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학문 산산조각! 침해인가? 자초인가?

조경학문 산림에 통합, 원예에 종속. 한국연구재단과 통계청
라펜트l신혜정 기자, 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6-08-18
지난해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 시행 등으로 예견되던 최악의 상황이 우연처럼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당시 조경업계는 대세적 흐름이 업역침해에서 끝나지 않고, 조경학문분야로도 빠르게 잠식해 갈 것이라며, 조경학계의 근본적 대책수립에 중지를 모은바 있다. 

한국연구재단 세부학문(평가)분야와 한국표준교육분류 영역에서 조경학문분류가 산산조각난 채로 산림에 통합, 원예에 종속돼 큰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연구재단은 국내 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학술논문 및 연구, 활동 등 전 학문분야를 포괄하여 관리하고 있다는 점, 통계청은 국내 통계업무를 관장하며, 정부 기관의 통일된 분류기준을 제공하는 중앙행정기관이라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한국연구재단, “조경은 산림과 같은 분야”

지난 2월 15일 한국연구재단 세부학문(평가)분야에서 조경이 산림과 통합된 채 공지됐다. 조경분야는 기존 △조경 식물/생태/복원, △조경계획, △조경관리학, △조경정보학, △조경 설계, △조경 시공/재료 6가지로 구분됐었으나, △산림/조경생물, △산림/조경경영, △산림/조경공학 3가지로 산림과 축소통합된 것이다.

이번 개편은 학문 분야별 발전 속도와 연구자 분포 등을 고려해 조정된 사항으로, 지난해 말부터 재단 내부 자문위원들과의 논의 끝에 도출된 결과이다. 

재단측은 각 분야의 의견수렴은 없었으며, 조경과 산림분야의 통합 이유로 ‘타 학문분야와의 균형’ 및 ‘조경, 산림분야의 학문간 유사성’을 들었다.

재단 내 연구지원부서는 5개의 학문단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중 생명과학단은 기초생명, 분자생명, 기반생명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조경은 기반생명분야의 농림생태환경분야(RB분야)로 구분되어 있다.

그간 재단에서는 기초생명 또는 분자생명분야의 RB분야(미생물, 생화학 등)는 주로 10개 이하의 세부학문분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기반생명 분야의 RB분야(농림생태환경)는 최대 35개 세부학문분야로 세분화되어, 수년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고 한다. 따라서 “타 학문분야와의 균형 및 연구자의 편의를 위해 농림생태환경 분야의 35개 세부학문분야를 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문 분야간 유사성을 기준으로 세부학문분야가 통합됐는데, 조경과 산림의 학문간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도시림·생활림 부분과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의 통과 배경을 미루어 볼 때 조경과 산림이 통합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세부RB분야는 의견수렴 없이 내부절차에 따라 개정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판단 시 상시 개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통계청 한국표준교육분류, 조경은 원예, 건축 및 도시설계에 종속된 분야

통계청에서 처음으로 개정한 한국표준교육분류 영역 역시 조경은 독자성을 갖지 못한 채 원예와 건축 및 도시설계로 분산되어 있다. 이번 영역분류는 국제표준교육영역분류가 수준분류(ISCED 2011)와 영역분류(ISCED-F 2013)로 분리 개정됨에 따라 별도 개정된 것이다.

특히 이번 한국표준교육분류 개정은 한국연구재단과 달리 의견수렴기간이 있었으나 동국대 조경학과를 제외하고는 대응하지 않은 것이 뒤늦게 알려져 조경학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통계청은 지난 6월 10일부터 24일까지 한국표준교육분류 영역 제정 조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관련 부처와 단체 및 기관, 관련학과에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조경학과는 26개교 정도 공문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청에서 발송한 조정안에 조경에 대한 분류는 다음과 같다.

소분류

설명 및 예시

0731

건축

도시

설계 

-건축(Architecture)은 건물 디자인의 예술, 과학, 기술 연구로 구조의 견실성, 건물의 기능적·경제적 효율성과 같은 실용적 측면과 미적측면 모두 포함

-도시계획(Town planning)은 도시의 균형 성장과 발전을 기능적·미적 관점에서 연구


[제외]

-실내디자인은 0212 "패션, 인테리어 및 산업 디자인"


[예시] 지도제작 및 측량, 조형 도시 계획 및 설계, 건축, 건물디자인, 지도제작/토지측량, 도시계획, 지역사회 개발·입안, 조경술, 구조설계, 측량, 구조건축, 도시농촌계획, 토목조경학, 측지정보학, 도시환경공학, 리조트개발학, 사회환경시스템학, 건축산업, 건축소방방재, 친환경건축문화, 국토연구원학연산협동과정, 건축공학과

0812

원예

 -원예기술 및 관리, 화초재배, 온실, 묘목 관리, 조경 등


[제외]

-작물(밀, 쌀, 과일, 채소 등 먹기 위해 키우는 식물) 재배는 0811 "작물 및 축산"

-토양학, 토양 비옥성, 관개기술은 1811 "작물 및 축산"

-국립공원 관리는 0712 "환경보호 기술"


[예시] 도심 및 가정의 공원과 정원 만들기 포함, 화초재배, 정원가꾸기, 골프장관리, 원예술, 녹화, 조경, 묘목관리, 잔디양성, 공원과 정원의 배치과 건설


이에 대해 동국대 조경학과는 ‘중분류 081(농업)에 소분류 코드번호 0813(조경)을 추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경은 학문특성상 원예 혹은 건설과는 상이하며 그들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기에 독립적인 학문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국대 조경학과는 의견수렴 기간 동안 공문을 제출한 곳으로는 유일하다. 

이에 대해 통계청에서는 “한국표준교육분류는 국제표준교육분류(ISCED)를 기준으로 제정되어 있어, 그 기준을 가져와 그대로 적용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조경이 식물과 공학적 측면이 있다 보니, 식물은 원예로, 공학은 건축과 건설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표준교육분류 개정안은 오는 9월 말에 공시돼, 오는 2018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은 5년 주기로 갱신된다. 



조경분야 대응미비로 조경산업의 근본마져 흔들린다는 의견도 있어


지난해 있었던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 시행 등은 업역침해를 넘어 학문적 침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는 곧 조경분야의 대응미비로 산업의 근본인 학문분야마져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무사안일주의인 조경학계가 자초한 일이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앞으로 조경과 관련한 연구과제 지원, 논문실적 평가 등에서 조경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산림분야 전문가가 다수 포진될 수도 있다. A교수는 “산림분야에는 없는 조경설계와 조경시공/재료가 과연 산림분야 전문가(평가위원)에 의해 공평한 평가가 이뤄질지 의문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재단측도 이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A전문가는 “산림, 건축, 원예 모두 조경의 유관분야이긴 하지만, 각각의 고유의 영역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 발전하고 존립해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경이 타 분야의 하위분야가 되는 것은 결국 지난날 우리가 법제도를 정비를 하지 못한 것이 가시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B전문가는 “조경분야가 공학에 가까운지, 농림에 가까운지조차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실책”이라며 “우리가 먼저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분명한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합이 필수”라고 전했다.

본 사안에 대해 다수의 조경전문가들은 “한국조경학회의 적극적인 대응과 조경업계의 무조건적 협력이 필요하며, 전과 같이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에는 조경산업의 근본마저도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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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nkija@naver.com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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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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