남측 세종대로 23길, 지하철 5호선과 이어진 해치마당 계단부와 연결된 2000㎡ 정도의 작은 공간이다. 그래서 광화문 광장 방문객과 주변 회사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만남과 휴식 장소가 될 것이다. 너른 포장위에 팽나무, 느릅나무, 은행나무 등 13 그루의 큰 정자목들을 심었고, 그늘 밑에는 이동형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원하는 대로 삼삼오오 모여 앉을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휴게공간과 가까이 한글분수와 터널분수를 계획하여 볼거리를 마련했다. 

아침 6시 50분, 봉은사역에서 김포공항행 지하철을 탔다. 이른 시간대였지만 전철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공항에 도착해서 간단히 토스트와 아메리카노를 먹었다. 아침을 챙겨먹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공복으로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여러 번의 수목 답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9시 25분 사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6명의 어벤져스가 공항 라운지에 모였다.

수목 자문역의 Y는 삼성 에버랜드를 이끌었던 조경 1세대로 수목 생육과 식재 전문가다. 도시기반시설본부의 S는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여러 조경공사를 관리 감독한 베테랑이다. 조경 감리를 맡은 C는 설계로 실무를 시작해서 공사현장 소장을 하는 등 다양한 시공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남산자락의 조경감리를 책임졌던 능력자다. L부장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광화문 광장 시공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CA조경기술사 사무소의 강인화 팀장은 묵묵히 지난 3년을 내 옆에서 함께 광화문 기본 및 실시설계를 끌어왔던 터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젊은 설계가다.  

사천공항에 내려 준비된 차를 타고 함안에 있는 첫 번째 농장을 찾았다. 뿌리분이 돌려진 R50 크기의 팽나무가 있었다. 다른 나무보다 잎이 늦게 자라서 그런지 전체적인 수형을 파악하기 좋았다. 참고로 2년 전 여름철에 수목조사를 했는데, 잎이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은 대부분 수형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잎이 떨어진 늦은 가을에 그 농장을 다시 찾았을 때, 같은 나무들의 수형이 완전 다르게 보여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수형을 고려한다면 잎이 떨어진 시기에 수목을 조사하는 것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대략적인 수고를 체크하고 평면도를 펼쳐 어느 지점에 심을지 파악했다. 그리고 얼마나 전정하고, 어느 가지까지 접어서 운반할 수 있는지 체크했다. 수형이 아무리 좋아도 가지를 접을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굴취 후 운반을 위해 가지를 자를 때가 많은데, 접히지 않는 큰 가지가 잘려올 경우 완전히 다른 모양의 수목이 되기 때문이다.

긴 의논 끝에 다들 괜찮다는 평이어서 우선 테이프로 묶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팽나무 옹이 안에 청개구리 세마리가 있었다. ‘개구리도 함께 광장으로 가져옵시다.’ 우스갯소리로 C감리가 말했다. 가고 싶은지 개구리에게도 물어보고 데려가라고 농장 주인이 받아쳤다. 모두들 웃고 있는 사이 문득 ‘이 팽나무는 건조한 도심 속 광장에 옮겨지는 걸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잘생긴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토양환경 조성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또 다시 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돼지 막사를 지나 숲 가장자리에 있는 농장이었다. 작동하지 않는 구제역 검사부스를 통과하고, 외부인에게 짖어대는 시골 똥개들을 달래가며 돼지똥 냄새가 진동하는 막사 사이길을 지났다. 한 3000평쯤 되는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대지에는 제법 큰 수형 좋은 느티나무들이 많았다. 도심 속 느티나무들과 다르게 수피가 회백색으로 껍질도 거의 일어나지 않은 건강한 나무였다. 하지만 설계과정에서 R35 이상의 느티나무들은 옮긴 뒤 활착이 어려워 정자목 대상에서 뺐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었다.

그리고 R50 정도 되는 왕버들 나무가 2주 있었는데, 수형이 무척 아름다웠다. 왕버들은 궁궐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로 1000년을 사는 나무다. 습한 땅을 좋아하기 때문에 광장에서 잘 살 수 있을지 논란이 있었지만, 역사 물길 주변에 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식시기와 나무조건이 좋지 않아 포기했다. 찾고자 했던 팽나무들은 맘에 드는 모양이 없었다. 작아서 볼품없거나, 처음 옮겨왔을 때 강하게 전정된 나무기둥과 새롭게 자란 가지들 사이가 어색한 나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쉽게도 오전의 성과는 팽나무 한주였다. 

다시 차를 타고 2시간 거리의 순천으로 향했다. 차안에서는 점심 메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다들 먹는데 진심이었다. 맛집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 끝에 점심메뉴는 뻘낙지집의 연포탕으로 결정하였다. 분위기가 가장 좋은 시간이다. 보통 이 시간에 각자의 고충들이 오고간다. 시공사, 설계사, 발주처, 그리고 감리는 각기 서로 다른 걱정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상충된 의견들이 많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빌려 좀 더 부드럽게 소통할 수 있다.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서로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기필코 나머지 팽나무들을 찾겠다는 의지로 식당을 나섰다. 엄청난 경사의 좁은 길을 이리저리 헤쳐 가며, 팽나무가 많은 산기슭에 이르렀다. 다른 나무들과 섞여 있어 수형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보기 좋은 팽나무가 여럿 있었다. 문제는 경사지에 있다 보니 지탱하기 위한 큰 뿌리들이 넓게 퍼져 있었다. 수목 고문 Y는, '일반적으로 뿌리는 상부의 가지 폭원만큼이나 퍼지는데, 4D 크기 분을 뜨기 위해서는 많은 뿌리들이 잘려나가며, 굵은 뿌리보다는 잔뿌리가 많은 나무가 이식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뿌리분을 미리 돌린 나무들은 잘린 뿌리에서 수많은 잔뿌리들이 자라 이식 후 하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야산에서 굴취 하는 경우는 이식시기와 함께 뿌리의 조건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팽나무를 포기했다.  

해질 무렵까지 여러 마을과 산을 돌아다닌 끝에 계획된 수량의 팽나무들을 찾았다. 다행히 열린마당에 심을 나무들을 확보하였다. 늦은 시간이라 비행기가 없어서 순천발 KTX로 서울에 왔다. 돌아오는 3시간 동안 수목 고문 Y와 광화문 광장 설계의 지난 이야기들을 나눴다. 2019년부터 시작된 수목 검수를 위한 농장답사와 식재설계가 시공이 진행되는 2022년에도 계속해서 조정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시공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었고, 우리 스스로의 변심도 있었다. 하지만 설계자가 찾는 나무를 적절한 가격에 가져오기가 쉽지 않은 시장 여건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밤 12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복잡한 마음이었지만,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있을 식재 감리를 위해 억지로 잠을 청했다. 
글·사진 _ 조용준 소장  ·  (주)CA조경기술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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