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글로벌 조경가 네트워크

안승홍 논설위원(한경대 교수)
라펜트l안승홍 교수l기사입력2021-09-05
글로벌 조경가 네트워크
: 코로나와 연구년이 빚은 선물




_안승홍(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2019년 가을, 참여하던 연구과제에서 뉴욕 공원 조성과 운영에 관한 현지 출장을 홀로 가게 되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여러 차례 다녔지만 사이판, 괌 외 미국 본토 방문은 처음이었다.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출장 준비는 촉박하였고 현지 상황도 잘 모르는지라 다소 막막하였다. 우선 항공권을 구입하고 뉴욕 사정을 잘 아는 현지인을 수소문 하였지만 현지 정보는 많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대부분 센트럴파크, 브라이언파크, 하이라인, 브루클린파크 정도 소개되어 있었다.

마침 같은 과에 근무하는 이진욱 교수님의 소개로 James Coner Field Operation에 근무하는 허비영 씨와 Supermass Studio 차태욱 소장님이 연결되었다. 현지에 도착하여 두 분을 만나 현지 소식과 새롭게 조성된 공원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일주일의 짧은 출장 동안 시차 적응과 바쁜 스케줄 소화는 쉽지 않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현지 소식과 인맥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한편 우리 조경분야의 국제 교류와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였다. 정기적으로 조경분야 단체를 중심으로 한중일 조경 전문가 회의, IFLA-APR, IFLA 대회에 참석하고 한일조경인 축구대회 정도 기억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참가하는 CELA나 ASLA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국제적 네트워크에 대한 아쉬움과 개인적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2 IFLA와 국제화, 한국 조경의 위상

’20년 한국은 GDP순위 세계 10위가 되었고 ’21년 7월 UN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1964년 설립된 UN 무역개발회의는 한국이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된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오랜 의문이 나에게는 있었다. 종주국과 강대국이 엄연히 다른 현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축구 종주국은 영국인데 독일이나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우승 단골이고 국궁이 아닌 양궁에서 한국이 늘 세계 1위였다. 중학생 무렵인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는데 야구를 좋아하던 나는 매 경기에 관심이 많았다. 1991년 ‘한일 프로야구 슈퍼게임’ 중계를 보며 한국 야구 수준이 일본 야구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WBC ’06년 3위, ’09년 2위, WBSC Premier12 ’15년 1위, ’19년 2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위 등 시간이 흐르며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최근 BTS가 한글 가사의 노래로 Billboard 1위를 차지하고 영화 ‘기생충’은 ’20년 제92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개 부문 수상하였다. ’21년에는 ‘미나리’가 제93회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수상하였다.

1972년 한국조경학회가 설립된 이후 우리 조경분야는 졸업생 배출 세계 2위라는 출처 미상의 얘기가 종종 들렸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목격하며 세계 속의 우리 조경의 위상은 어디에 있을까? 라는 의문이 늘 머리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1992년 IFLA 한국총회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였다. 대학 3학년 2학기 복학하던 때였고 국제 행사에 처음 참가하는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나는 경주 보문단지에서 주변 호텔과 회의장을 연결하는 셔틀 버스운행을 담당하였는데 세계 각지에서 온 많은 참가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이후 89년 해외여행 완전 자유화가 이루어진 시기여서 해외에 대한 관심이 한창 무르익기 시작하던 때였다.

IFLA 참가 이후 해외여행의 기회는 1997년이 되어서야 찾아왔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취업한 서인엔지니어링에서 대리 직급으로 승진하며 도시계획부 1명과 조경부 2명에 포함되어 ‘진급자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일본을 다녀오게 되었다. 도쿄의 임해부 도심과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MM 21) 등 도시개발 사업을 주로 다녔었다. 3년 반의 실무기간 동안 조경부 업무는 여의도공원 등 주로 현상공모를 담당했었고 70%는 도시계획이나 도시개발, 도시설계를 담당해서 선진 사례로 자주 언급되던 대상지 방문 기회가 되었다. 도쿄의 신주쿠(新宿), 하라주쿠(原宿), 아키하바라(秋葉原), 요코하마 핫케이지마(横浜 八景島) 파라다이스 등을 답사하며 일본의 선진 도시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후 2000년대 초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등 유럽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 거쳐 그동안 40여 차례의 해외여행을 통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우중 회장의 명언을 실감하게 되었다. 


