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제4차산업혁명과 조경산업의 진화

조세환 논설위원(한양대 도시대학원)
라펜트l조세환l기사입력2017-02-28
제4차산업혁명과 조경산업의 진화



_조세환(한양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전공 교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각 산업분야에서 업종이나 일자리 도태 또는 진화의 이야기가 결코 예사롭지 않다. 더딘 변화의 조경분야에서도 목도, 자연석쌓기공 등, 조경산업 현장에서 한 때 너무나 익숙했든 업무나 일자리들이 어느 새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뇌리에서 잊혀졌다. 생각해보면 새삼스럽다. 고속변화의 시대다.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AI, 사물인터넷(IoT), 비트코인과 체인블록 등 그 변화의 주류를 이루는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 기술분야에서 그 선두를 헤집고 달린다. 조경산업도 4차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의 언저리에서 결코 비켜갈 수 없다.

구글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자동차(트럭)이 2년 내에 5만 명이라는 미국의 트럭 운전기사를 대체한다. 사람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것이다. 일자리 변화는 비단 근육의 힘을 빌리는 블루 컬러 직종에 국한되는 것만이 아니다. 세무, 회계, 변호사, 은행 등 화이트 컬러 직종 분야에서도 빠른 속도로 산업의 구조 변화와 함께 인력이 대체거나 사라진다. 이제 조경산업이 뉴 노멀의 태동, 기술과 사회 변화에 따라 진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경제는 이전 여타의 산업혁명시대와는 판이하다. 경제의 구조가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제조 및 공급) 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파는(마케팅 및 수요) 것의 균형을 맞추는 1, 2차적 단순 방정식이 아니다. 인터넷의 초연결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급자와 수요자간 개인 대 개인(P2P)의 공유를 포함하여 다차원을 넘어 복합차원 방정식으로 진화해 간다.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이다. 인공지능(AI)과 빅 데이터 기술이 동원되어야만 풀 수가 있고, 더 복잡한 차원으로 진화해 간다.   

조경은 이런 빅 체인지(big change)시대에 그나마 위안을 받는 산업분야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사피엔스 DNA의 98.6%가 동물적 속성을 지니고 있으니 자연 없이 살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된다. 농촌이든, 도시든 간에 자연을 인간의 환경과 엮으려는 조경분야는 결코 사라질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산업의 일종이라는 맥락에서그나마 크게 위안이 되는 국면이다. 그래도 조경이 즉금과 같은 1, 2차산업분야에 계속 머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연명이 곧 삶이 아니듯이 존속만 한다고 해서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 조경산업의 진화를 점치는 것은 쉽지 않다. 문자 그대로 진화에는 목적과 목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생존을 위하고 복잡성을 향해 나아감만 있다. 하지만 몇 가지 개연성을 가상하고-가상은 창의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인간 문명 진화의 근본적 요소이다-믿음으로 그 가상을 추구할 때 성공적 진화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고수해오던 농업기반의 제1,2차 산업사회의 조경 전통을 깨고 3, 4차산업시대의 조경으로 혁신해 나아가야 할 진화 기반의 이론적 근거이자 당위성이다.      
오래되면 될수록 조경이 형성한 경관은 장엄하고 생태적으로 건전하며 아름다워진다는 믿음. 장구한 시간의 경과를 장점으로 아는, 그래서 한 번 조경해 놓으면 영구적으로 가거나 가야 한다는 믿음은 이제 제고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해 온 경관 형성의 프레임은 한 번 형성되면 그 구조 내에서만 경관이 변화해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빠른 변화의 시대에는 경관은 프로그램으로서 구조 자체가 항상 바뀔 수 있다는, 신경관 패러다임을 깊숙이 받아들여야 한다. 가속을 넘어 혁신과 파괴적 변화의 시대에 한 번 경관은 왜 영원한 경관이어야 하는가? 왜 조경은 화전민처럼 새로운 터를 찾아 떠나야만 하는가? 한 장소에서 계속 조경을 경작할 수는 없는가?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디지털 프로그램과 기계화된 구조와 센스로 융합된 경관은 조경 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던질 것이다. 시간의 경과, 장소의 특성과 이벤트에 따라 변화하는 경관 연출의 기술 개발은 프로그램 설계, 시공, 관리, 소재생산 등에서 새로운 일거리 창출을 기약할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프로그램화 된 변화하는 경관 형성 기술은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부수적 조경 산업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일으킬 것이다. 

왜 조경은 주어진 도시 시설공간에서만 이루어져야만 하는가? 조경은 공원, 정원 등 모두 시설로 정해진 공간에서만 움직인다. 도시는 거대한 인공토양이다. 기후변화의 시대에 인공 토양은 최대의 난제다. 옥상녹화, 수직정원의 본질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의 추구 이상이다. 도시의 건축물은 숲의 나무와 같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가? 도시의 인공지반은 숲의 토양으로 가름될 수는 없는가? 디지털 센스, 빅 데이터, 클라우드 기술, 로봇, 생물공학 등의 기술융합은 도시의 수목관리, 포장, 수순환, 생태복원 등 조경분야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열 것이다. 조경을 넘어 4차산업혁명 시대 ‘생명경관산업’으로의 진화다. 

문제는 조경분야의 교육, 산업계의 인식과 시야와 의식과 지식의 한계에 있다. 한 치 앞을 바라보지 못하고 코앞의 일에만 집착하는 우리의 무지함과 여력 한계도 힘을 더한다(필자도 역시 그런 존재이다). 동시대를 리더하고 있는 뉴 노멀(new normal)에 부합하는 조경의 세상을 꿈꾸고 추구하는 상상적 모험심이 필요하다. 조경분야가 단순한 1, 2차산업적 생존을 넘어 '생명경관산업'(BioLandscape Industry)으로의 진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이제 담론을 띄우고 논의할 때다.
_ 조세환  ·  한양대 도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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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h3@hanyna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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