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미노믹스 시대, 조경계 여성 리더들(1)

엔지니어링: 박승자 부사장, 박기숙 상무
라펜트l박지현 기자l기사입력2013-03-19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근대 이후, 아니 지난 1000여년 이래 최초의 국가 리더이다.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로서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사회적 영역에서 여성들의 설 자리가 굳건해 진 것일까?

 

벌써부터 사회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로역차별을 운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모계사회도래까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한들 고진(Karatani Kojin)의 말처럼 모계사회가 반드시 모권사회이지는 않다.

 

객관적인 지표를 살펴보자. UNDP유엔개발계획의 2012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남녀평등지수는 세계 146개국 중에서 11위이다. 그런데, 세계경제포럼WEF 2012년에 한국의 성평등 순위를 세계 135개국 중에서 108위로 발표했다. 이렇게 상반된 통계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여성 근로 문제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인 것임을 잘 보여준다. 모성사망률, 교육률, 경제활동참가율 등의 양적 지표-UNDP의 지표-는 전세계 톱 텐을 바라본다. 그러나, 질적인 면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성평등 면에서 세계가 공인한 후진국일 뿐이다. 구미와의 비교는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필리핀6, 스리랑카39, 몽골44, 중국69위 등 아시아권 국가들에도 한참 뒤진다.

 

추가로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보고서를 하나 더 보자. 아시아 744개 기업에서 여성임원비율을 조사한 자료이다. 한국은 간신히 1명 이상의 여성임원이 있는 국가에 들어갔지만,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보다 한참 뒤진다. 한국 사회에서 유리천장은 아직까지 이렇게 견고하다.

 


 

그러나 햇살에 얼음 녹듯이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로 못 박았고,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미래 산업구조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세기에는 여성들에게 여성성을 버리고 남성처럼 일할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젠 남성처럼 일하지 말고 여성처럼 일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산업혁명 이후 양적 생산의 효율성을 중시한 사회에서는 통제를 위한 수직적 리더십이 필요했으나, 창의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와 정보기술의 시대에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감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특유의 수평적 리더십으로 여성이 경제와 산업 전반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이른바위미노믹스(womenomics)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조경분야는 건설업 특유의 보수성 때문에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소규모 기업으로써 비교적 창업이 용이한 설계사무실에서는 여성 리더가 적잖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으로 가면 그 수는 대폭 줄어들며 건설사는 더 심하다. 공공부문은 상대적으로 여성 진입이 용이하지만 근무 연수가 길어질수록 그 비율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시점에서 엔지니어링, 건설사, 공공부문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여성 조경가 6인을 만났다. 냉정한 현실로 존재하는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려운 고비는 어떻게 넘겼는지, 자기관리의 노하우는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일상을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6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이제 들어보자.

 


 

참여자(부문별 가나다 순)

 

엔지니어링

박기숙·()이산 조경부, 상무

박승자·()평화엔지니어링 조경부, 부사장

 

건설사

김태연·()대우 조경팀, 부장

박유정·()삼성물산 토목조경팀, 차장

 

공공 부문

김선미·LH 녹색경관처, 처장

오순환·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소장

 

엔지니어링

 

박승자 부사장 | ()평화엔지니어링, 조경부

박기숙 상무   | ()이산, 조경부

 

입사해서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주로 해 오셨습니까?

박승자_ 설계사무소와 엔지니어링을 거치면서 30년이 넘게 줄곧 조경설계를 해 왔습니다. 설계하던 범위와 종류가 전보다 많이 넓어졌지만 현장조사하고, 아이디어 내서 설계하고, 공사비 뽑고, 설계설명서와 시방서를 쓰고, 시공현장 가서 잔소리 하며 지냈는데, 언제 이렇게 됐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바쁘게 지내온 것 같습니다.

 

박기숙_ 저도 일반적으로 종합 엔지니어링사에서 하는 모든 일들을 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민간사업보다는 공공사업을 주로 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시대별 정책방향에 따라 시행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예를 들자면 공원조성, 택지개발, 도로조경, 생태하천 등을 많이 다루었지요. 최근에는 조경기본계획, 설계분야 외에 기획이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분야까지 폭넓게 업무영역을 넓히고자 노력하는 중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하나 소개해 주세요.

