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인터뷰] 김단비 정원디자이너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8-08
제3회 LH가든쇼 작가정원 대상작인 김단비 작가의 ‘그럼에도 대지에는이 ‘Korea LH Garden - Garden with Land’라는 이름으로 영국 2023 햄프턴코트 팰리스 가든 페스티벌(RHS Hampton Court Palace Garden Festival 2023) 쇼가든 부문 은메달을 수상했다.

정원은 ‘제3회 LH가든쇼’가 인천 검단지구에서 열렸기에 매립지라는 지역적 특성이 주는 자연과 인간의 어그러진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결국은 대지의 주인은 인간이 아님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단비 작가는 정원을 통해 ‘그럼에도 대지에는’ 싹이 돋아나고, 땅을 뒤덮은 콘크리트 포장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땅이 있는 정원(Garden with Land)’임을 알린다.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폭염의 한복판에서 2년 전 인천에 조성된, 그리고 2023년 영국에 조성된 이 정원이 주는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단비 정원디자이너


영국 2023 햄프턴코트 팰리스 가든 페스티벌(RHS Hampton Court Palace Garden Festival 2023) 쇼가든 부문 은메달을 수상하셨습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다신 없을 것 같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로서 정원이 주는 메시지를 세계적인 무대에서 알릴 수 있는 기회임을 끝나고 나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지와 관심도가 생각했던 수준 이상으로 높다는 걸 몸소 체감했어요. 자연스럽게 정원과 식물 그리고 환경의 관심과 가치가 높은 영국 현지 시민들에게 우리의(한국) 정원에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 한국의 정원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1년 처음 선보인 ‘그럼에도 대지에는’이 ‘Korea LH Garden - Garden with Land’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인 건가요?

RHS 가든쇼 출품 조건이 Korea LH Garden이라는 이름으로만 나가는 것이 조건이었어요. 해당 작품 콘셉트와의 연관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Garden With Land를 붙였습니다. 보편적으로 정원은 인간의 이용을 위해 조성된다고 생각되지만, 정원을 아우르는 땅, 대지, 토지, 흙이라는 것들의 본질적인 역할과 소유권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정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RHS JUDGE DAY’라고 해서 정원이 다 만들어진 뒤에 최종 심사를 앞두고 2분간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대본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국토는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구밀도 또한 높기에 자연 서식처에 대한 개발 압력이 높아 무분별하게 훼손되어왔다. 나는 자연의 대지가 콘크리트로 덮이고 그곳에 사람만을 위한 정원을 만들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경험했다. 한국의 인천 검단 신도시는 도시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갯벌이었다. 갯벌은 육지와 바다 사이의 전이지대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며 생태계 서비스를 수행하는 곳이다. 정원을 구상할 때 나는 갯벌의 주름을 관찰했다. 바닷물이 빠지고 나감을 반복하며 생기는 주름을 보며 라이프니츠-들뢰즈의 ‘펼침과 접힘의 반복이 주름’이라는 철학이 자연임을 깨달았다. 접힘과 펼침으로 생긴 물결은 반복되는 시간을 선형적으로 보여주다가 결국 원으로 그려냈으며, 그 원들이 모여 대지에서 하나의 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대지의 주인은 인간이 아님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의 건축행위인 바닥 포장에 원형 구멍을 내 그곳에 식물이 자라나게 하고(다른 생명체에게 대지를 내주고) 그 포장을 인간의 동선으로 활용해 불편하게 걷는 것을 몸소 경험하기 바랐다. 인간의 이기적 행위에 의한 피해가 언젠가 우리 모두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공유의 비극’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Korea LH Garden - Garden with Land ⓒRHS


Korea LH Garden - Garden with Land ⓒRHS


Korea LH Garden - Garden with Land ⓒRHS


Korea LH Garden - Garden with Land ⓒRHS


Korea LH Garden - Garden with Land ⓒRHS


‘그럼에도 대지에는’과 콘셉트는 같지만 조금 다른 형태로 조성됐습니다. 예를 들어 ‘그럼에도 대지에는’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면 ‘Garden with Land’는 한쪽만 벽이 세워졌고, 규모도 많이 다릅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규모를 말하면 슬픈데, 후원 금액에 맞춰 규모를 1/3로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이다 보니 현지 상황에 맞는 정원조성 금액을 알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RHS GARDEN SHOW는 대게 철거하는 정원이고, 사람들이 이용하는 정원은 굉장히 드물어요. 정원을 둘러싼 사방에서 바라보기 위한 역할만 있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변경됐습니다. 한쪽 벽을 낮추어 원형 구멍이 뚫린 포장에서 식물들이 살기 위해 올라오거나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벤치도 외부로 두었어요. 인간을 위한 정원이 아닌 분위기가 장면에서 보였다고 생각해요.

