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이 ‘건축’의 하위? 건축학회의 학술연구분류체계 개정 논란

조경과 건축, 위계가 같아야···조경학회, “적극 대응할 것”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06-09
한국연구재단 건축분야 학술연구분류체계 안에 ‘조경’을 포함하려는 건축학계의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다. 정확히는 ‘건축계획 및 설계’의 하위분류로 ‘도시 및 조경’을 포함시키는 안을 제시함으로써 조경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한건축학회는 ‘한국연구재단 건축분야 학술연구분류체계 개정 의견조사’를 지난 7일(월) 학회 홈페이지 학회소식에 공지, 10일(목)까지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번 개정은 ‘학술분류체계’와 ‘RB(review board)분류체계’로 이원화된 한국연구재단 건축분야 학술연구분류체계의 일원화하고 신규 학문영역 및 분류체계 반영해 분류체계의 일관성, 합리성 확보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이에 건축학회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각 학문분야의 임원 및 위원을 주축으로 TFT를 구성하고, 국내외 사례조사 및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개정초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한국연구재단에서 실질적인 분류체계로 사용하고 있는 RB분류체계를 기본틀로 하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건축계획 및 설계’에 세분류로 ‘도시 및 조경(City and Landscape)’가 신설됐고, 그 안에 ▲도시계획 및 설계 ▲도시재생 ▲지역개발 그리고 ▲조경건축이 포함돼 있다.


한국건축학회의 ‘한국연구재단 건축분야 학술연구분류체계 개정 의견조사’ 온라인 설문조사 화면 캡쳐


‘학술분류체계’와 ‘RB분류체계’

한국연구재단의 ‘학술분류체계’는 학술연구지원사업의 효율적 추진 및 관리 운영 등을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대분류 체계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약학, 농수해양, 예술체육, 복합학 등 8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건축은 ‘공학(대분류) > 건축공학(중분류)’ 안에 소분류로 ▲건축공학일반 ▲건축계획/설계 ▲건축구조 ▲건축설비/환경 ▲건축시공 ▲건축의장 ▲건축문화재 ▲기타건축공학이 있다.

반면 조경은 ‘농수해양학(대분류) > 조경학(중분류)’ 안에 소분류로 ▲조경사/문화 ▲경관론 ▲조경계획 ▲조경설계/미학 ▲조경구조공학 ▲조경시공/관리 ▲조경재료 ▲환경생태/복원 ▲조경전산기법(GIS/CAD) ▲관광지조경 ▲국토 및 광역조경 ▲실내조경 ▲기타조경학으로 구분돼 있다.

즉, 건축과 조경은 대분류체계부터 다르며, 계획/설계에 관한 내용도 명확히 명시돼 있다.

<학술분류체계>

공학(대분류) > 건축공학(중분류)

소분류

세분류

건축공학일반

 건축이론, 건축사, 건축법규

건축계획/설계

-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골구조, 건축기초구조, 셈 및 공간구조, 구조표준화,
 내진·내풍구조, 비파괴진단, 목구조, 조적조구조, 복합구조, 구조역학/해석

건축설비/환경

 건축에너지, 건축조명, 공기조화, 전기설비, 건축음향, 지중건축, 생태건축

건축시공

 시공기술, 시공재료, 시공관리

건축의장

 건축심리, 공간론, 건축색채, 빛/경관, 단지/도시

건축문화재

-

기타건축공학

-


농수해양학(대분류) > 조경학(중분류) 

소분류

세분류

조경사/문화

-

경관론

-

조경계획

-

조경설계/미학

-

조경구조공학

-

조경시공/관리

-

조경재료

식물재료, 비식물재료

환경생태/복원

-

조경전산기법(GIS/CAD)

-

관광지조경

-

국토 및 광역조경

-

실내조경

-

기타조경학

-

한국연구재단 자료 재구성

반면 ‘전문위원(review board, RB)분류체계’는 재단 연구개발사업의 효율적 추진과 관리 운영을 목적으로, 학문분야별 전문가 활용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수립한 것으로, 기초연구본부, 인문사회연구본부, 국책연구본부 아래 각각 연구지원부서(학문단)를 구성하고 분야를 분류하고 있다.

건축은 기초연구본부 ‘공학단(학문단) > 건설/교통(책임전문위원분야, CRB)’ 내 전문분야(RB)는 건축계획 및 설계’를 비롯해 건축시공재료, 건축설비환경, 건축구조, 토목구조/시공/재료공학, 지반공학, 수공학, 교통/측량으로 분류돼 있다.

이중 ‘건축계획 및 설계(RB)’ 내 세부 분야는 ▲일반건축계획 및 설계 ▲주거,주거지 계획 및설계 ▲도시계획 및 설계 ▲건축역사 ▲건축이론 및 디자인방법론 ▲건축계획 및 설계-기타 및 융복합으로 분류돼 있다.

