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대영 Studio L 소장·이상기 Onn 소장

″드로잉은 '의사소통'의 도구이자 '설득'의 도구″
라펜트l기사입력2016-09-06

 

<세가지 공간, 네사람의 드로잉> 전시회가 지난 8월 19일부터 28일까지 열렸다.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들은 이대영 Studio L 소장, 이상기 Onn 소장, 박성우 인터하우스 대표, 고창석 비욘드스페이스 대표이다.


4명의 디자이너들은 조경, 건축, 인테리어 3가지 다른 분야에서 공간을 구현해 가는 과정을 공유하고자 뭉치게 됐다. 서로의 바운더리 안에서 디테일을 풀어가고, 새로운 발상을 시도하고, 더 나은 안을 그려나가려는 흔적들이 전시회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각자의 영역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편으로 드로잉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두 사람, 이대영 소장과 이상기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대영 스튜디오 L 소장, 이상기 Onn 소장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대영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 편이고, 작고 검소하고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조경의 시초는 씨토포스(CTOPOS)에서 배웠고, 지금은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STUDIO L)을 운영하며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기대학을 졸업하고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상당히 많은 일을 하면서 설계 회사와 대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아 설계는 2003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21년간 이 일을 하다 보니 이 길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면 할 수록 많은 것이 부족하고 노력 한다고 해서 삼박자가 맞지 않는다면 어렵구나 하는 것을 체득 한 것입니다.


저의 어릴 적 시절(유년기~)을 돌아 보면 주목 받지 못하고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인생을 살아 왔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게 뭐 불행하다 이런 기분은 아니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느낄 만큼 쟁취욕이나 소유욕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게도 대학시절 좋은 친구를 알게 되고 어쩌면 내가 하는 일이 여태껐 내가 느껴보지 못한 재미있는 일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아주 우연히도 나도 모르는 소소한 능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관심을 가져주고 나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 주니 묘한 쾌감도 느껴졌습니다. 정말 제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고 30년 가까이 살다가 비로서 알게된 것이 이 일입니다. 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풍경을 보고 그걸 나름 옮겨도 보고, 때로는 마음속 깊은 생각을 표현 할 줄 알게 되니 이 소소한 능력으로 인해 세상 살아가는데 심심치는 않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이대영친구들하고 술 한잔 하다가 전시회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인생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기회라는 생각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이상기조경하시는 분들 중에 드로잉을 엄청나게 잘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1세대 조경 작가분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 분들이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우리가 용기를 내서 드로잉 전시회를 열게 되면 다른 분들도 참여하지 않을까. 그러면 조경의 드로잉적인 작가정신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세 가지 공간, 네 사람의 드로잉> 전시회는?


이대영·이상기넷이 지금 하고 있는 일, 즉 공간을 다루는 일은 세상에 어떤 존재를 남기게 됩니다. 그것은 세상과 함께 소통하며 우리의 꿈을 실현시키는 하나의 실천 행위가 되어줍니다. 실천의 형식은 여러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속한 공간디자인이란 분야는 도면이나 모형, 그래픽, 사진, 말 등의 도구로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데 활용합니다. 이런 도구들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드로잉입니다. 머릿속 생각들이 정리되어 말해지기 전에 드로잉을 통해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또한, 드로잉은 많은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구조를 만들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컴퓨터로 작업을 할 수 있고 모형이 만들어지게 되니 기본중의 기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작은 전시회가 우리가 내민 드로잉이라는 대화의 단초를 제공해 모두가 대화할 수 있는 작은 창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설계자에게 드로잉이란?


이대영드로잉은 의사소통의 도구입니다. 선천적으로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여서 어릴 때부터 글이나 그림에 더 익숙했던 것도 있습니다. 저에게 드로잉은 현재의 내가 만들어 가고 있는 시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과거 나의 역사이자 내일의 내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습니다. 멈추는 순간 내 인생의 시계도 멈출 것이기 때문입니다. 드로잉은 내게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의사소통의 도구입니다.


이상기맞습니다. 드로잉은 설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말하자면 자신을 증명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드로잉은 대부분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걸 증명하는 일입니다. 증명을 하다보면 점점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 커지는 겁니다. 책도 찾아보게 되고, 연구도 하게 되고, 증명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차게 내공이 쌓이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설득의 과정으로 가게 됩니다. 학교를 다닐 때나, 취업하여 설계사무실 다닐 때도 그리고 현재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지금도 그 증명을 위해 애를 쓰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대영 소장의 초상화, 이상기 소장


다른 분야들이 (건축, 인테리어, 조경) 한 자리에 모였는데, 전시회를 준비하시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은 게 있나요?


이대영·이상기건축, 인테리어, 조경. 우리의 작업들은 어쩔 수 없이 산업사회의 기준에 의해 세 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세 분야는 원래부터 주고 받던 관계였습니다. 건축이 우리와 주고 받는 것도 많고, 조경간에도 주고 받는 것이 많습니다. 관계가 갑에서 을, 병, 정까지 떨어지다 보니 이해타산적인 관계로 시작하겠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친분이 쌓이게 되면 실질적으로 서로간의 존중을 하는 관계가 되는 것 같습니다. 거기까지 가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아직은 처음부터 서로를 존중하는 그런 베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적 관계가 돈독해져서 싸우면 헤어지는 거고, 잘 맞아서 끝까지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 분야가 공통으로 탐닉하고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좋은 공간'에 대한 갈구입니다. 보여지고 만들어지는 객체로서의 형식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 표현하고 나타내고 싶은 것은 공간에 대한 감각인 것입니다. 머릿속에서만 떠돌아 다니던 그런 감각의 깊이를 밖으로 표출하는 방법이 우리에겐 드로잉입니다. 즉, 손이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표현은 정제가 덜 되어 거칠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너무 절제하여 단순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올곧게 관통하고 있는 것은 공간에 대한 우리의 순수한 이야기이자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끊임없는 모색이기도 합니다. 


다음 전시회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이대영친한 친구가 4명 정도 있습니다. 사업하는 친구도 있고, 독립한 친구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드로잉 전시회였지만 다음 전시회에서는 조경 작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전시회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조경인에게 한 말씀.


이상기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고 노력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스스로가 잘 판단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가 이 일을 해야하는지 안해야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겁니다. 판단에 의한 답은 정답은 아니겠지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밖에 자세한 사항은 studio L 누리집(http://www.studio89.co.kr/)과 Onn 누리집(http://blog.naver.com/landon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_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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