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대축제는 통합 조경 신호탄"

[인터뷰]황용득 회장((사)한국조경사회)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08-29

얼마 전 모 조경업체 대표로부터 ‘조경이 재미없다’는 말을 들었다. 불황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지만, 조경하는 사람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자리, 소통하는 자리까지 좁아져 마음의 여유없이 각박해져 간다는 것이다. 어려운 업계 사정 때문인지 조경박람회도 예전 그 모습과 다르다고 했다.


그러던 중 몇 주 전 (사)한국조경사회(이하 조경사회) 주최의 조경인 체육대회 소식을 접했다. 올 체육대회는 예년과 달리 부제가 있었다. ‘조경인 한마음 대축제’. 부제 다음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벼룩시장, 조경진흥법 제정 기념 음악회, 신제품·신기술 소개, 심지어 취업상담 카운슬링까지 준비된다고 했다. 동분서주 구슬땀을 흘리는 조경사회 집행부의 소식도 들렸다.


과거 대한민국 조경박람회을 통해 조경의 결집과 소통을 강조한 조경사회가, 올해부터 조경인 체육대회를 범조경계 대표 행사로 추진하면서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9월 10일 조경인의 함성으로 가득 메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황용득 회장((사)한국조경사회)를 만나 체육대회와 앞으로의 구상을 들어보았다.



황용득 회장((사)한국조경사회)


부제가 한마음 대축제이다. 의미는?
지금까지 조경인 체육대회는 ‘운동을 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왔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곳에서 밥을 먹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모든 조경인이 참여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조경박람회와 달리 전조경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는 조경인 체육대회라 보았다. 과거와 달라야 했다.


어떤 점에서 조경박람회와 다르다고 보았는가?
그동안 조경사회가 주최한 조경박람회는 업체들에게 부스를 통해 참여요청을 해왔다. 그러나 체육대회는 조경인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제약이 적다. 또한 박람회는 시설물, 자재 업체에 편중되어 있고, 신기술, 신제품 개발 동향과 건설경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조경인 결집을 위한 행사로는 한계가 있었다.


행사 참여율은?
28일 현재 신청한 조경인은 총 570여명이다. 설계와 자재회사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고, 특히 서울시를 필두로 공공기관의 참여가 주목할 만 하다. 서울시의 경우 조경관련 업무를 맡은 많은 공무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서울정원박람회 관련해 안내부스를 마련하는 것까지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분야의 참여부족은 숙제인 동시에 아쉬움으로 남고있다. 마지막까지 독려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많은 업체가 손을 맞잡아 주었다. 큰 액수를 후원해 주는 곳은 줄었지만 대신 많은 업체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긍정적인 흐름이다. 일부 중견기업의 미온적인 참여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 조경인 체육대회에는 성대하게 치르고, 참여한 조경인들에게 혜택을 나눠주고자 한다. 상품으로 자전거 100대가 준비돼, 1등한 팀 전체에 수여할 계획이다. 팀 전체의 참여율과 화합이 점수를 좌우할 것이다.


참여율을 높이고 예산을 확보하게된 원동력은?
38명의 조경사회 집행부가 똘똘 뭉쳐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를 위해 회장단과 각 위원회, 사무국은 한마음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회사와 학교, 공공기관에 참여를 독려했다.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니까 잡아주더라. 어려운 시기이지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주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시다시피 조경사회 집행부는 헌신으로서, 오직 조경분야 발전을 목표로 뛰고 있다. 아무런 혜택도 없이 시간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며 일한다. 그야말로 봉사직으로 사명감과 책임감 없이 할 수 없는 일이다.  


회장으로서 이 자리를 통해 집행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솔선수범하는 집행부 모습에 무한한 감동을 느낀다. 조경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바로 38명의 집행부이다. 회장은 그 안에 속한 한 명일 뿐이다.


체육대회를 범조경인 축제로 처음 기획하게 된 동기가 있었을 텐데?
조경사회가 걸어온 길을 반추하며, 우리 단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다른 조경단체와 달리, 조경사회는 특정 분야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조경분야 전체의 발전이라는 큰 바운더리 안에서 움직였다. 조경인 누구나 가입 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조경사회라는 것이다.
 
조경사회는 2015년을 원년으로 조경계 전체를 아우르는 단체로서 정체성을 다시금 정립할 계획이다. 한마음 대축제가 그 신호탄이다.


조경연합회를 추진한다는 것인가?
단체를 통합한다기 보다는 ‘조경인 연합회’로서 단체의 역할과 정체성을 공고히 다지겠다는 것이다. 우리단체에는 설계, 시공, 자재 뿐만아니라 학계, 공공기관 등 다양한 계층의 조경인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해관계에 의한 장벽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조경사회는 조경인의 공통분모이자 기반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우리가 시행하는 사업 역시 조경의 특정 영역과 이해관계에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라 ‘조경’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대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단체와 차별화 된다.


