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은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까?

문석기 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문석기 논설위원l기사입력2015-09-07

건설조경과 환경조경, 그리고 조경의 상차림




_문석기 교수(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훼손지녹화는 토목의 하도급전락, 경관에서도 조경참여 빈약

박쥐로서 존속 가능한 길 없다면 건설과 환경, 양다리 걸쳐야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분야에서 조경의 밥그릇 챙겨야...

1970년대 들면서 정부가 주도한 우리나라 현대 조경의 도입 목적은 분명 사면녹화, 즉 훼손지복원에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조경이 걸어온 길은 도입목적을 지향하기 보다는 ‘조경’이라는 분야명칭에 의해 설정된 영역의 - ‘경관을 만드는’ 분야 - 개념아래 발전되어왔다. 교육과 실무도 ‘공간을 만드는’ 분야로서의 ‘조원’과 다소 차별화된 방향으로 걸어왔다.

 

사실 ‘경관을 만든다’는 것은 다소 추상적이고 감성적 접근이 앞서게 된다. 그래서 도입 초기 학생들은 ‘뜬구름 잡는다’는 표현으로 조경을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이와달리 공간을 만드는 것은 경관보다 훨씬 구체적인기 때문에, 손을 대야하는 대상이 뚜렷하고 과학적인 접근까지 가능하다.

 

‘경관을 꾸미는 일’을 한다는 우리 조경의 취약성은 각종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아름답게, 예쁘게, 편리하게’ 같은 정서적, 감각적 기준을 과학적 객관성이나 척도로 기준화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조경은 환경과 건설이 양단을 점하고 있는 축선상에서 건설산업의 길을 선택해,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확보해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건설산업 구조조정 때마다 살생부에 올라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야 했으니 건설산업의 변두리에서 푸대접 받으며 살아남기 위한 그간의 몸부림이 실로 가볍지가 않다.

 

건설조경은 과거 건설이 환경을 압도하던 시절에는 그나마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 할 수 있겠으나, 세상이 변하고 환경의 무게가 건설의 그것과 나란해진 지금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곤 한다.

 

그러저런 상황을 보면 조경은 건설과 환경사이에서 박쥐로 생존하는 것이 좋다. 아니... 박쥐로서 존속 가능한 길이 없어 보이니 차라리 ‘쥐’와 ‘새’처럼 서로 달라 보이는 모습으로 환경과 건설에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 맞다.

 

1990~2000년대 생태복원분야의 설립은 환경산업의 프레임 속에 조경의 둥우리를 짓기 위해 시도된 것이었다. 그래서 학문, 기술, 산업적 틀이 잡힌 건설조경의 프레임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 중 학회(환경복원기술학회)와, 기술자(자연환경관리기술사(생태복원기사)) 제도는 기대 이상의 성공으로 정착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방점인 생태복원업으로서 환경조경 산업만은 현재까지도 제도적 입지가 빈약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5년간 생태복원업의 탄생을 저지한 주체가 바로 건설조경이다. 환경산업으로 변신하려는 작은 노력이 싫어서, 또 건설조경에서 잡고있는 작은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 새로운 조경산업의 탄생을 반대한 측면이 작지 않다.

 

건설조경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상차림으로 세상에 태어나고자 했던 환경조경... 그간 많은 시간과 기회를 상실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것을 회복할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제 조경은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까? 훼손지복원(사면녹화)은 그로 인해 조경이 도입되었으니 당연히 조경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분야이다. 그런데 현실은 토목의 잡공사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발주주체 또한 토목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조경에서는 그걸 하도급 받아 연명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조경은 ‘경관을 만드는’ 전문분야이고 경관 분야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치고 나간 선두 주자이니 경관 또한 당연히 조경의 밥상 중앙을 차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실상은 경관법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조경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당연히 조경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오던 정원이나 공원은 조경의 훌륭한 먹거리인가? 웬걸, 이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여 여기저기서 자기의 먹거리로 침을 바르고 발자국을 찍어 남기고 있음에도 이것을 대응하는 뚜렷한 대책도 없는 것 같다.

 

한 분야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사람들을 위한 먹거리가 풍성하고 확고하며 지속가능해야 한다.

 

살아남은 것도 있고 사라진 것도 있지만 필자는 지난 세월 한국공원휴양학회,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대한골프학회 설립에 힘을 보탠 적이 있다. 공원휴양지와 훼손지·자연형하천, 골프코스 등과 같은 먹거리를 우리 분야가 선점해야 한다는 복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20여년 전에는 특수조경이라는 과목으로 지형조형설계, 수경관설계, 경관조명설계, 포장패턴설계, 급배수설계처럼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기에는 약하지만 조경디테일로서 먹거리의 비중이 높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학생들의 안목을 틔우기위해 고심을 거듭해 왔다. 최근에는 개발트렌드인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분야에서 조경의 밥그릇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건설업의 위축으로 조경의 먹거리가 한없이 빈약해져가는 지금, 개인의 작은 이익을 초월해 가치관으로서 조경분야 상차림에 진력해 줄 수 있는 조경 인재의 부재가 참으로 아쉽게 느껴진다.


_ 문석기 논설위원  ·  청주대 환경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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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ori1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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