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용준·알렉스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 어소시에이츠

Pershing Square Redesign Competition, JCFO팀의 디자인 뒷이야기
라펜트l전지은 기자, 조용준 어소시에이트l기사입력2016-05-17

Downtown LA 미래를 위한 시작

"Pershing Square Redesign Competition"


두번째_JCFO팀의 디자인 뒷이야기


전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공모전이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 조경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LA Pershing Square 공모전이 뜨거운 감자다. 최종안으로는 Agence Ter/Team의 안이 선정됐다. 일반 대중들의 표가 Agence Ter에 조금 더 갔던 것이 승기의 요인이었다.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쟁쟁한 4팀 가운데 ‘랜드스케이프 스타 아키텍츠’라는 닉네임을 가진 스타기업이 있었다. 하이라인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JCFO)이다. 그리고 이번 공모의 중심에 JCFO의 메인디자이너로서 활약한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조용준 씨와 알렉스(Alejandro Vazquez) 씨이다.


과연 이들의 디자인 과정은 어땠을까? 또, 해외 공모전의 진행과정은 어떨까? 한국의 공모전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살짝 엿보았다.


알렉스·조용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 어소시에이츠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알렉스(Alejandro Vazquez)│저는 어소시에이츠(associate)로 일한 지난 2년을 포함해, 총 5년간 JCFO에서 근무했습니다. 이번 펄싱 스퀘어 공모전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와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이트 자료조사, 협력업체 조율, 리포트  및 프레젠테이션을 담당했습니다.


조용준2013년 가을에 시작해서, 현재 JCFO에서 어소시에이츠(associate)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체 디자인과 그래픽을 담당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초기 아이디어 구상 및 제임스 코너의 의견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종결과물들의 그래픽 퀄리티를 담당했습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아쉽게 떨어졌지만, JCFO의 디자인과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라펜트에 감사드립니다. 결과 발표 이전에 기고하기로 계획되었지만, 저희 인터뷰가 늦어지면서 이제야 나오게 됐습니다.



이번 공모전에서의 주요 이슈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알렉스, 조용준여러 가지 다른 성격의 공간 및 프로그램들(공식적/비공식적, 시정관련 격식이 필요한/가볍고 편한, 일상적/이벤트적)을 조율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LA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매우 다양한 인종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 거대한 공간, 동시에 사람들에게 매력적이고 친숙한 장소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슈는, 현재 광장이 주변 도시 조직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광장을 중심으로 LA 도심부를 주변 콘텍스트와 완전히 연결하는 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함께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또 다른 점은, 공용 지하주차장 구조물 위에 광장이 디자인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지하주차장 중앙부가 인접한 가로보다 높게 위치해 있어 레벨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과제들을 매우 정제되면서도 심플한 방식으로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시민인터뷰



과거 펄싱 스퀘어 디자인들 조합한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


조용준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펄싱 스퀘어의 디자인들을 이해하는 것이 시작점이 됐습니다. LA시민들이 공원을 어떻게 사용해왔는지, 그리고 현재의 공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민들의 인터뷰와 역사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고 빈번하게 사용했던 디자인 요소들을 찾아내고, 조합해 새로운 형태의 공원을 제안했습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고, 개방적인 성향을 가진 LA의 특성과 잘 맞아 떨어지는 콘셉트라고 생각합니다.


알렉스구체적으로 좀 더 설명 드리면, 광장에 대각선으로 크게 두개의 프로미네이드를 만들었습니다. 도시 중심부를 새롭게 설정한다는 의미가 있었고, 인접한 가로의 코너부분으로 연결점을 만들자는 전략이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상징적이기도 합니다. 광장을 네 개의 뚜렷한 삼각형으로 분할했었던, 1910년 공원의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측와 남측면을 기울여서, 도시로의 탁 트인 뷰를 가진 큰 잔디면을 만들었고, 하부는 카페, 레스토랑, 커뮤니티 관련 시설과 차고로 이어지는 램프로 활용했습니다. 공원의 코너 부분에 이용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위치시켜, 공원과 주변 지역 활성화를 돕는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동측과 서측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용도를 위해 친밀하고 녹지가 많은 테마 가든으로 디자인 했습니다. 또한 가든들을 부분적으로 비워내 자연요소를 활용한 놀이공간, 해먹숲, 피크닉 가든들과 같은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아울러 향후 뉴욕의 시티바이크와 같은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들어올 수 있도록 지하주차장 일부를 제안했습니다. 



다자인 과정은 어떠셨나요? 제임스코너뿐 아니라 팀원들간의 의견들을 어떻게 조율하셨는지?


알렉스여러모로 이슈가 많은 사이트였고, 그 때문에 다른 공모전과 비교해봤을 때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팀원들이 거친 디자인 반복 회수가 꽤 어마어마했습니다.


조용준최종안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데칼코마니 형태의 나비모양 안, 심플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기 위한 원모양의 잔디 광장 안, 띄워진 플랫폼 위에 파라메트릭한 패턴을 활용한 안, 동선의 흐름을 강조한 꽃잎모양의 안 등 수많은 형태들을 디자인 했었습니다.


