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미노믹스 시대, 조경계 여성 리더들(3)

공공부문: 오순환 소장, 김선미 처장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3-03-21

공공 부문

 

오순환 소장 | 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동부공원녹지사업소

김선미 처장 | 한국토지주택공사 녹색경관처

 

공공부문에서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주로 해 오셨습니까?

오순환_ 1980년에 농림7급으로 임용되어 이후 동작구청, 목동지구개발사업소, 서울특별시청,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 서부푸른도시사업소, 중부푸른도시사업소, 동부공원녹지사업소에 이르기까지 20133월 현재 3210개월간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공원녹지분야에서 근무해 왔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기획과 집행 업무를 모두 담당하게 되므로 공원녹지설계, 시공, 관리 및 운영은 물론 일반행정업무도 수행하게 되니까 조경학과 전공을 살린 셈입니다. 서울시 공원녹지분야 조경학과 출신 공무원 및 여성공무원 1호입니다.

 

김선미_ 1989년 한국토지공사에 입사해서 택지개발사업 시 조성해야 하는 공원녹지의 조경설계 및 공사 감독업무를 했습니다. 부장이 된 후에는 사업 시행에 필요한 후보지 조사 업무와 기계, 전기, 조경공사 설계심의 업무 등 조경직으로서는 비교적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였고, 주택공사와 통합 후에는 주택단지 조경설계를 했습니다.

 

처장이 되면서 건축업무인 공동주택의 상품기획 및 토탈 디자인 업무를 하다 올해 녹색경관처장으로 부임하여 조경 설계와 공공건축물 조성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오순환_ 실무자인 7급 당시, 1984부터 1988년까지 목동지구개발사업소에 근무하면서 약 430m2(130만평)에 이르는 목동신시가지조성사업의 조경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주택공사 및 토지개발공사 관계자, 조경학과 학생들이 견학을 많이 와서 안내해 주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목동신시가지는 서울시에서 프랑스의 라데팡스처럼 수준 높은 신시가지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금도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를 지날 때면 허허벌판이었던 안양천변 130만평이 신시가지로 변화하는 현장에서의 여러 가지 일들이 회상되곤 합니다.

 

그리고 2002 2월부터 2009 8월까지 월드컵공원을세계적인 환경생태테마공원으로 육성, 발전시킨다는 비전을 세운 후, 타 공원과는 차별화된 블루오션 전략으로 공원을 관리 및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국내 최초이면서 국제적으로도 보기드문 대규모 쓰레기매립지인 난지도의 특성을 살린 공원이용프로그램을 연중 상설 운영하였습니다. 공간별 특성과 문화예술을 결합하여 4계절 대표프로그램과 축제행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함으로써조경공간의 생활문화공간화를 시도했습니다.

 

소프트웨어적인 발전을 통해 공원이용을 활성화 한다는 전략이었지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8<월간 환경과조경>이 수여하는 올해의 조경인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김선미_ 2001년 부천상동 사업단에 지원하여 상동 택지개발사업지구에시민의 강이라는 인공하천을 설계부터 시공까지 끝낸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자연조건이 열악한 사업지구인 탓에 인공으로라도 하천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한 곳이었는데 평지에 준공 후 관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유지용수의 도로 횡단 등 공학적으로 설계와 시공에 무척 까다롭고 어려워서 저 외엔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무사히 준공한 후 회사에서 비로소 기술자로서 저를 알릴 수 있었던, 어려웠지만 개인적으로 고마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오순환 소장
 

공공부문에서도 기술직은 여성 간부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남성 중심의 조직이 공통적으로 가진 시스템적 문제점으로 어떤 점을 들 수 있습니까?

오순환_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실무자 때부터 남성중심의 잣대로 차별화하여 업무분장을 하거나 다양한 보직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무평정과정에서도 여전히 불평등이 상존하며, 사무관이나 서기관 등 간부로 승진하려면 선임부서의 주임이나 주무팀장 등 조직의 핵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단계별 보직 경로가 필요한데 여성의 경우 아직까지는 매우 미흡하다고 봅니다.

 

김선미_ 남성들은 지연, 학연 등 인연의 끈을 조직적으로 잘 활용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직장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시간에 쫒기는 것에 비해 대부분 남성들은 자유롭게 퇴근 후 조직생활에 필요한 정보 수집이나 인간관계 형성 등을 합니다. 이로써 필요할 때 그동안 형성했던 제반 관계들의 덕을 보는 것입니다. 육아나 교육의 부담에서 벗어난 여직원들도 요즘에는 적극적으로 인간관계 확장에 신경을 쓰고 있어 점차 남성과 여성의 차이도 적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남성들이 개인적으로 공을 들여놓은 여러 조직을 잘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기술직은 덜하지만 다른 공공부문은 여성 진출이 늘어나 소위역차별을 이야기하는 남성들까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순환_ 실제 역차별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여성 간부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으나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특히 중앙부처보다 서울시의 경우엔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남성에 비하여 여성은 상당히 적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의 경우 3개 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국토해양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수감하였는데 시장단 외에 국정감사장에 배석하는 실·국·본부장급 간부공무원 40여 명 중에서 여성간부는 여성가족정책실장 1명뿐이었습니다. 위원회에서는 여성간부가 너무 적다는 질의와 함께 대책 마련을 요구받았다고 합니다.

 

김선미_ 새 정부에서역차별이야기가 더 나올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도 여성 직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기혼 여직원의 경우 결혼, 출산을 하면서 지역이나 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경우가 있어 인사이동 시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차별이든 역차별이든 이러한 단어들이 회자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여성들도 어렵고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역차별을 이야기하는 남성들이 적어질 것이라 봅니다.

