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두전망대에서 바라 본 쿠시로 습지 전경

지난 글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의 생태, 문화, 역사적 의미와 생태관광을 위한 기초적 탐방정보, 홍수억제를 위한 직강화와 배수로 건설로 인한 인위적 물순환 체계의 변화와 생태적 위기, 생태계 기능 훼손 및 복원과정, 습지 내 서식처 유형과 위협요인 및 복원 전략 등을 소개함으로써 생태복원을 위한 단서를 찾고자 하였다.

이번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쿠시로 습지 국립공원의 역사와 생태, 문화, 생태관광 등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쿠시로 습지는 일본의 가장 북쪽 섬 홋카이도의 동쪽 지역에 위치한다. 면적 268.61㎢ 일본에서 가장 광범위한 갈대군락이 펼쳐진다. 쿠샤로호(Lake Kussharo)에서 흘러나온 쿠시로천(Kushiro River)이 습지 복판을 사행하천을 이루며 북에서 남으로 흘러서 남쪽 쿠시로시를 거쳐 북태평양으로 흘러나간다.

쿠시로 습지 국립공원

학(두루미)의 보금자리, 쿠시로습지

쿠시로 습지는 일본 최대의 자연습지로서 기원전 4000년경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최대의 습지인 쿠시로 습지는 IUCN category II에 속하는 매우 중요한 습지자원으로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되었다. 1980년 람사르협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 지정되었고, 1987년 7월 3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등 가능한 많은 보호정책에 의해 중복 지정되어 다양한 보전 복원 전략이 수립되고 있다.

지정면적은 'Kushiro-Marsh : 18,290ha, Ramsar Site : 7,726ha, National Park : 26,861ha 등'이다.

쿠시로 습지 및 쿠시로천 개황(자료: S. Mizugakia, F. Nakamurab, T. Arayab, 2006)

그런데 19세기 말에 이르러 쿠시로 습지와 홋카이도의 두루미는 무분별한 사냥 등의 원인으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1889년 두루미 포획금지령이 내려졌다. 1924년에는 쿠시로 습지에서 아사 직전에 있는 학 10여 마리가 발견되어 이듬해부터 쿠시로 습지 지역을 두루미 번식지로 지정하고 사냥금지 구역으로 선포했다.

이어 1935년 두루미와 서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쿠시로 두루미 보호회’가 결성되어 더욱 적극적인 보호노력이 진행되었다.

이같이 주민과 정부 등이 협력하여 두루미 보호를 위한 노력 끝에 현재 쿠시로습지 지역에 약 600~700개체가 서식하고 있으며 홋카이도 지역 전체에는 1200개체 이상의 두루미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계절에 따라 대륙 간 이동을 하는 두루미 본래 특성과는 달리 이 지역의 두루미는 홋카이도 지역에서만 이동하는 텃새화 되었다는 것이다. 멸종위기에서 인위적인 복원 노력에 의해 서식조건이 개선되는 등 적극적인 보호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겨울이면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날아오는 중간 기착지 또는 겨울철 서식처로서 철원평야, 임진강, 사천, 순천만 등이 잘 알려져 있고, 일본의 경우 쿠시로 습지와 이즈미시가 국제적으로 유명하다.

쿠시로 습지와 일본의 람사르 습지

일본의 람사르 습지 (12번 쿠시로 습지)

일본에는 2012년 12월 기준으로 총 46개의 습지가 람사르 협약에 의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중 첫 번째 람사르 습지가 바로 쿠시로 습지이다. 1980년 람사르 협약에 가입하면서 쿠시로 습지를 처음 등록한 이래, 1993년에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제5차 람사르 당사국 총회를 바로 쿠시로시에서 개최하였다. 일본에서는 2030년까지 100개, 75만ha의 습지를 람사르 사이트로 등록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역사와 문화

홋카이도의 원주민은 아이누(Ainu: 사람)족으로서 곳곳에 그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다. 아이누족은 몽골계로 알려져 있는데 약 800년 전에 홋카이도 지역에 정착했다고 전해진다.

아이누족 마을을 복원한 북두유적지

‘쿠시로’라는 지명은 아이누족의 언어로 ‘쿠시나이 : 건너갈 수 있는 강’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쿠시로 습지에서 가까운 아칸호 부근에 아이누족 집단 거주지인 아이누코탄(Ainu Kotan, kotan은 Village를 의미)이 있고, 쿠시로 습지 내 북두유적지에는 아이누족 옛 마을을 원형대로 복원하였다. 불을 피운 흔적 등이 복원되어 있다.

쿠시로 습지는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습지의 신인 ‘사루룬 카무이(sarurun kamui)’ 즉, 학(두루미, Grus japonensis)의 보금자리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두루미는 수많은 민담과 설화에 등장한다. 특히 두루미의 구애춤은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통행카드와 일본의 1,000엔 지폐(구권)에 도안되기도 하는 등 인류 문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학(두루미)의 생태문화적 의미. 구애 춤을 일상생활에 도입.