코로나의 도래와 공원녹지연구회 웨비나

2019년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 회장을 맡게 되어 2019년 9월 1차 세미나로 ‘도시공원에 관한 최근 연구’를 필두로 11월에는 2차 ‘국내외 수변공원 설계 사례’, 2020년 1월 3차 수원시정연구원과 공동으로 ‘노후 도시공원, 이대로 좋은가?’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4차 세미나는 한국조경협회 경관위원회와 공동으로 ‘스마트 기술의 융합 : 조경 BIM의 이해와 설계 적용사례’를 기획하고 대구 신천지 사태와 더불어 코로나가 한창이던 2월 말 2019년 여름부터 준비한 연구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

연구년 출발 직전 한국조경협회 40주년에 즈음하여 ‘국민이 행복한 조경진흥 정책 제안’을 주제로 2020년 6월 초 조경·정원 박람회 기간 중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예정했었다. 당시 코로나는 우한 폐렴으로 불렸고 이전 사스나 메르스처럼 일정 기간 지나면 방역에 성공하여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3월 중순이 되자 전 세계는 코로나의 무서운 전염 속도에 패닉을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의 기세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자 한국조경협회와 기획한 세미나는 취소되었다. 이후 공원녹지연구회 4차 세미나 ‘조경 BIM의 이해와 설계 적용’의 개최 여부를 고민하게 되었다.

한편 코로나로 인해 일상적인 대면이 어려워지자 각종 회의는 본격적으로 비대면 시대를 열고 웹 기반의 ‘웨비나’가 속속 등장하였다. 화상회의가 간간이 열리는 것을 목격했지만 주최가 되어 진행해본 경험이 없어 두려움이 앞섰다. 다른 한편에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마음 한 켠에 싹트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 강의가 줌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회 총무인 청주대 박재민 교수님과 상의해보니 비대면 회의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고 그동안 세미나를 진행한 경험을 잘 접목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낯선 두려움을 극복하느라 세 차례에 거친 화상회의와 리허설을 통해 성공적 개최를 예견하게 되었다. 웨비나는 무사히 진행되었고 한국과 미국 사이의 태평양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터넷 기반의 초연결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후 8월에는 5차 ‘역사경관과 공중보건에 관한 미국 조경의 연구 동향’을 주제로 코네티컷대학 박소현 교수님과 텍사스 A&M 대학 이성민 교수님을 모셨다. 12월에는 ‘기후변화와 전략적 공원설계’를 주제로 Supermass Studio 차태욱 소장님과 SWA Houston 남지영 실장님을 모시고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12월 말에는 뉴욕 한인건축가 연말모임이 있었는데 멤버였던 차태욱 소장님의 초대로 참석하게 되었는데 미국을 비롯해 영국, 한국의 건축, 조경, 도시계획, 도시설계 전문가들의 흥미로운 주제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와 연구년의 기회는 화상회의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단숨에 연결하는 귀중한 경험을 주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는 격언을 절실히 느낀 한해였다. 


한‧미에서 글로벌 조경가 네트워크로

2020년 연구년은 뉴욕에서 2시간가량 떨어진 코네티컷대학에서 보냈다. 이 대학 박소현 교수님의 초대로 방문 기회를 얻었다. 코네티컷주는 아주 생소한 곳이었지만 옴스테드의 고향이어서 친근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로 인해 많은 제약을 받게 되었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현지 기업이나 대학에 근무하는 선후배들의 소식이 궁금해서 연락하게 되었다. 10-20년 만의 연락이었지만 반가움은 여전하였고 연락을 이어 가도록 ‘한미 조경가 네트워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임의 시작은 2020년 7월말 뉴욕에 근무하는 허비영 씨가 가족들과 코네티컷을 방문하여 박소현 교수님과 함께 제안한 작은 모임에서 출발하였다. 

한편으로 북미한인조경가회(AKLA)에 대한 소식을 ‘환경과조경’지를 통해 본 적이 있었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모임은 2001년 시작하여 ‘뉴잉글랜드 선언’과 ‘필라선언’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가 있다는 소식이었다. 현재는 시간이 많이 흘러 맥이 끊긴 상태라고 아쉬워했다.

