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DMZ에서도 생태관광이 가능하다면

글_전진형 논설위원(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라펜트l전진형 교수l기사입력2018-08-09
DMZ에서도 생태관광이 가능하다면




_전진형(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2007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개최된 2018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에 평화, 번영, 통일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으로 시작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진전은 경제, 문화, 관광, 자원, 인구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중 DMZ는 전쟁과 분단의 상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서 남북관계의 완화가 과연 DMZ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관심 또한 고조되고 있다.

DMZ는 demilitarized zone의 약자로써 주로 적대국의 군대 간에 발생할 우려가 있는 무력충돌을 방지하거나, 운하·하천·수로 등의 국제교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설치된다.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체결된 휴전협정에 의해서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의 지대가 DMZ로 결정된 바 있다. DMZ의 출입은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가 있어야 하며, 특히 판문점은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시단이 함께 있는 쌍방 공동 경비의 DMZ로서 쌍방의 경비병이 군사분계선을 자유로이 드나들었으나 1976년 북한군의 도끼 만행사건 이후 금지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나 50년이란 세월이 흐른 DMZ는 자연 보전 상태로 이어져 오면서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환경분야의 남북경협에 있어서 가장 큰 이슈는 DMZ 생태계 보전방안이다. DMZ는 한반도 중심부의 산악지대와 평야지대 사이에서계곡과 분지 그리고 여러 개의 강을 포함하고 있어 산림생태계, 내륙습지, 담수 및 해안 생태계가 함께 존재하는 생물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특히 국제적 보호종, 위기종 뿐만 아니라 많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및 보호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나 두루미류의 서식처 및 이동경로가 됨으로써 생물종다양성 유지를 위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한반도에서 서식하는 2900종 이상의 식물 가운데 1/3이, 70여종의 포유류 가운데 1/2이, 320종의 조류 가운데 1/5이 이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즉 DMZ는 한반도 생태계 축을 이루고 있는 핵심지역으로서 남과 북이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보전해야 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남북평화를 바라보는 지금, DMZ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다. 남과 북을 물리적으로 잇는 교통물류 인프라 구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사람과 자연을 잇는 생태관광을 통해 DMZ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환경보전이 잘 이루어진 DMZ는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장소인 동시에 관광객들이 독특한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생태관광 대상지로서 새로운 장소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생태관광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학자마다 생태관광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관광객이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을 연구하거나 체험하기 위해 오염되지 않는 자연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생태관광의 매력은 사람들이 일상적인 도시환경에서 즐길 수 없는 방식으로 자연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착각하는 생태관광은 환경보다 사람이 우선순위에 있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생태관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더 나은 생태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생태계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따라서 DMZ에서의 생태관광은 그 지역의 생태계가 주인이 되어야 하고, 관광객은 단지 스쳐 지나가는 존재로서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기보다는 자연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관광객은 자연과 교감하면서 심리적 위로, 마음의 여유, 일상탈출, 생태적인 지식의 습득 등 문화적, 교육적, 정신적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인 일본의 야쿠시마 섬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세계적인 명소이다. 한 달에 35일 동안 비가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우량이 많은 이 섬은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도 전혀 없이 단지 잘 보존된 숲만 존재하고 있으나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높은 강우량으로 인해 숲 전체가 이끼로 둘러싸여있고, 아열대에서 냉온대까지의 다양한 기후가 존재하고 있는 야쿠시마 섬은 다양하면서도 희귀성이 높은 생태종이 잘 보전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은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다양한 트레킹 코스도 제공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원숭이, 사슴 등 야생동물들을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볼 수가 있다. 이처럼 야쿠시마 섬이 생태적 아름다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생태보전을 위한 올바른 정책수립, 생태보전을 기반으로 한 생태관광 이론 습득, 명확한 생태관광 지침 등에 의한 것이다. 또한 정부, 지자체, 심지어 지역주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생태계를 보호하는 목적을 1순위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야쿠시마 섬과 같이 멀지 않은 미래에 DMZ에서도 생태관광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DMZ 주변지역의 현재 상황을 바라볼 때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DMZ 주변 지역주민들의 지속적인 농지 확장은 습지, 초지의 면적을 감소하였고, 농약, 화학비료 등에 의한 농업 활동은 수질오염을 야기하였다. 또한 대규모 도로의 건설로 인하여 산림을 파편화 시켰고, 증가된 교통량에 의해 소음공해가 증가하였다. 이는 DMZ에 서식하는 동물의 서식처와 이동경로에 악영향을 야기하고 생태계의 단절 그리고 고립을 형성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즉 DMZ가 생태보전을 위한 아무런 대책 없이 개방될 경우 DMZ의 생태적 가치는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며, 남과 북이 단계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사안은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할 것이다. 

다만 DMZ의 생태보전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희생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접경지역의 지역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각종 규제로 인해 지역발전은 물론 개인 재산권 행사에 있어서도 많은 불이익을 받아왔다. DMZ는 생태보전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중첩 규제로 역차별을 받아온 접경지역의 지역주민들의 상처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 지금은 단순히 DMZ를 밟아보는 단꿈에 젖어 있기 보다는 DMZ의 생태보전과 지역주민, 그리고 북한과의 협조 등 어렵고 현실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생태보전과 지역주민들의 혜택을 추구하는 생태관광에 있다. DMZ가 아픔과 상처를 씻어내고, 남과 북을 잇는 장소이자 사람과 자연을 잇는 장소가 될 수 있기를 꿈꾸어 본다.
_ 전진형 교수  ·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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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ho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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