박승자_ 2002년 월드컵대회는 모두가 기억하실 겁니다. 월드컵 공원평화의 공원은 당시 서울시 사상 최대 규모의 조경공사였음에도 짧은 시일 내에 끝내야 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더구나 대상 부지가 쓰레기 매립장 상부라서 현장조사가 많이 필요한 설계였었지요. 현장 조사하랴, 설계하랴, 그리고 시공사와 협의하랴, 관계자와 담당 공무원들과 씨름하랴 정신없이 진행했습니다. 결국 월드컵 대회 전에 가까스로 완공했는데 진짜 바쁜 작업 이었습니다.

공원 오픈하던 전날까지 공사하고 밤새워 청소하고 오픈 행사장 뒤에서 눈이 벌겋게 된 설계사와 시공사 직원들 그리고 담당 공무원들까지 그때는 정말 한마음이었습니다. 공원이 완공되어 기쁜 마음보다는 그때 다 같이 성취했다는, 해 냈다는 그 뿌듯함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박기숙_공원녹지기본계획수행과메콩강 제방 및 강변공원조성사업이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공원녹지기본계획 프로젝트는 2005년 도시공원법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바뀌면서 처음으로 맡아 여러 모로 의미 있었습니다. 기존 도시기본계획에서는 공원녹지분야가 보고서에 한 파트로 간단하게 정량적으로만 다루어졌었지요. 근데 공원녹지기본계획은 한 도시의 공원녹지 확충, 관리, 이용, 보전에 관하여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근간이 되었다는 점과, 이로 인해 지자체장들이 공원녹지체계의 필요성을 달리 인식하게 되어 보람을 느꼈습니다. 다만 야심찬 출발과는 달리 규제완화라는 미명하에 계속된 법률 개정으로 행정계획으로만 남아 법정계획의 실효성들이 축소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국외 과업으로는 최초의 KOICA의 기술원조사업인메콩강 제방 및 강변공원조성사업입니다. ()이산의 수자원기술력을 바탕으로 매년 홍수로 고통 받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 시내에 제방을 조성하고, 강변공원조성사업의 기술을 원조하는 사업이었습니다. 과업 4년 후인 2010년에는 한국조경사회의 여성 조경인들이 희망놀이터까지 기증하게 되었지요. 라오스 최초의 현대식 어린이 공원을 선물했다는 점에서 뜻 깊은 프로젝트였습니다. 라오스의 비엔티엔을 방문하시게 된다면 이제는 명물이 된 강변공원에 꼭 가보시길 권합니다.

 

박기숙 상무((주)이산)
 

엔지니어링은 여성 간부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남성 중심의 엔지니어링이 공통적으로 가진 시스템적 문제점으로 어떤 점을 들 수 있습니까?

박승자_ 사실 엔지니어링뿐이겠습니까? 건설 분야 모두, 아니 우리 사회가 다 그렇습니다. 시스템적 문제라기보다는 사고의 문제겠지요. 남성은 중요하고 여성은 덜 중요해도 되고 하는 그런 봉건적 사고가 남성은 일한 후에는 쉬어야하고, 여성은 쭉 일해야 좋은 여자로 굳혀집니다. 이 때문에 직장 내에서 중요한 일은 남성이 해야 하고 중요한 진급도 남성이 해야 하고, 여성이 하면 신기한 일 특이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모든 조건과 기회는 평등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도 남성들의 인적 네트워크학교, 군대, 고향 등가 더 크기 때문에 여성들이 그 조직에 발붙이기가 아주 힘들고, 어쩌다 집안 형제나 되어야 붙어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연고를 따져 예우하는 그러한 인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니면 여성들도 이런 끈을 만들고 확대해야 할까요? 근데 그러자면 다시 또 60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리겠지요.

 

엔지니어링이라고 하면 남성적 분위기가 강할 텐데 어떨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까?

박승자_ 엔지니어링이라고 크게 힘든 일은 없습니다. 다만,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한국 남자들은 여자와 회의나 협의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색해하고, 어떤 때는 못마땅한 표시까지 냅니다. 그러니 중요하거나 핵심적인 일은 항상 남성 위주가 되고, 여성은 아예 발붙일 틈이 없거나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인간에 대한 사회적 매너 교육이 정말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기숙_ 분야 간 소통과 남성 엔지니어와 소통방법의 차이를 극복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업무 특성상 여러 분야가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견 조율이 타 분야와의 힘든 점이라면, 여성엔지니어로서 어려운 점은 남성 엔지니어들과  유연한 소통 방법을 찾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남성 특유의 과묵함이나 디테일이 생략된 간단한 의사표현 등이 전후좌우 사정 등을 다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여성 고유의 알 권리 갈증을 채워주지 못할 때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고, 또 일이 힘들어집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대화법을 극복하여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여 좋은 작품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면 어떤 때였습니까?

