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축소도시와 도시재생 그리고 조경
안상욱 논설위원(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라펜트l안상욱 이사장l기사입력2017-05-17
축소도시와 도시재생 그리고 조경
글_안상욱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모든 사람이 나고 커서 늙고 죽는 것처럼 도시도 나라도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겪는다. 오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요즘 인구절벽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위기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태어나 우리나라를 가리키던 Dynamic Korea가 10여년 만에 낯선 말이 되어버린 현실이 정부와 전문가들에겐 보통 답답한 게 아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추계에서 총인구는 2031년 5,296만 명을 꼭지로 점차 출어들 것으로 내다보면서 2029년부터 죽는 이가 태어나는 이보다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주 빨리 진행되는 고령화까지 고려하면 나라살림과 아이들의 미래 살림살이가 여간 걱정이 아니다.
우리나라 도시의 생로병사도 정말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1950년의 한국전쟁과 뒤이은 베이비붐, 이어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급속한 도시성장이 우리나라 발전을 이끌었다면 도시문화 소비에 빠진 젊은이들의 개인주의를 방관한 탓에 2000년대 들어서면서 농촌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쇠퇴가 시작되었고 이제는 전국 3500개 읍면동 가운데 70%에 가까운 2300여개 읍면동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쇠퇴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도시쇠퇴는 도시인구가 감소하고 경제가 가라앉는 상황을 가리키며, 쇠퇴되는 도시의 다양한 자원과 기반시설을 되살려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도시재생을 중앙정부차원에서 그리고 자치단체 스스로 열심히 펼치고 있다. 축소도시(shrinking cities)는 도시인구와 경제적 수준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시민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관점의 용어이다. 도시의 지리적 경계나 기반시설을 축소하자는 것이 아니라 쇠퇴되는 도시를 문화적으로,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보다 경쟁력 있게 재창조하자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05년 살고싶은도시만들기를 시작으로 2010년부터는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을 그리고 2014년부터는 도시재생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4년에 선정된 선도지역 13개, 2016년에 선정된 일반지역 33개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축소도시의 개념을 잣대로 보면 여전히 문제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도시의 외곽 확산과 이에 따른 도심공동화를 넘어서려는 도시재생 시도가 부처와 부서의 연계와 협력의 어려움으로 축소도시의 본질이 애써 외면되고 있다.
인구가 줄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재정자립도가 낮아지고 기반시설의 관리도 힘에 버거울 수밖에 없다. 쇠퇴도시에는 상주인구가 줄면서 도심의 각종 공공시설들이 놀기 시작하고, 차량이 줄면서 차도엔 풀이 자라난다. 지자체는 불필요한 기반시설을 축소하거나 이들을 도시경쟁력과 삶의 질 높이기에 필요한 기반시설로 바꾸는 게 빠를수록 좋다. 늘어나는 도심의 빈집은 공동체 해체와 안전에 위해로 다가오기에 시민에게 필요한 텃밭이나 공원녹지로 바꿔주어야 한다.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지자체는 걷기 편한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고, 놀고 싶고 쉬고 싶은 공원녹지를 주민 곁에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사람이 모이면서 소비가 늘고 도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인구가 마구 늘던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구조를 사람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걷고싶은거리나 쉬고싶은 공원녹지는 납세자의 형편과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여 기능중심으로 그리고 운영이 쉽고 관리비용이 적게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축소도시의 도시재생과정에서 조경계는 기능중심의 거리, 환경을 닮은 공원녹지를 만들어냄으로써 주머니가 얇아진 납세자와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움을 풀어주어야 하며, 정부와 지자체가 마땅히 해야 할 시대적 정책 의제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제시하고, 문제풀이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 글 _ 안상욱 이사장 ·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
다른기사 보기
aswnby@naver.com
기획특집·연재기사
- · [녹색시선] 에너지 위기와 데이터기반 그린인프라
- · [녹색시선] 새롭게 도입된 우리나라 기후영향평가 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기대와 과제
- · [녹색시선] 진짜 조경은 드로잉으로만 존재한다
- · [녹색시선] 누구를 위한 정원인가
- · [녹색시선] 2022년 용산 국가공원은 안녕하신가?
- · [녹색시선] 누가 조경가인가?
- · [녹색시선] 식목일, 그리고 왕벚나무와 목련
- · [녹색시선] 국가도시공원이라는 대선 공약
- · [녹색시선] 옥상! 도시의 방치된 갯벌이다! 우리의 미래자원이다!
- · [녹색시선] 동지들에게 고함
- · [녹색시선] 정원식물 그 이상의 가치, 자생식물
- · [녹색시선] 3년 그리고 세 명의 시장
- · [녹색시선] 신입사원 모집 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