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학 연구주제의 우선순위

전승훈 논설위원(가천대학교 조경학과)
라펜트l전승훈 교수l기사입력2015-12-10
조경학 연구주제의 우선순위


_전승훈 교수(가천대학교 조경학과)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직면하여 다시금 조경, 조경학의 정체성 확보와 전문성 강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대학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교육과 연구, 봉사라는 세 가지 직무를 본분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조경의 미래가 어떨 것인가?, 지금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무엇을, 어떻게, 왜 준비해야 하는가?’ 등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가득 메우고 있다.

최근 들어 현대 조경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과 북미지역의 전문가들도 유사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Landscape & Urban Planning에 실린 에세이 중에서 조경학이 RTD (Research Through Designing)방법론을 적용하고 국가사회의 지식 수요에 상응하는 학술적 연구 요구도를 충족시켜야한다는 점이나 조경학의 연구주제 우선순위 탐구 등의 논문이 눈길을 끈다.

본 논고에서는 2015년도에 Landscape & Urban Planning 저널에 게재된 Exploring research priorities in landscape architecture : An international Delphi study라는 연구논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경학은 물론이고 어느 학문분야나 인구동태, 생활양식 및 가치관의 변화, 도시와 농촌사회의 변형, 기후변화 에너지 수요 등 지구촌이 당면하고 있는 글로벌 이슈에 전문가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조경 분야는 자연과학 및 공학의 학문적 영역과 예술가적 영역이 결합됨으로써 매우 실용적으로 넓은 영역을 종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관련된 모든 영역에 대해 충분치 못한 지식기반으로 피상적으로만 접근한다는 상반된 시각에 놓여 있다. 

조경학이 미래사회에서 지구차원이든 국가차원이든 더 많은 역할과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조경계획과 설계, 그리고 관리영역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건전한 지식(증거)기반을 창조할 수 있는 보다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연구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지역 등에 걸쳐 279명의 전문가(학계 162명, 업계 117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이다.

첫째, 향후 5년 내 과학적 연구실행분야로써 조경학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연구영역의 주제는 인간중심의 계획·설계(Human dimensions of planning & design)와 환경도시건설(Green urban development)이고, 이어서 건설 환경 및 기반시설(Built environments & infrastructure)과 지구환경차원의 이슈(Global landscape issues)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둘째, 조경 실무를 위해 가장 유용한 연구영역의 주제는 인간중심의 계획·설계(Human dimensions of planning & design)와 건설 환경 및 기반시설(Built environments & infrastructure)이고, 이어서 수단과 기술(Tools & Technologies)과 생물리적 중심의 계획·설계(Biophysical dimensions of planning & design), 조경의 교육(Education of landscape architecture)이었다.

물론 업계는 학계에 비해 1차 설문조사에서는 예술적 창조성(Artistic creativity)과 수계 환경(Aquatic environments) 등에 대해 보다 관심이 많았으나 2차 및 3차 설문조사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대륙이 역사차원의 계획·설계(Historic dimensions of panning & design)영역을 중시하는 반면 타 대륙은 조경의 성과 및 영향의 측정(Measuring landscape architecture performance and impact)영역을 강조하였다. 

연구의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조경의 분야와 영역은 매우 다양하고 점점 세분화된 전문영역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와 역사·문화, 생활양식 및 가치관의 차이 등 대륙 간 수요와 요구도의 차이로 인해 지구차원에서 보면 매우 다양한 전문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비록 우선순위에 들지는 못했지만 앞서 제시한 연구영역의 주제 외에도 이론(Theories), 농촌 및 자연환경(Rural & natural environments), 가치와 윤리(Values & ethics), 정책과 관리(Policy & governance), 응용방법 및 기술의 개발(Development of applied methods & techniques, 조경학 교육(Landscape architecture education)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조경학 분야의 정체성과 전문성은 글로벌 관점에서 공통적으로 다루어야 할 이슈이든지 아니면 지역이나 국가 또는 지방차원에서의 차별화된 영역이든지 기본적인 예술적 원리와 영감, 그리고 축적되고 진보된 지식과 기술의 토대아래에서만 확보될 수 있는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학사회에서 조경분야의 다양한 전공영역에 걸쳐 교육과 연구가 통합되고, 또한 교육, 훈련된 세부 전공분야의 인력이 조경실무차원에서 협력 및 통합되어 완성한 하나의 결과가 국가사회의 수요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때 조경의 영역과 위상은 굳건하게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
_ 전승훈 교수  ·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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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nsh@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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