박승자_ 그때그때가 모두 위기이지요. 목표를 정해 놓으면 그것이 항상 위기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야기 말고 주변 여성들을 보면결혼이야말로 진짜 큰 위기인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죠. 내편인줄 알고 결혼 했는데 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씁쓸합니다. 직업적으로 많이 커 나가야하는 때에 대부분 결혼적령기가 되는데 주변에서 안 도와주면 본인은 다시 유아기 때로 돌아가 유아를 돌보아야 합니다. 보통 그때 남성들은 뭐 하냐 하면 자신의 진로에서 급성장하거나, 개인의 오락이나 스트레스 푼다고 끼리끼리 의기투합합니다.

 

박기숙_ 사실 뭐 워킹맘에겐 매일 매일이 위기의 순간입니다. 20여년 이상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여러 번 위기가 있었습니다만, 저는 궁극적으로 위기는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체력 고갈이나 가정과 회사생활의 불균형에서 오는 스트레스, 업무나 기술사와 같은 새로운 자격증 취득에 대한 성취감 부족 등 자기관리에서 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 워킹맘들에게 오는 위기의 순간은 자녀 육아나 교육을 제대로 못 돌보는 자책감이 깊어질 때이고, 매일 아침 출근길에 우는 아이와 헤어져 나오는 것처럼 마음 아플 때가 없습니다. 이렇듯 매일 매일이 위기의 순간 이였습니다. 세월이 지나서 지금은 출근하는 엄마를 더 반겨하는 아이들이 되었지만

 

업무와 관련된 본인의 소신이나 좌우명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박승자_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늘 변화하고 안주하지 말자입니다. 한국 조경이 작년에 40돌을 맞았는데, 타 산업에 비해 비교적 단기간에 성장해 왔기 때문에 늘 새로운 업무와 과업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항상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서 직장과 나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야 함을 체득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박기숙_ 업무와 관련된 어려운 일이 있을 땐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많이 되뇌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말은 상대편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뜻으로 《맹자孟子》〈이루離婁〉에 나오는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역지즉개연은 처지나 경우를 바꾼다 해도 하는 것이 서로 같다는 말이지요.

직장의 ISO매뉴얼 첫 번째가 고객만족입니다. 업무를 하다보면 업무량이 많아진다든지 업무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담당자들이 곤혹스러울 때도 있고 발주처에서 불만을 가질 때도 있지요. 그럴 때 대부분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다보니 해결점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때마다 역지사지를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내가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하며 먼저 상대방 마음을 헤아려보고, 그러한 마음에 진심을 다할 때 어려운 일들이 해결되어 왔습니다.

박승자 부사장((주)평화엔지니어링)
 

리더들은 대개 한 두 가지 특기가 있는데 본인이 가진 비장의 무기는 무엇입니까?

박승자_ 저는 조경에서 마스터의 역할을 하고 있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토지개발, 리조트개발 등 종합엔지니어의 코디네이터이자 매니저입니다.

 

박기숙_ 마음의 유연성과 추진력입니다. 유연한 사고는 항상 시기적절한 대안과 방법을 모색해 낼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추진력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본인이 지향하는 리더십을 소개해 주십시오.

박승자_ 공정하게 배려하고, 항시 긴장하길 바랍니다. 긴장은 잠재력을 촉발시켜 모든 것의 효율을 높이고, 결국 발전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박기숙_ 리더에게는 강한 카리스마도 필요할 테지만, 각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밀어내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여 긍정의 힘으로 모아서 시너지효과를 얻어내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행동하는 리더를 항상 지향합니다.

 

직장인으로서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며,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입니까?

박승자_ 늘 학습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이 둘은 사실 서로 인과관계에 있는데 학습을 함으로써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또 그 평정심 위에서 새로운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기숙_자기관리는 체력관리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마음이 나올 수 있다 생각하여 건강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종 트렌드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또한 갖고 있는 얕은 지식의 자가당착 때문에 사고의 정체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장 중심에서 점차 가정 중심으로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 직장과 가정을 어떻게 조화시키십니까?

