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신입사원 모집 공고

안승홍 논설위원(한경대 교수)
라펜트l안승홍 교수l기사입력2021-11-03
신입사원 모집 공고



_안승홍(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대학에서 가을학기는 졸업을 앞둔 4학년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이자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모집을 위해 인재 추천을 문의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요즘은 인재는커녕 구직을 원하는 학생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졸업하면 다들 어디로 가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우리 대학의 경우 취업률이 60%대이고 전공 취업 비율이 대략 50%이니 12-3명이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셈이다. 갈수록 전공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이다.

지난 9월 대학마다 수시 접수가 끝났다. 내년 신입생을 맞이하는 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대학에서 전공 선택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가 졸업 후 취업이다. 주변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의 전공 관련 문의 내용은 주로 미래 취업전망이다. 청년실업 문제가 우리 사회의 큰 이슈이다 보니 취업 문제는 전공 선택에 있어 가장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는 일자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교수들은 학생들의 대학 생활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졸업 후 취업률이다. 교육부의 대학 평가와 대학내 학과 평가에서 취업률은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과에서 3-4학년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업계 종사자나 동문 선배 특강, 현장실습 그리고 인턴 등 다양한 방안을 찾아 적성 찾기와 취업률 높이기에 노력하고 있다. 


여름방학 현장실습

2011-17년 우리 학과 3-4학년생들을 현장실습 보낸 적이 있었다. 새 학년이 시작하는 3월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는 4월 학과 게시판에 홍보물을 게시하여 수요 조사를 하였다. 계획‧설계, 시공, 시설물 제작, 정원, 식물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학 중 거주지에 인근한 업체에서 실습하도록 5-6월에는 관련업체를 물색했다. 방학이 시작되는 6월말부터 8월까지 학생들과 업체는 적당한 시기를 정하여 1-2달 실습을 시행하였다. 여름방학은 현장실습에 적당한 시기이다. 겨울에는 4학년 학생들은 취업을 준비해서 2-3학년들이 대상이 되는데 2학년은 실습을 하기에 전공 이해도가 미흡하고 3학년은 기사시험이나 졸업작품전시회 준비가 주된 관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 시공현장은 대부분 봄 준비를 하며 쉬는 시기여서 마땅찮다.

현장실습은 보통 20여명 학생이 1-2달 다녀온다. 업체가 결정이 되면 회사생활에 대한 예의, 근무태도, 업무진행 등 사전교육을 통해 생활지침을 숙지시켜 보낸다. 그리고 2학기 수업에서 발표할 실습내용을 준비하도록 사진, 동영상 등의 작업일지를 작성해서 일주일 단위로 과목 밴드에 올려서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도록 했다.

실습 후 2학기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느낀 점과 직장생활에 대한 개인별 준비와 마음가짐 등의 실습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였다. 실습기간 작성한 작업일지를 바탕으로 발표자료를 만들었으며 형식은 ppt나 영상(ex. 이선영, 2015, 제이드가든 현장실습)으로 하였다.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통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면 좋지만 시간적 제약이 있어 다른 학생들의 실습경험을 공유하게 하여 간접경험을 유도하였다. 발표내용 중 학생들에게 가장 큰 인기있는 것은 회식과 점심시간에 먹은 메뉴인데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했다.

이선영, 2015, 제이드가든 현장실습 / 한경대학교 제공

10월까지 수업시간 발표 후 11월에는 실습업체를 방문하여 실습내용을 발표하고 피드백 받도록 했다. 회사에서는 학생들의 실습내용과 느낀 점을 복기하도록 하여 상호 유대감과 신뢰를 쌓도록 했다.

학기말에는 학과에서 진행하는 2학기 학술제에 판넬과 영상 전시를 하여 다른 학생들에게 실습 내용이 전달되도록 하였다.


현장실습과 전공선택의 기로

실습을 다녀온 학생들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사회생활에 대한 호기심 일부는 충족하는 것 같았다. 특강이나 동문회에서 선배들에게 듣는 사회생활과 본인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천냥지차이기에 눈빛과 마음가짐에서 실습 전후는 사뭇 다른 것을 느끼게 했다.