 

지금까지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면 어떤 때 였습니까?

오순환_ 어렵고 힘든 적은 많이 있었지만, 특별히 위기라고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아마 쉽게 좌절하지 않고 매사 긍정적으로 임하는 성격 탓인 것 같습니다.

 

김선미_ 선배들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라고 입사 초기에 말씀하셨을 때,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말씀이 진리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속 상관인 감독 소장님과 갈등이 생기면서직장을 그만 둘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다행히 업무가 조정되면서 직장생활의 회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때 업무가 조정되지 않았으면 심각한 상태까지 가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업무와 관련된 본인의 소신이나 좌우명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오순환_ '과정에 최선을 다하라. 어느 정도 확신이 서면 자신감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하라.'라고 생각합니다.

 

김선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는낭중지추(囊中之錐)’가 있습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뜻으로 아무리 감추려 해도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스로를 연마시켜 놓으면 결국 사람들이 알아주게 되니 외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자는 것이 제 좌우명입니다.

 


김선미 처장

 

리더들은 대개 한 두 가지 특기가 있는데 본인이 가진 비장의 무기는 무엇입니까?

오순환_장애를 극복한 인내와 끈기를 바탕으로 친화력을 겸비한 따뜻한 카리스마라고 생각합니다.

 

김선미_ 특별하게 비장의 무기로 내세울 게 없는데, 굳이 찾는다면 호기심을 잃지 않고 배우려 하고 알게 된 것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고 싶습니다. 기술자는 기존의 지식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야 하고 새로운 정보 습득에도 게을러서는 안된다 생각합니다.

 

본인이 지향하는 리더십을 소개해 주십시오.

오순환_ 사회적인 위치와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고, 수평적인 소통과 친화력을 겸비한 리더십이라 생각합니다.

 

김선미_ 여성이다 보니 부하직원들의 업무능력 배양뿐 아니라 가정생활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아이들 인성이나 교육 문제, 직원 가족에 대해 얘기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언니나 누나, ! 이제 제 나이로 볼 때 엄마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엄마 같은 친근한 리더십을 갖고자 합니다.

 

직장인으로서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며, 가장 신경쓰는 것은 무엇입니까?

오순환_ 직장에서의 직급과 지위에서 요구되는 전문적인 식견과 업무역량,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질을 갖추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또한 나 자신부터 할 수 있는 일들은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김선미_ 체력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체력관리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덧붙여 근무 복장에도 관심을 갖고 가급적 편한 복장보다 입고 있는 저 자신은 좀 불편해도 보는 사람에게 깔끔한 인상을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 모습이 곧 제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를 대표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직장 중심에서 점차 가정 중심으로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 직장과 가정을 어떻게 조화시키십니까?

김선미_ 제 경우는 일주일 단위로, 주말은 가정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주중에는 아무래도 직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주말에는 주중에 하지 못했던 가족 식사나 행사 위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주중에는 퇴근시간이 불규칙하고 모임도 잦은 편이어서 회사 중심으로 시간을 배분하고 있습니다.

 

음주 중심의 남성 위주 회식문화에는 어떻게 대처해 오셨습니까?

오순환_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음주는 약한 편이죠. 약한데 호기는 부리지 않고 감당할 만큼만 하고, 필요할 경우 자연스럽게흑기사를 구합니다.

 

술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도 조성하고, 요즘은 남성들도 술이 약한 사람이 많고 음주문화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간부가 된 이후에는 식사 전후에 영화 또는 공연 관람 등 문화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분위기 있거나 특색 있는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에서의 외식문화를 통한 소통을 하는데 남성들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김선미_ 체질적으로 술이 안 맞거나 회식 자리가 불편하지 않아서 특별히 음주 중심의 회식문화가 힘들진 않았습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진 않으려고 회식 시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음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진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술 취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적인 동료는 되지 못했습니다만, 동료 여직원이 음주 습관으로 인해 회식 후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본 후에는 차라리 차가운 사람이 되는 것이 낫다 싶어 긴장을 풀지 않고 회식에 임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해서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면 어떤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십니까?

오순환_ 여성간부들이 일정 비율에 도달할 때까지는 여성에게 기회를 주는 정책적인 승진 대책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진정성 있게 양성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선미_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지 말고 업무를 배분하고 평가 시에는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해야 하며,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이 일은 여성이 해내기 힘들거야하는 판단으로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다가 인사고과 평정 시에는 중요한 일을 한 직원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체계 하에서는 여성들이 승진 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여성들도 고위직으로 올라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공평한 업무 배분과 공정한 평가 시스템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여성 후배들에게 어떤 말씀을 가장 해주고 싶습니까?

오순환_ 자신의 위치직급 또는 지위에 걸맞은 업무 역량과 인격을 갖추고,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이 자산입니다. 진정성 있고 가치를 함께하는 소중한 인연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남성에 비하여 감성이 풍부하고 꼼꼼하며 수평적인 소통능력이 우수한 여성의 장점을 살려 노력한다면 따뜻한 카리스마가 있는 여성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김선미_ 몇 해 전 홈커밍데이에 모교를 방문했다가 조경과에 여학생 수가 남학생보다 많은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학교에서 배울 때는 잘 모릅니다만 실제 사회생활에서는 현장근무, 밤샘근무 등 여건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처음 사회생활을 공기업에서 시작해서 양호한 조건에서 근무했습니다만 아직 밤샘근무가 빈번한 설계회사와 지역 근무가 많은 건설회사는 어느 곳에나 보낼 수 있는 남학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단단한 각오와 꼼꼼한 실력, 배려심으로 자신을 잘 가다듬어 언제 어느 곳에서든 환영받을 수 있는 조경기술자가 되기를 바랍니다.(끝)
_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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