박기숙_ 가족과의 시간을 양적으로 늘리기보다 질적으로 관리하고자 힘을 기울였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결혼, 출산, 육아 3대 과제를 안고 있는 여성 조경인들에게 제일 어려운 문제가 직장과 가정의 조화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 질문이 제일 어렵네요. 물리적인 시간만으로 본다면 직장에서의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정의 각종 대소사를 다 챙겨야 하는 사회적인 관습이 모든 여성을 슈퍼우먼 컴플렉스를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제 경우는 현실적인 여건상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없기에 짧은 시간을 같이 있더라도 집중적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 아이들의 체감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즉 같이 한자리에 오래 있더라도 엄마는 TV시청, 아이는 컴퓨터오락, 아빠는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면 함께한다는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매년 휴가 때마다 역사나 문화 쪽의 새로운 테마를 가족과 함께 의논해서 체험하고 여행준비도 함께 하면서 좋은 추억을 가족과 함께 공유하여 평소 가정의 소홀함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음주 중심의 남성 위주 회식문화에는 어떻게 대처해 오셨습니까?

박승자_ 술은 못하는데, 못하는 정도가 아주 못합니다. 그러나 술자리 분위기는 즐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과거엔 끝까지 남아서 많이 취한 직원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 등 뒤치다꺼리를 하곤 했지요. 요즘엔 술자리는 아예 사양할 때가 많습니다.

 

박기숙_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마음으로무주가무(無酒歌舞)’를 주도합니다. 예전에야 술 권하는 사회 분위기에 밀려 살았지만 요즘은 분위기도 많이 변해서 본인 음주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는 게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엔 다양한 화제로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리드하고, 또한 회식의 꽃인 음주가무飮酒歌舞를 무주가무無酒歌舞로 바꾸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해서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면 어떤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십니까?

박승자_ 공정한 인사관리, 엄격하고 강한 법적처리, 연고와 예우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풍토 등이 필요한데 사실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유리천장 위에 있는 사람들의 사고가 바뀌기 전에는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올려치는 것 보다는 내려치는 것이 쉽습니다.

 

박기숙_ 여성들의 안정적인 근로여건 조성이 최우선의 정책과제라 생각합니다. 사회 여러분야로 여성 진출이 늘고 있는데, 특히 판사 등의 특정 직업은 성별 밸런스가 우려될 정도로 진출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없도록 하는 출산, 육아문제가 가장 큰 유리천장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새 정부에서는 좀 더 세심한 정책으로 여성의 육아부담을 줄여주면 조경업계에서도 우수한 여성 조경인들이 업계와 함께 동반성장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성 신입사원들에게 어떤 말씀을 가장 해주고 싶습니까?

박승자_ 요즘은 그래도 과거보다 각종 직장에서 여성들의 수가 많아져 지내기도 어렵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래도 부탁하고 싶은 것은, 주변에서 좀 서운하게 하거나 앞이 안보이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계속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길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길을 훤히 알고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답니다. 한 발짝을 내디디면 그만큼 더 멀리 볼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안주하지 말고 늘 변화하며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길 바랍니다. 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오늘의 신지식이 내일에는 별다른 경쟁력이 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약간의 성취에 만족하여 자만하다가 오히려 퇴보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오늘의 성취는 오늘의 것으로 끝났고, 내일은 또 다른 가능성을 위해 원점에서 재출발하는 것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박기숙_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져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현재 조경 관련학과 졸업자 중 여성 비율이 과반수를 넘고, 설계 관련 신입사원들의 경우에는 개인별 스펙 또한 여학생들이 좀 더 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체들이 여성 인력을 외면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결혼, 출산, 육아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퇴사하는 등 의지력의 부족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 또한 3대 장벽을 어렵게 넘어왔으며, 자녀 교육이라는 장벽은 아직도 제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열정을 갖고 임한다면 틀림없이 원하는 것을 해 낼 수 있습니다.

현재 여성조경인 네트워크로 여성조경인모임카페(LAWN2010: 네이버 카페 검색)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조경 1세대부터 조경학과 진학을 원하는 고3 새내기까지 300여 명이 온·오프라인 모임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LAWN에서 여성신입사원들을 응원합니다!(계속)

_ 박지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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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laf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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