한편 실습과정에서 현실의 좌절감도 함께 느끼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실습현장에서 만난 직장 선배들이 업계 진출보다 안정적인 공무원 준비를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온다. 반복되는 직장생활의 매너리즘과 격무, 대관업무의 어려움, 갑을관계의 고달픔 등으로 보람과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주변 친구나 지인, 친척으로부터 듣는 얘기 중 어느 직종에 종사하든 본인의 직업은 대부분  3D 직종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나 본인의 직업을 권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직업이란 세상 운영에 필요해서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남의 돈 벌기가 쉬운게 있을까? 공무원들조차 힘들다고 얘기한다. 쉽고 편한 직종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7-8년 전 대학원 면접에서 일이다. 졸업생이 1년 후 대학원 진학을 위한 면접장에서 만났다. 졸업 후 1년 동안 한 일을 물으니 친척 권유로 무역쪽 일을 했단다. 전공분야가 아니여서 퇴근 후 업무 관련 공부를 독학으로 했지만 전공자들 틈에서 따라 가려니 쉬운 일이 아니여서 다시 왔다는 것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4년 동안 갈고 닦은 전공 실력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신입사원 기근과 원인

신입사원 문의는 매년 꾸준히 오는데 근래 들어 “학생들에게 전하지만 기대는 하지 말라”고 답변한다. 문의하는 입장에서는 서운한 얘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그동안 여러 노력을 해 봤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의 인식변화도 필요한 것 같다. 문제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졸업생들의 전공 진입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사회의 2가지 통계를 살펴보자.

첫째, 출산율과 1인당 국민소득 관점이다. 출산율을 살펴보면 1960년 6.16명, 1980년 2.82명, 2000년 1.48명, 2020년 0.84명으로 지난 60년 동안 87% 감소하였다. 1인당 국민소득은 경제개발을 시작하던 1963년 고작 100달러였다. 1977년 1,000달러, 1994년 1만 달러, 2006년 2만 달러, 2017년 3만 달러를 돌파했다. 선진국이 100년 이상 걸린 시간을 우리는 5-60년만에 달성했으니 한강의 기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승격되었다. 1964년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설립된 이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올라선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자녀 수는 줄어들고 부모의 경제적 수준은 향상되어 60-70년대 출생한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지금 사회에 진출하는 세대를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신입사원 세대는 19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 부모 세대에 비해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라나서 힘든 일보다 수월하고 안정적인 직업과 직장을 원하는 성향이 강하다. 부모들도 부양 자녀가 줄어들고 경제적 여력이 있으니 졸업 후 2-3년의 취업준비를 도와주는 추세이다. 50-70년대 출생해서 70-90년대 대학을 다니던 세대와는 경제적 배경과 자라온 환경이 확연히 다르다. 1980-2000년대 초에 출생한 MZ세대의 신입사원의 성향은 기성세대가 우선 이해할 대목이다. 신입사원이 없으면 기존 사원들이 분담할 일을 해결해야 하므로 근로만족도가 떨어져 이탈률이 증가하는 악순환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둘째, 대학 입학 자원의 감소이다. 대학 입학정원은 1945년 4천명, 1960년 2.7만명, 1970년 4.7만명, 1980년 15.2만명, 1990년 39.5만명, 2000년 64.6만명, 2010년 57.1만명, 2021년 47.4만명이다. 21년 입학 인원은 43.3만명으로 입학 정원을 못 넘긴 대학이 속출하였다. 출산율 저하에 따라 학령인구 감소로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이다.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1980년 11.4%(15.2만명), 1990년 27.1%(20.6만명), 2000년 61.9%(47.3만명), 2008년 83.8%(48.7만명), 2010년 79.0%(50만명), 2021년 69.8%(42.3만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대학 입학 정원 미달을 부추기고 있다.
그동안 진학률을 높인 요인으로 81년 졸업정원제 도입과 95년 대학자율화에 따른 대학의 급격한 증가를 꼽을 수 있다. 1979년 100개에 불과하였던 대학이 2020년 4년제 191개, 전문대 136개로 교육대학 등 특수대학 제외하면 327개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였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고 진학 예정자가 줄어 대학은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출산율과 입학정원, 진학률을 근거로 여러 지역 거점국립대가 하나로 뭉치는 ‘국립대 연합체제’나 서울 소재 사립대 모임인 ‘서울총장포럼’에서 대학 구조의 재편을 예견하고 있다. 