알렉스│가장 고생했던 시기는 초기 아이디어 회의 이후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 발전시켰던 디자인과 전략을 뒤집었을 때입니다.


조용준네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초기 한 달 동안은 앞서 말한 아이디어들을 모두 3D모델로 구현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공원의 스케일감을 보다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을 결정하고 나서도 하루에 세 네 번씩 제임스 코너를 만나면서 트렐리스와 파이프 사이즈 하나까지 이야기했고, 이를 통해,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디자인으로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때 LA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에 대한 많은 토론을 했던 것이 최종안을 만드는데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알렉스이러한 과정이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섬세한 디자인이 나오기 위해서는 필요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고민하고 있는 세사람. 왼쪽부터 조용준, 알렉스, 제임스 코너 ⓒ김영수



초기 아이디어 회의 중인 제임스코너(James Corner)와 프레데릭 피셔(Frederick Fisher) ⓒ조용준



다른 설계사무소와 차별화 된 JCFO만의 강점이 있다면?


조용준제가 생각하는 JCFO의 디자인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명료한 콘셉트와 전략입니다.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실험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디자인 형태입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매우 재미있는 형태들을 실험합니다. 그와 동시에, 실제 지어질수 있도록 구체적인 재료와 크기, 그리고 시공방법을 고려합니다. 이번 공모전에도 역시 이 두 가지 특징이 잘 반영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알렉스가장 큰 차이점은, 새로운 디자인 전략을 통해, 공공의 요구에 부합하는 공간을 상상하고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경가를 크게는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부류는 생태, 환경 및 기술적인 유연성에 중점을 두는 그룹입니다. 또 다른 부류는 형태 만들기에 집중하는 그룹입니다. JCFO의 경우, 그 중간을 지향합니다. 생태적인 이슈와 새로운 디자인 형태를 포괄적으로 엮어냄과 동시에 커뮤니티 요구에 부합하는 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공모전이 한국 공모전과 다른 점이 있나요?


조용준어려운 질문이네요. 두 나라를 일반적으로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해 본다면, JCFO의 디자인 과정의 특징은 수많은 대안들을 포함한 거의 모든 디자인을 3D 프로그램으로 구현한다는 것과, 모든 뷰를 별도의 외주 없이 직접 만든다는 것 입니다. 이는 평면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상상하는 삼차원적 이미지의 간극을 최소화 시키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매우 과감한 콘셉트도, 거대한 스케일(scale)의 공원도,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형태와 재질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LA 산타모니카의 Tongva park의 경우, 3D모델 및 디자인 과정에서 만들었던 뷰와 실제 공원의 모습이 거의 일치합니다. 즉, 앞서 말한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지어지기 전의 디자인 결과물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또한 클라이언트와 대중들이 디자인 된 공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JCFO의 디자인을 관람 및 평가하고 있는 시민들 ⓒ조용준



JCFO팀의 시민공개발표 모습 ⓒ박효영


또 다른 점은 심의 방식 입니다. 최근 미국 공모전의 경우, 심사위원과 발주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과 더불어 대중 앞에서 공개발표를 합니다. 이는 전문가들의 의견뿐 아니라 실제 공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들을 디자인에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특히 새로웠던 점은 발주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이 갑-을 관계의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라, 마치 학교 스튜디오에서 하는 리뷰와 같은, 캐주얼한 분위기라는 점입니다. 특히, 저희 팀 발표에서는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안부 인사와 재치 있는 농담들과 함께 공간에 관한 논쟁들, 최종안에 대한 날카롭고 구체적인 질문들과 대답들이 오갔습니다. 그에 비해,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국내 조경 공모전의 경우, 패널과 보고서를 통한 일방향적인 심사방식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디자인을 이해하고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시민 공개발표과정은 LA 시민들을 위한 이벤트였습니다. 주최 측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시민을 연사로 초빙하여 펄싱 스퀘어 재개발의 당위성을 호소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네 개팀의 디자인을 공개발표 했습니다. 1200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모여, 진지한 자세로 디자이너들의 설명을 경청했고, 때론 환호성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비교해서 다른 점을 말씀드리는 게 어렵네요. 아직 제 경험이 부족해서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조용준4월 27일 발주처 및 심사위원 비공개 발표가 끝난 후, 식사자리에서 제임스 코너는 ‘대부분의 한국학생들과 JCFO에 일했던 한국 사람들의 실력이 우수하고, 이는 한국 조경교육이 체계적이고 훌륭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 이야기에 제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임스를 포함한 많은 외국교수들과 직장 동료들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좋아하면서도 정작 한국의 조경에 대해 물어보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 입니다. 한때나마 호황이었을 때 한국에서 치러졌던 몇몇 국제 공모전의 명칭만이 그들의 기억 속에 있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실제로 만들어진 좋은 공간들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는 좋은 공간으로 한국의 조경을 알릴 때라고 생각됩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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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사진 _ 조용준 어소시에이트  ·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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