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우리는 10년 후를 내다보고 있는가?

양병이 명예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장)
라펜트l양병이 명예교수l기사입력2015-10-21
우리는 10년 후를 내다보고 있는가?

_양병이 명예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2014년 3월3일 조경의 날 행사 때 필자가 ‘조경–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조경분야에서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던 때이었기 때문에 강연의 반응이 좋았다.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강연 내용을 조경학회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란에 다시 게재하여 아직까지 읽어볼 수 있다. 

필자가 기조강연의 시간제약 때문에 상세히 전달하지 못했던 내용을 글을 통해 라펜트의 애독자들에게 전해 드리고자 한다.

필자가 ‘조경-위기인가? 기회인가?’로 제목을 정한 것은 조경분야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고 기회를 맞을 수도 있는 갈림길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조경분야의 모든 분들이 어떻게 미래를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조경의 미래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고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유명한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언을 남긴바 있다. 즉 도전이 왔을 때 어떻게 성공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역사가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과거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조경분야뿐 아니라 어느 전문분야이건 사회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분야가 사라져 버린 사례가 있는 반면, 변화에 맞추어 변신을 잘하여 성장하는 분야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손자병법에서도 적군의 상황에 따라서 변화시키면서 승리를 취하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잠사학과나 동물학과, 식물학과 등의 분야도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변했다. 잠사학과는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로, 동물학과와 식물학과는 생명과학부로 시대에 맞게 변신하여 발전함으로서 성장분야의 대열에 포함되었다.

이것은 전문분야 뿐 아니라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임을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회사인 코닥(KODAK)이라는 회사는 사진필름을 독점하다시피 생산했으나 사회변화 즉 디지털 흐름에 대응하지 못해 결국 망한 회사로 남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핵심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한 회사이다. 사진필름에 연연하느라 디지털 카메라를 사장시킨 어리석음을 저지른 것이다. 필자가 만나본 국내의 유능한 기업대표들은 자기 기업의 10년 후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음을 발견한 바 있다.

조경분야의 상황은 어떤가를 눈여겨보기로 하자. 조경분야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과연 우리의 10년 후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응을 하는지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조경의 날 행사 때 필자의 강연을 듣고 조경학회 내에 조경의 비전과 정책을 연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대응하겠다는 학회장의 언급이 있었는데 그 후로 진전이 없다. 조경분야의 공동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족되었던 환경조경발전재단도 조경진흥법의 통과 후 조경분야의 미래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조경분야의 미래는 조경분야의 리더들이 10년 후를 내다보고 현재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조경분야를 이끌고 가는 리더들이 10년 후를 내다보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조경분야는 현재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놓여있음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토인비는 그의 명저인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 문명은 엘리트 지도자로 이루어진 창조적 소수의 지도 아래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등장한다고 결론지었다. 문명은 그 지도자들이 창조적으로 대응하기를 멈추었을 때 쇠퇴하며 몰락한다고 설파한 바 있다.


2014년 3월 3일 조경의 날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양병이 명예교수
_ 양병이 명예교수  ·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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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b@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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