부산을 필두로, 울산, 대구경북 지역에 조경사회 지회가 설립되었는데, 대구경북시도회를 보더라도 산업분야 뿐만아니라 학계에서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조경인 모임이라는 조경사회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경사회는 지회결성에 힘입어 전국단위의 단체로서 발전동력을 얻었다. 지회를 통해 지역 정·재계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도 있다. 자발적인 참여아래, 전국에 지회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조경분야 대외 환경도 바뀌었다. 특히 조경사회는 국토교통부, 산림청, 서울시 등 다양한 공공기관과 관계를 맺으며, 조경분야 위상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조경사회는 특정 이해관계에 국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진솔하고 힘있는 조경의 목소리를 정부기관에 전할 수가 있다. 결과적으로 조경분야의 힘이 우리 단체에 집중되면, 조경의 대외적 신뢰도를 높이게 된다.


다른 조경단체와의 관계설정은?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조경사회가 ‘사업’이 아닌 ‘조경인’ 모임이라는 본질로 생각한다면, 상충되는 일이 없다. 설계, 시공, 자재 등을 관장하는 각각의 단체의 구성원들도 조경사회의 회원이듯, 조경사회는 조경인 연합회 성격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조경사회는 모든 관련단체를 지원하고, 도움도 받아야 한다. 특정 사안 발생시 조경사회가 해당 단체에 지원사격을 하고, 조경계 전체를 위해 필요한 일이 있으면 각 단체들이 조경사회를 도와주는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조경사회의 본질을 조경인과 관련단체에 공유하고 인식시키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다. 특정 사업이 아닌 조경인 모임으로 보아주길 바란다.




조경인 연합단체로서 어떠한 사업을 할 수 있나?
이번에 개최되는 한마음 대축제가 신호탄이다. 그리고 올 12월 개최되는 기술세미나도 주목해 주길 바란다. 그동안 기술세미나는 조경사회 행사였지만, 올해부터 모든 조경인과 조경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범조경계 행사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기술세미나와 연계해 조경관련 단체와 ‘2016 (조경)정책제안서(가칭)’를 제작해 중앙과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다. 정책제안서는 미래 정책으로 채택 가능한 조경관련 사업을 묶음으로 제작된다. 일례로 도시재생 차원에서 정원도시를 구상할 수 있도록 사례와 제안을 명시 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안서는 국가와 지자체에 도움이 될 뿐만아니라 조경분야로도 새로운 일거리를 만드는데 유효하다. 물론 이것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관련단체가 머리를 모아 협력관계를 공고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경 위기론의 대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작금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들었다.
지금처럼 간다면, 조경이 사라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동안 사라진 국가, 민족, 직업이 얼마나 많은가?


산업화시대 조경은 개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분야였다. 그런데 산업화시대가 지났다.


단순히 인접분야의 침범을 논하기 앞서 우리 현실을 직시하자.


어느 순간부터 조경관련 신기술과 신공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새 책도 발간되지 않고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 정보없이 분야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와 기술이 나오지 않아도 국민은 불편함없이 살고 있다. 조경이라는 분야의 당위성을 놓고 본다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분들이 인접분야의 침범을 말한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그 영역을 지켜가며 진취적으로 나아갈 우리만의 특별한 무기는 무엇일까? 있으면 당하지 않을텐데.


타분야를 리드할 신기술과 신지식, 신가치를 시급히 보유해야 한다. ‘우리 것인데 왜 넘어오느냐’는 말은 투정에 불과하다. 번져가는 잡초를 뽑지도 않으면서 정원이 망가졌다고 불평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현실에서의 조경은 절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조경설계와 시공에서 조경다움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경이 하니까 다르다’는 말을 듣기 힘들어졌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가깝게는 조경분야를 위해 조경인들은 무엇을 했는가? 먹고사는 것에 혈안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과거 우리의 선비처럼, 의식을 갖고 본질을 생각하는 지성인의 등장이 요구된다.


아울러, 이러한 현상의 본질에 대한 각성과 통렬한 반성의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소통’을 통해 조경인을 결집하는데 집중한다면, 내년에는 조경다움과 조경의 본질, 매너리즘, 부조리를 파헤쳐보데 역점을 두고 재무장할 계획이다. 반성없이는 발전도 불가능하다.


위기극복을 위한 조경인의 결집이 절실한 것 같다

조경이 하나라는 점에서 조경인 모두가 주저해선 안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경사회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길 바란다. 모든 조경인의 권익과 이익을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회장으로서 어깨에 지고 있는 책임감도 막중하다. 조경관련 각종 요청과 전달내용이 우리 단체에 집중되고 있다. 집행부 대부분은 생업과 단체활동을 병행하고 있어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 조경가로서의 책무라는 말을 통해 위안을 얻을 뿐이다.


범조경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 걸음은 조경인 모두가 조경사회에 가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조경인이라면, 누구나 우리 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다.


또 조직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식, 시간, 예산을 통해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조경사회는 조경인이라면 반드시 돌봐야 하는 곳이다. 조경사회의 발전은 조경분야의 도약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금 조경분야에게 중요한 것은 통합과 조화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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