제3회 LH가든쇼 작가정원 대상작 ‘그럼에도 대지에는’


Korea LH Garden - Garden with Land / 환경과조경 제공


정원조성까지 전반적인 진행 과정이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제안서 단계에서 디자인 제안서와 Client brief, 그리고 스폰서십 레터를 제출합니다. Client brief란 정원의 콘셉트나 식재, 시설물의 역할, 영감 등 자신의 정원 소개하는 요약서입니다. 그리고 Selection Panel Meeting을 화상으로 진행했습니다. 구체적인 예산과 물품조달, 재료에 대한 상세한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한 뒤 계획안을 제출하고, 통과되면 제안서 단계는 끝이 납니다.

현지 시공사를 찾는 단계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RHS에서 시공사와 영국 디자이너를 소개해주셨고, 시공사 crowton_rowarth_ltd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공사에게 디자인 견적서를 받고, 실시도면을 공유했습니다. 콘크리트 가벽과 포장은 미리 제작해주셨고, 이끼가 붙은 죽은 나무라든지, 자연석 또한 화상회의를 통해 시공 전까지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4월 첫 대면 미팅을 진행 후 농장에서 식물을 선택했습니다. 식물은 런던 외곽에 위치한 Plant Nursery ‘hortus loci’라는 곳에서 수급했습니다. 한국 자생식물 수종을 구하고자 직접 널서리를 방문했고, 다행히도 수종의 70%는 같거나 유사한 수종을 구할 수 있었어요. 교관목은 매화오리나무, 단풍나무, 산딸나무, 노각나무, 화살나무, 만병초가 있고, 초화류는 밀사초, 호스타, 오이풀, 앵초, 수호초, 원추리, 청나래고사리, 고비 등이 있었어요.

6월 본격적인 시공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고, 7월 일주일 동안 행사 진행 후 정원을 철거하는 것으로 일정은 마무리 됐습니다. RHS에서는 특히 공사 진행에 있어 안전부문을 가장 신경 써주셨어요. 안전화나 안전 조끼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출입증 발급 후 출입이 가능하도록 진행했습니다. 관수나 전기는 공용 사용하도록 하고, 장비도 공용으로 시간 조율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해주었습니다.


정원조성과정 / 환경과조경 제공


정원조성과정 / 환경과조경 제공


정원조성과정 / 환경과조경 제공


정원조성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영국 시민들과 나누었던 대화들이 특히나 기억에 남아요. 공통적으로 ‘정원을 디자인 할 때 영감을 어디에서 얻었느냐?’, ‘식물들의 이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는 작품이었기에 영국사람들에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 것인가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지금 돌아와 생각해보니 본인들이 가꾸는 정원을 서로 나누고 이야기하는 하는 모습들이 꿈만 같네요. 그들의 말과 표정에서 정원과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페스티벌에는 다른 작가들의 정원도 많이 조성됐습니다.

영국 정원디자이너의 주 업무가 클라이언트의 개인 주택정원이다 보니 작가 본인만의 작품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가든쇼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자 출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든쇼의 주제가 있지 않기 때문에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거든요. 그중 플라스틱 쓰레기를 울타리와 데크 등으로 재활용한 Hana Rathouska Leonard의 ‘Plastic Fantastic’이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습니다. 해외 정원디자이너들은 디자인과 시공에 직접 참여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Hana Rathouska Leonard의 ‘Plastic Fantastic’ ⓒRHS


Hana Rathouska Leonard의 ‘Plastic Fantastic’ ⓒRHS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림을 내 눈과 손으로 구현시킬 수 있는 정원 일은 계속해서 당분간은 이어나갈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 못 할 감각적인 행위의 작업이기에 기회가 된다면 메시지를 주는 공간을 조성하는 일에 계속해서 도전할 것입니다.

또한 미국의 작가조합 authors guild처럼 한국의 정원디자이너 혹은 정원작가 조합을 만들고 싶어요. authors guild는 1912년부터 글을 쓰며 생활을 해야 하는(삶을 살아내야 하는) 작가들을 지원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가령, 한국의 가든쇼를 전반적으로 총괄하고, 방식이나 후원에 대한 체계화와 한국만의 정원문화와 식물종 분류를 구축해 나가는 것, 작가마다의 정원 스타일을 홍보해 각 기업이나 개인주택정원을 연결 시켜주는 일, 디자인 구상안, 기본계획, 실시설계에서 시공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작가의 권리를 보상하고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만드는 일, 정원 이용자(방문객)과의 만남 프로그램, 영국을 비롯한 각 나라별 정원쇼에 대한 교류 등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가든쇼는 관 주도의, 유행처럼 지나가 버리는 행사가 아니어야 합니다. 결정권자들의 업적이나 기삿거리 정도에서 벗어나 정원과 식물이 지속가능하듯 한국의 정원문화가 지속가능하도록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가적으로 미국 작가조합의 회비는 각 작가의 수입에 따라 정해지며, 회비는 한 작가 개인이 겪는 부당한 행위로부터 보호받는데 사용됩니다. 신진 작가들이 해마다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은 자본의 힘이거나 대중들을 사로잡는 영향력,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기반이 있다면, 유니크한 작가들은 지속적으로 발굴될 것이라 믿습니다. 


정원을 소개하는 김단비 정원디자이너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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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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