반면 조경은 ‘생명과학단 > 기반생명(CRB) > 농림생태환경(RB)’ 내 세부분야 ▲산림/조경생물 ▲산림/조경경영 ▲산림/조경공학이 있다. ‘조경계획 및 설계’에 관한 내용은 분류돼 있지 않다.

<전문위원(RB) 분류체계>

공학단 > 건설/교통(CRB)

생명과학단기반생명(CRB)

RB

세부 분야

RB 

세부 분야

건축계획 및 설계

 일반건축계획 및 설계

 주거·주거지 계획 및 설계

 도시계획 및 설계

 건축역사

 건축이론 및 디자인방법 론

 건축계획 및 설계

  -기타 및 융복합



농림생태환경

 산림/조경생물

 산림/조경경영

 산림/조경공학

 농업환경공학

 농림경제/정책/문화

 목재과학/목재공학

 펄프/종이/특수임산

  /에너지


건축시공재료식량작물 및 원예작물
건축설비환경응용생물화학
건축구조

동물자원학

토목구조/시공

/재료공학

수의학
수산학
지반공학식품학
수공학영양학
교통/측량생물공학

한국연구재단 자료 재구성


재단은 RB분류체계에 대해 ‘학문분야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여 전문위원(RB) 분야를 선정하였으며, 이를 위해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를 기준으로 하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는 과학기술기본법 제27조에 따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이다.


그러나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를 보면 연구분야에서 건축은 ‘과학기술-인공물’분야 ‘건설/교통(대분류) > 시설물 설계/해석기술(중분류) > 건축(소분류)’로 분류된 반면, 조경은 ‘과학기술-생명’분야 ‘농림수산식품(대분류) > 조경학(중분류) > 조경계획, 조경설계(소분류)’로 분류돼 있다.

RB분류체계의 성격인 ‘연구 분야의 통일성, 유사성, 규모성에 기초하여 유사분야를 통합하는 등 전문위원(RB) 분야의 관할 범위를 정하여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대분류보다 상위단위인 ‘분야’에서부터 ‘생명’과 ‘인공물’로 다르기 때문에 건축과 조경은 유사분야로 보기 어렵다.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

과학기술-인공물(분야)

건설교통(대분류)

과학기술-생명(분야)
농림수산식품(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중분류
소분류
EI03
시설물 설계
/해석기술
 EI0301. 설계 표준화기술
 EI0302. 설계 정보화기술
 EI0303. 도로
 EI0304. 교량
 EI0305. 플랜트
 EI0306. 지반구조/터널
 EI0307. 건축
 EI0308. 철도
 EI0309. 항만
 EI0399. 달리 분류되지 않는
       시설물 설계/ 해석기술
LB11
조경학
 LB1101. 조경 계획
 LB1102. 조경 설계
 LB1103. 조경 식물/생태/복원
 LB1104. 조경 시공/재료
 LB1105. 조경관리학
 LB1106. 조경정보학
 LB1199. 달리 분류되지 않는
            조경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 재구성


어떠한 근거로 건축학회의 개정안이 도출된 것인지는 담당자의 부재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다만 ‘조경’의 연구분야 체계가 ‘학술분류체계’나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에 엄연히 구분돼 있어, RB분류체계에 없는 ‘조경계획 및 설계’를 ‘건축계획 및 설계’ 안에 포함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데 조경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조경과 건축, 위계가 같아야···조경학회, “적극 대응할 것”

학술연구분야분류의 개정 절차를 보면, 우선 학회회원 및 관련 연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회명의로 연구재단측에 ‘현황, 문제점, 필요성, 개정사유, 학술연구분야분류표(변경전, 변경후) 등’을 담은 공문을 발송하면, 연구재단에서 적합성 검토를 거쳐 반영되거나 폐기된다. 건축학회는 의견수렴 단계인 것으로 보이며, 현재 연구재단 측에서는 ‘RB분류체계’를 개정 중에 있다.

안승홍 한경대 교수는 “조경분야는 학문과 업이 분명히 구분돼 있다. 한국조경학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조경학과는 전국에 59개가 있으며,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5대 건설공사로 조경공사와 건축공사가 같은 위계로 제시돼 있다. 그럼에도 소분류인 ‘건축계획 및 설계’ 안에 세분류로 ‘도시 및 조경’을 삽입한다는 것은 위계상 조경분야는 물론이고 도시분야까지도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함을 강조했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를 봐도 ‘건축 및 조경 설계 서비스업’내 ▲건축 설계 및 관련 서비스업과 ▲도시 계획 및 조경 설계 서비스업으로 동등한 위계를 가지고 있다. 종합건설업에서도 ▲건축물을 다루는 ‘건물 건설업’과 ▲조경을 비롯한 도로, 교량, 환경설비 등을 다루는 ‘토목 건설업’으로 소분류부터 구분된다.

아울러 안 교수는 “조경분야도 연구재단의 방향에 맞춰 분류체계 안에 조경분야가 동등한 위계로 포함될 수 있도록 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조경진 (사)한국조경학회 회장은 “건축학회의 개정안은 상식적으로 무리한 시도이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한국도시설계학회와 공동으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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