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어린이조경학교, 같이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주신하 논설위원(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주신하 교수l기사입력2016-05-06
어린이조경학교, 같이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_주신하 교수(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선생님! 이거 이렇게 자르면 되나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어린 학생이 대학생 언니에게 물어 봅니다. 나무모양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되냐고 확인하고 싶었던 거죠. 어린 학생들의 이런 사소한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려니 힘이 들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면 대학생 언니, 오빠들은 저절로 몸이 움직여집니다.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과 서울특별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와 공동으로 어린이조경학교를 벌써 3번이나 진행을 했습니다. 방학 때마다 어린 학생들과 조경과 공원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모형도 같이 만든 것이 2014년 겨울부터였으니까요. 환경조경나눔연구원에서는 서울시와 함께 시민조경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성인들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경교육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을 어떻게 모집하고 교육장소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에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조경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은 교육 프로그램을 맡고 동부공원녹지사업소는 운영과 홍보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일을 나누어 운영하게 된 것이지요. 다행히도 지금까지 참여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반응은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은 어쩌면 조경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관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14년 겨울, 처음 문을 연 어린이조경학교


지난해 여름 열렸던 어린이조경학교

어린이조경학교는 초등학교 4, 5, 6학년을 대상으로 조경의 다양한 가치에 대해 접하고 미래의 조경가를 육성하기 위하여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 내용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고 있고, 어린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이론 강의 중심보다는 만들기를 포함한 실습교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학생이 미래에 조경가로 성장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조경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이 많아지는 것도 충분히 조경분야 발전에는 기여하는 것이라 믿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린이조경학교를 운영하는 데에는 여러 조경인들의 헌신적인 참여가 필수 요건입니다. 학생들의 참가비만으로는 운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서울시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참여 운영진과 강사진들은 재능기부 형식으로 기여를 하고 계신 셈이지요. 그 동안 정욱주 교수, 김아연 교수, 송영탁 상무, 강연주 소장, 박해룡 과장 등이 열정적인 강의를 해 주셨고,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 동부녹지사업소의 이춘희 소장님과 윤세형 과장님, 그리고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 임승빈 원장님과 정윤희국장님, 오지혜 국장님, 허윤선 박사님도 중요한 역할을 해 주시고 계십니다. 무엇보다도 어린이조경학교를 진행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은 바로 보조교사들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학생들 실습을 도와주면 될 걸로 생각했었는데, 진행하다 보니 어린 학생들의 모든(?) 것을 책임져 주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아마도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보조교사들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침대로 향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이들 상대하기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척 피곤한 일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보조교사로 참여했던 신윤지, 조은주, 성예리나, 구수진, 신희정, 안주연, 조세호, 최성식, 조선, 최영진, 김지학 학생들의 헌신적인 참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린이들에게 공원개념도와 식재배치도를 보여주는 정욱주 서울대 교수

어린이조경학교 기획할 때 참고하려고 인접 분야에서는 어떻게 하나 좀 살펴봤었습니다. 건축분야에서는 아주 활발한 움직임이 있더군요. 아주 다양한 주체들이 어린이건축학교라는 이름으로 어린 학생들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회뿐만 아니라, 지자체, 심지어는 건축박물관에서도 어린이건축학교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운영한 결과를 축제 기간에 전시를 하기도 하고 책으로 기록을 남기기도 하더군요. 우리 분야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어린이조경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이 점입니다. 더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데, 저희들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조경학회에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어떨까? 조경사회에서는? 아니면 대학이나 기업을 중심으로 안 될까? 

사회에서 조경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어려움이 많다는 푸념을 많이 합니다. 우리도 업자보다는 작가로 인정을 받고 싶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일을 했으면 합니다. 매번 빡빡한 마감시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우리보다 대접을 잘 받는다는 외국을 부러워하기도 하지요.

뭐가 문제일까요?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은 결국에는 조경에 대한 인식이 그 문제의 출발입니다. 저는 이제 조경분야가 내부에서 소통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경의 울타리를 넘어서 다른 분야와, 더 나아가서는 일반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조경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 될 수 있겠지요. 올해부터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조경학교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면서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거라고 하더군요. 아마 앞으로는 이런 기회는 점점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 조경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만, 그럴 때일수록 미래에 대한 투자도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는 언제나 중요한 것 아닐까요?

어떠신가요? 어린이조경학교, 같이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2014년 12월 겨울 어린이조경학교

_ 주신하 교수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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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haj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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