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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조경의 농촌&경관 이슈 1.

Issue

국내조경의 농촌&경관 이슈 1.

공유와 가치, 그리고 경관

김봉원
한국지역연구협동조합 이사장

저성장 혹은 뉴노멀시대가 지속되면서 조경에서 경관을 대하는 태도도 변화가 있는 듯하다.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 그리고 인식의 전환도 이루어지고 있다. 즉 경관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 조경의 본질적 가치를 외면하고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부화뇌동한 행위에 반성해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적 가치와 조경이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적 가치를 파악해 환경의 질과 삶의 질을 높이고 공존과 공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발 혹은 발전은 영어단어 development의 번역어로, 낙후된 것을 현대적이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함으로써 가치를 높인다는 다의적 의미도 있다. 우리에게 개발은 대규모 건설이나 토목공사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발전은 개발의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물질적 의미를 넘어서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은 근대화 그리고 ‘잘 살아보세’로 표현되는 빈곤탈출의 몸부림과 같은 말로 이해한다. 경제적 관점의 개발은 긍정적 측면이 강했다. 또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그 일부로 살다가 자연의 생산력을 높이고 확대하기 위해 자연 생태계를 통제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생태계를 통제한 개발프로젝트로는 세계 최대의 방조제를 건설한 새만금 간척사업, 서울 도심의 풍경을 바꾸어 버린 청계천 복구, 시화호와 갯벌매립으로 수생태계를 파괴한 시화방조제 건립, 각종 비리와 환경파괴문제로 논란이 된 4대강 사업 등이다. 대규모 개발 사업들은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개발이냐 자연환경의 보존을 위한 개발 중단이냐 등 이분법적인 사고로 대립하는 결과도 낳았다.
이후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프로젝트가 등장하여 국가주도의 발전전략이 후퇴하고 사회복지와 공공서비스를 대거 반영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시민을 전지구적 시장체제의 소비자로 변모시키는 포부를 갖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지구화 프로젝트는 그 허상이 폭로되었고, 전지구적 자원고갈과 환경악화 그리고 기후변화의 시대를 맞아 과거의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지고 있다. 2016년부터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광풍처럼 불어 사회 곳곳으로 회자되면서 우리 모두 기술주의의 회오리에 빠진 듯하다. 다행히 동시대인들의 연대와 협력, 비금전가치의 재발견, 자연과의 공존, 지역의 고유한 가치와 조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공원에서 정원, 개인에서 공동체 등 개발에서 발전 그리고 재생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보이고 있다.

그간 경관을 다루어 온 조경은 개발시대에 개발논리에 편승해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였지만 생태하천과 걷고 싶은 거리, 마을만들기 등에 깊숙이 관여하여 여러 성과도 창출하였다. 삶의 질 향상에 따라 자연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 차원으로 전환되어 텃밭과 정원, 농촌, 공동체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면적인 관심이 내면적인 차원으로 바뀌고 있다. 정원이 관상의 대상이 아닌 직접 가꾸는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사람들은 식물을 곁에 두고 싶어 하고 심지어 죽은 후에도 수목아래 묻히고자 한다. 조경의 시대에서 경관의 시대로 다시 정원의 시대로 전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공급자의 입장에서 수요자의 관점으로, 수요자가 행위하는 주체로 바뀌고, 경관의 대상과 주체가 변하고 있다면 억지일까? 어쩌다 개발시대에 부응하여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렸던 조경이 농촌과 정원 등 공유가치, 그리고 공동체로서 본래의 진면목을 어쩌면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