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작은 정원

주명돈 논설위원((주)한국종합기술 상무)
라펜트l주명돈 상무이사l기사입력2016-08-04
작은 정원



글_주명돈 상무이사((주)한국종합기술)



얼마 전 저희 회사 신입사원 면접에서 누군가의 입사지원서에 쓰여 있던 작은 정원 이야기로 녹색시론을 시작하려 한다. 

《저희 집은 작은 정원과 마당이 있는 집입니다》 

저희 집은 세입자들에게 월세방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계약이 만료가 되어 떠날 시기가 되면 아버지와 함께 월세방 전단지를 동네 이곳저곳에 붙이러 다니곤 했습니다. ‘집과 버스정류장, 지하철과의 거리가 몇 분 이내인 역세권에 위치’, ‘집의 평수’, ‘보증금/월세’와 같이 어느 전단지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다음과 같이 차별화된 문구를 크게 넣었습니다. “작은 정원이 있으며 텃밭에 채소를 기를 수 있음.”이라는 문구를...
조경학과를 이제 막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청년의 이야기이다. 
  


본 시론에서는 작은 정원 이야기와 더불어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우리 조경이 가져야 할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려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조경을 정의할 때 ‘미학, 생태학, 인문학, 행동과학 등의 지식을 활용하여 인간 정주환경을 더욱 아름답고, 유익하게 만드는 일련의 건설 행위’로 정의하곤 한다. 이러한 정의는 토목 등 여타 분야의 정의보다도 포괄적이고, 심오한(예술적, 철학적) 내용이 담겨져 있어 조경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조경은 과거 집 앞마당에 꽃을 심고 텃밭을 가꾸는 일로 시작하여 거리를 아름답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공원과 숲을 만들고, 더 나아가 지구환경과 시민들의 여가(Leisure)를 책임질 다양한 분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60년대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환경치유(Healing Environment)’라는 과학적 영역으로의 확장과 ‘80년대 ‘환경예술(Environment Art)’ 및 ‘대지예술(Earthworks)’로의 확장은 조경의 사회적 가치를 더 높이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경의 과학적, 기술적, 예술적 영역 확장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 속 조경의 위상은 아직 나무와 꽃을 심고, 놀이터와 의자를 공원에 놓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고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경의 학문적, 과학적, 예술적 위상과 현실은 왜 다른 것일까? 

현재 여타 전문분야들은 고객중심(학문적, 과학적, 예술적, 상업적 가치와 연계된 모든 상대자)의 미래가치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상호 이합·집산과 융·복합을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미래사회는 “무엇을 누가 하느냐”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어느 누구든 상관없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가”가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란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럼 이러한 시장환경 속에서 조경의 정의에 걸 맞는 위상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가 하고 있는 현재의 조경이 예술, 기술, 과학의 융·합이 아니라 이들의 이름으로 포장된 보여주기식 조경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만들 자리에서 즐거워 할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진리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앞에서 이야기한 작은 정원처럼 “아름다움을 표현하되 그 모습을 자연에서 찾고, 우리가 만드는 공간에 감동과 행복을 담고, 삶의 여유와 즐거움으로 고객에게 기쁨을 주는 조경”이 현실과 미래가치를 선점하는 조경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_ 주명돈 상무이사  ·  (주)한국종합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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