고속도로 통행카드(좌, 한국), 1000엔 구권(우, 일본)

생태관광

쿠시로 습지 국립공원은 갈대, 사초류, 물이끼 습원과 오리나무숲, 구불구불한 사행하천, 호수와 늪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뛰어난 생태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생태관광 행태로는 △첫째, 습지 곳곳에 분포한 전망대와 센터를 중심으로 호수와 습지에 조성된 데크를 따라 트레킹 하면서 원시 자연의 신비로움과 4계절 달라지는 경관을 온몸으로 느끼는 도보 답사, △둘째, 습지를 따라 쿠시로시까지 연결되는 노롯코 열차를 이용한 철도 여행, △셋째, 두루미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로서 두루미 마을(tsurui-mura), 추루미 이토 sancturary, 아칸 국제두루미 센터, 그리고 쿠시로 강을 따라 내려가는 카누 탐방, 승마체험 등이 있다.

쿠시로 습지를 지나는 노롯코열차

아칸 국제 두루미 센터

호쿠토(북두) 전망대(좌)와 쿠시로습원 전망대(우)

쿠시로 습지를 감상할 수 있는 시설로는 쿠시로습원 전망대, 호숫가 전망대, 호쿠토(북두) 전망대, 토로호 에코뮤지엄, 온네나이 방문자센터 등이 있으며, 또한 습지 내 도롯코 호수의 사루보 전망대, 야생생물 보호센터 등이 습지를 찾는 방문객에게 습지의 멋진 전망을 관찰할 수 있는 전경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호숫가 전망대는 쿠시로 습지 동쪽에 위치하며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으며, 습지와 어우러진 쿠시로천의 사행 흐름을 볼 수 있다.

쿠시로습지 호수가 전망대에서 설명하는 필자(왼쪽)와 일본 전문가(오른쪽)

온네나이 비지터센터 탐방 데크를 안내하는 쿠시로 습지 관계자

생태계 훼손 및 복원

쿠시로 습지는 일본 습지 면적의 60%에 이를 정도로 넓게 분포한 대표적인 습지이다. 현재 이곳은 원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각종 개발로 빠른 속도로 면적이 감소하며 급격히 육화가 진행되고 있다.

쿠시로 습지를 사행으로 흐르던 쿠시로천을 직강화하고 하류의 쿠시로시를 우회하는 직선의 신쿠시로천을 인공적으로 조성하면서 홍수는 저감되었지만 습지내 급격한 물순환 교란을 초래하였다.

쿠시로 습지 주변의 산림은 1960년대부터 대규모 농지개발로 많은 산림이 농경지로 전환되었으며 곡선형의 자연하천 유로를 직선화하였다. 이로 인해 농경지 등 유역에서 발생한 부유토사 등 오염물질들이 쉽게 습지로 유입되어 그 결과 산림과 인접하는 습지의 하천에서는 다량의 부유토사 퇴적으로 하천바닥이 2m 이상 상승하였고, 습지 표면에 근접하던 지하수위는 점차 낮아져 습지토양이 건조화 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환경변화로 인해 습지식물보다는 건조에 강한 식물이 생육하기 알맞은 환경을 제공하게 되어 갈대군락이 넓게 분포하던 쿠시로 습지는 오리나무군락 침입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1940년대 습지의 면적은 2만5,000ha였는데 1990년대에 이르러 1만9,000ha까지 감소하여 약 50년 동안 습지의 20%가 소실되었다. 또한 습지 내 희귀한 수생식물, 어류, 양서류 등 수중 생물들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있다.

쿠시로천 직강화 흔적

이러한 습지 훼손 및 생태계 파괴 현상이 계속되자, 2001년 5월, 쿠시로 습지를 복원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쿠시로 습지의 복원 목적은 ‘1980년으로 돌아가자’이다. 람사르협약에 등록 되었던 1980년 당시의 모습으로 습지를 복원하자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자연환경의 보호 및 보전, 복원과 농업과의 조화, 지역사회로의 기여 등의 3대 세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또한 세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8가지의 행동목표를 수립했는데, 그 기준들은 프로젝트의 절차, 조직의 구성,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을 중심으로 설정되었다. 실천수단으로서 2003년 자연복원촉진법에 따라 습지, 구 하도, 유사체제, 식생, 유량복원, 공공협력에 대한 6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된 ‘쿠시로 습지 자연복원 위원회’가 설립됐다.

지금까지 일본 최대의 자연습지로서 일본을 대표하는 습지, 학(두루미)의 고향인 쿠시로 습지의 의미와 역사, 문화, 생태관광, 생태계 훼손 및 복원 노력 등에 대하여 고찰해 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인간의 유익을 위해 쿠시로 습지와 쿠시로천을 인위적으로 변형한 결과 초래된 쿠시로 습지의 생태계 훼손과 복원 노력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하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