연구년 목적 중 하나가 네트워크의 형성이다. 미국 현지에서 점차 확대되는 인맥을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미래세대와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조경 언론을 통해 간간이 해외 소식을 접해 왔지만 개인을 너머 국내와 해외 조경전문가들을 연결하는 모임으로 성장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생각나는 지인들에게 연락하고 하나둘 모으다 보니 어느덧 70여 명이 되었고 다양한 인맥을 연결하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회원 중에 유럽에서 공부한 분이 ‘한미’로 한정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주셨고 이후 고민을 하게 되었다. 향후 회원 확장을 위해서 ‘한미’보다 ‘글로벌’로 확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글로벌 조경가 네트워크의 활동

2021년 7월 24일, ‘조경’이라는 공통분모로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한인 중심의 ‘글로벌 조경가 네트워크(GLAN, Global Landscape Architects Network)’가 출범했다. ‘글로벌 조경가 네트워크’의 목적은 인류의 공영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한국 조경의 학문적, 실무적, 기술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 계획, 설계, 시공, 관리 등에 관한 체계적 정보교류이다. 또한 ‘소통과 공유, 공감, 전승’을 철학으로 온오프라인 워크숍이나 SNS를 활용해 회원 상호간의 친목과 교류 활성화, 회원 및 미래세대를 위한 진학, 유학, 취업 등의 정보공유와 멘토링 확대 등에 관한 체계적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한다.

회장단은 자문과 부회장, 총무 등 22명으로 구성하고 운영과 관리에 책임을 다하며 회원의 활발한 활동과 교류를 뒷받침하도록 하였다. 회원들의 정보교류를 위해 전문성과 개인적 관심사를 혼합하여 연 4회 정기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전문성은 회원이 수행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개인적 관심사는 ‘취중 토크’로 구성하였다. 취중 토크는 여행, 취미, 건강, 경험담, 투자, 교육, 맛집 소개 등 일상생활에 관한 내용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네트워크를 통한 개인적 성과

올해 1학기 연구년 복귀 후 두 달여 강의와 시차 적응에 몸살을 앓았다. 연구년 후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작년 1년을 지내며 탄생한 글로벌 조경가 네트워크는 또 다른 성과를 잉태하는 계기가 되었다. 절묘한 타이밍과 인연이 빚어내는 결과였다.

지난 8월 텍사스주 달라스로 이민 간 우리 학과 졸업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University of Texas at Arlington 대학원 석사과정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작년 연구년으로 미국에 머무는 동안 연락하게 되었는데 현지에서 직장을 구하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원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의 한계와 현지 이해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재학 중 2016년 천안시 도시디자인공모전 대상과 2017년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장려상을 받는 등 성실하고 창의적인 실력을 갖춘 친구였다. 하지만 현지 사정을 알수 없어 휴스턴 SWA에 근무하는 후배 남지영 실장님과 연결해줬다. 그 과정에서 이 대학에 후배인 임주원 교수님이 근무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입학 상담을 받게 되었고 추천서 부탁을 받아 보내기도 하였다. 달라스와 알링턴은 차로 30분 정도 가까운 거리여서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학기 중순 3학년 여학생이 우리 대학의 2021년 2학기 미국 어학학기제 프로그램에 신청한다고 추천서를 부탁하였다. 그동안 미국, 캐나다 등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여러 학생들의 추천서를 써준 터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여름방학 시작 무렵 참가 승인 소식을 전해 왔고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 2학기 동안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마침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지난 봄 박사학위를 마치고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우정훈 박사님과 연결하고 8월 말 도착하여 정착에 도움을 받게 되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도 좋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격언을 나는 좋아한다. 한국과 미국의 지인들이 하나둘씩 모여 이제 ‘글로벌 조경가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네트워크를 통해 회원간 연결을 강화하고 향후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의 회원과 미래세대의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 지금은 온라인 모임으로 시작하지만 적극적인 참여와 다양한 교류를 통해 전문성 강화와 개인간 이해가 활발해지길 바란다. ‘초일류 한국 조경에 대한 꿈’과 ‘함께 하는 가치’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_ 안승홍 교수  ·  한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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