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조경 100년, 원점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차근히 다질 것”

[인터뷰] 안세헌 (사)한국조경협회 회장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3-23
(사)한국조경협회 제22대의 사업목표가 지난 1월 발표됐다. ▲한국조경협회 전국 조직화 ▲협회 회원 의무와 복지 확대 ▲한국조경 100년의 미래 준비 ▲조경협회, 한국조경의 실천자를 목표로 각각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안세헌 신임회장에게서 구체적 사업계획에 대해 하나씩 들어보았다.


안세헌 (사)한국조경협회 회장


전국조경시대

협회는 ‘한국조경협회 전국 조직화’를 꾀한다. 그 방안으로 우선 4개의 지회를 6개 지회로 확대하고, 전국 조경협회 회장단모임을 상설화한다는 계획이다.

조경협회는 본회와 더불어 부산조경협회, 울산조경협회, 대구·경북시도회, 광주·전남시도회 4개 지회로 구성돼 있다. 새롭게 창설에 대한 논의가 있는 지역은 대전광역시, 그리고 경기도, 강원도 등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는 워낙 업체가 많아 도 단위로 묶기는 어렵고 시 중심으로 단체가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 회장은 “조경이 더욱 발전하면 궁극적으로는 시를 중심으로 모여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조경은 지역적 특색이 강조돼 있는 분야이고, 협회 등록은 ‘시’를 통하며, 지역마다 조례가 다르고, 건설인력 쿼터 등 건설 분야는 지역에 대한 배려가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난 2월 13일, ‘한국조경협회 전국회장단 모임’도 발족했다. 이는 한국조경의 제도적, 현실적 문제를 공유하고, 새로운 한국조경의 발전 및 전국 조경인의 화합과 통합을 위한 모임으로, 각 협회 주관 행사 시 순회하며 분기별 모임을 갖기로 했다.

전국회장단 모임의 올해 중점사업인 ‘2024년 전국 조경인 체육대회’ 개최도 전국 조직화의 일환이다. “체육대회는 조경인들이 정신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젊은 조경인들의 입장에서는 전국에서 일하고 있는 동기나 동문 선후배를 만나는 동문회나 다름없다. 새로운 조경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서로 안면을 트고, 정보 교류도 하는 자리는 조경인들에게 힐링이자 사업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안 회장은 전했다.

반면, 2019년부터 체육대회를 대체한 조경인들의 사회공헌사업인 ‘학교 치유정원 조성사업’은 그대로 유지된다. 기회의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녹색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미래세대를 위한 조경인의 책임있는 작은 실천을 위해 마련된 이 사업은, 녹색복지의 확대와 더불어 어린이들에게 조경이란 무엇인지 알리는 교육적 효과까지 있다. 안 회장은 추후 각 지회와 논의해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조경 100년의 미래 준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올해부터 협회 조직 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시대에 실천적 해결을 위한 전담조직인 ‘탄소중립기후변화연구소’를 신설했다. 소장에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차태욱 슈퍼매스 스튜디오 대표가 선임됐다. 한국보다 앞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상황과 실직적 사례, 연구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 세계 속 한국 조경분야 대응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은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차태욱 소장은 미국조경가협회(ASLA)의 상임이사로, 미국과 한국조경의 연결고리를 만들 교두보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아울러 한국조경이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조경진 서울대 교수(전 조경학회 회장)를 세계조경가협회(IFLA) 자문위원장으로 초빙했다. 향후 IFLA 세계대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조경은 50년의 세월을 거치며 끊임없이 발전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으나 국제적인 영향력이 약하다. 한국조경시장은 포화상태다. 3기 신도시 조성되면 앞으로 대규모 사업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세계와의 접점을 늘려 세계무대로 진출해야 한다”며 “교류하는 관계 속에서 협동전시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가며 한국조경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정보교류를 위해 매달 ‘월간 조경기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올해는 3월부터 총 9회가 열리며, 주제도 다양하다(관련기사).


전문적인 조경설계, ‘조경사’ 제도 신설 지원

설계사무소 대표이기도 한 안 회장에게 조경사 제도 신설은 ‘평생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우리 분야 최고의 자격인 ‘조경기술사’는 조경에 전반 관한 실무경험, 일반지식, 전문지식 및 응용능력을 갖춘 전문가이지만, 조경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지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조경 설계, 시공 능력을 담보로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기술적 담보 없이 조경기사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도면들이 양산되고 있으며, 조경설계는 하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건축사 자격증이 있어야만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다. 적어도 건축사라는 제도에 의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진다.

“사회적으로 조경에게 요구하는 품질은 점점 높아졌고, 이를 개선하는데 있어 설계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한국조경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스스로 조경품질 고도화를 위한 자격 기준을 재정립하고, 그 기준이 되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경시공분야에 비해 조경설계분야는 자격요건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현실화가 어려운 도면들이 나오고, 설계와 시공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조경사 제도는 설계분야를 더욱 전문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2022~2026)’을 발표했고, 조경사 제도 신설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제 그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씩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이다. 제도 신설과 관련해서는 ‘(가칭)조경사법’을 제정하는 것과 ‘조경진흥법’을 개정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이에 따르는 취득 방법과 자격 기타 등등을 논의를 통해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경사 제도는 현재 우리의 약점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분야 스스로 그 문제를 드러내고 고쳐간다면 이는 곧 조경분야의 발전으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한국조경의 실천자

협회는 한국조경의 실천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관련 단체와의 협력, 조경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대정부 협력을 지속하고, 조경인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한국조경 행동실천 비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경인에게 필요한 윤리의식에 대해 안 회장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초적인 것들에 다시 한 번 의식을 가지고 임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정비사업 시 대지 내 30% 이상을 개방형 녹지로 의무적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개방형 녹지 조성 시 용적률이나 인센티브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 개방형 녹지의 토심을 3m로 하든 몇 미터로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조경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살아있는 식물이 겨우 생존할 정도로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무조건 나무가 좋다며 큰 나무를 심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공사 후 그렇게 많이 하자에 고생해도 초기 경관만 좋으면 너무 쉽게 대형목, 특수목 위주의 설계를 남발한다. 나무를 키우고 가꾸어야 하는 조경가의 윤리의식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간 빠른 개발과정에서 이익적인 부분만 생각해온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분야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조경인으로서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고, 의식하며 설계하고 시공해야 한다는 선언이자 직업윤리이다. 돌팔이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인생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조경을 사랑한다는 안 회장은 “한국조경 5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해 져야 할 것이다. 숨을 가다듬고서 우리의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앞으로의 100년에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경각심을 가지고, 앞장서서 뛰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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