신입사원 수급과 업계의 고충

하나의 문제는 다양한 원인의 결과로 일어난다. 그동안 재학생, 졸업생 그리고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다음 3가지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첫째, 현 재직자의 근무 만족도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장실습을 나온 재학생들에게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권유하는 현상은 재직하는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근로시간이다. 워라벨을 중시하는 현세대가 중요시하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의 '나라경쟁' 2021년 5월호에 따르면 2018-20년까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5.85점으로 전체 149개국 중 62위, OECD 37개국 중 35위였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967시간이다. OECD 회원국 중 2,137시간의 멕시코 다음으로 길었다. 한국 근로자는 OECD 평균 1,726시간 보다 연간 241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일본의 연간 1,644시간 근로시간은 우리보다 짧았다. 조경분야 종사자들의 근로시간 등을 포함한 통계가 필요하다. 업계나 회사별 통계를 작성하고 근로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개선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한 사례로, 5-6년 전 20여년 동안 지켜본 설계사무소의 경우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만성피로, 여가시간의 부족, 미혼자들의 증가 등으로 근로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되었다. 그 업체에 현장실습을 다녀온 학생들이 느낀 점을 더해 내린 진단이었다. 그래서 관리자급 임원에게 수요일만이라도 ‘야근 없는 날’ 지정을 권했다. 당시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하자는 분위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야근이 없으면 같이 술을 마셔서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반응이였다.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권유했는데 2-3년 지나 물어보니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금요일까지 ‘야근 없는 날’로 하자는 직원들의 요청에 주 이틀은 야근이 없다고 했다. 반응과 변화, 결과에 긍정적 징조가 보였다.

둘째, 신입사원의 자라온 환경과 성향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 2-30년 전 사회에 진입한 현 임원들과 신입사원의 생각과 입장 차이는 클 것이다. 그래서 “라떼는(나 때는)~” 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오래전 입사 당시의 자신과 현재 신입사원을 비교하지 말고 본인이 키운 자식 세대가 어떤 환경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신입사원을 더 잘 이해하지 않을까 한다.

셋째, 향후 인구 감소, 신입생-졸업생 감소가 조경업계에 미칠 영향이다. 10여년 전 업계에서는 주로 경력사원 모집이 관심사였다. 간혹 신입사원도 약간 명 있었지만 선호하진 않았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부동산 사태의 여파로 한동안 신입사원 모집을 하지 않아 3-5년차 대리나 과장급 경력직 사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급기야 신입사원 구인으로 방향이 전환되었다. 하지만 출산률 저하와 대학 신입생 급감으로 이제는 신입사원마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불행하게도 지금이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2024년에는 현재 대학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대학 진학생이 10만 명 미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1년 5월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고 전국 5개 권역별로 최대 50%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할 예정이며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구체적인 정원 감축 규모는 2022년 5, 6월 발표할 예정이다. 전국 대학의 조경학과는 50여개로 파악된다. 대학 정원 감축에 따라 조경학과 정원도 비례 감축이 자명하다.


조경계의 자구책

내년 대학 정원 감축에 따라 향후 조경업계의 신입사원 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재 산업 규모에 맞는 구조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3가지 대책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업체간 통합 등 자체적 구조조정의 모색이다. 업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모에 따라 최소 인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신입사원 품귀현상으로 일손이 없어 임원이여도 퇴근하지 못 하고 20년 전 하던 일을 지금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직종간·업체간 합병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으로 학계와 업계가 연계하여 졸업생-신입사원에 대한 구직-구인 통계를 작성하고 전국의 지역별 인력 수급에 대한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한편 이 상황은 신입사원 입장에서 나쁘지만 않은데 신입사원 대책 방안으로 임금 상승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경 전공자가 진출할 수 있는 골프장 설계업체에서 대졸 초임을 4,500만원 제시하는 곳도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경영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둘째, 국제화를 통한 산업인력 확보이다. 유학생을 비롯한 타국가의 조경산업 인력 수급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 언어나 문화적 한계는 있겠지만 현재 산업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할 것이다.

셋째, 여성 경력 단절자에 대한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야 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업계를 잠시 떠나 있는 여성인력에 대해 프리랜서, 시간제 근로, 재택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근로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경험한 유연한 근로환경을 바탕으로 뉴노멀을 지향해야 한다.

업의 경영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을 확대하고 일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처리할 인력 수급도 중요한 일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니 우수 인재 확보는 기업 경영의 첫 번째 고려사항이다. 하지만 향후 우수한 인재는 둘째 치고 필요한 인원 충당도 쉽지 않을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여 년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초저출산율을 감안한다면 인구 구조의 변화에 맞춰 자구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지 않을까?
_ 안승홍 교수  ·  한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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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공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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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말미의 '지난 20여 년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초저출산율을 감안한다면...'은 이해가 좀 안가는 부분입니다. 정부에서 저출산 정책을 폈을리가 없을텐데요??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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