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세환 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회장 (1)

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다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7-04-19
최근 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는 국토교통부 소관으로 사단법인에 등록됐다. 지난 해 10월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알린 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는 그 명칭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발기인인 조세환 회장은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조경은?'이란 질문에서 조경분야 확장에 대한 비전을 세우게 됐다고 회상한다. 

그는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바이오 프린팅 등의 각종 기술 융합을 통해 마침내 유사 아날로그 자연을 창조할 수 있게 되면서, 인공시설로 디지털화된 무생명의 도시를 다시 아날로그적 자연의 생명경관도시로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이유로 생명기술의 경관을 지니는 도시를 연구한다는 의미에서 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로 그 명칭이 귀착됐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새로운 담론의 형성, 지식 생성, 정보 공유 등 첨단의 길을 가고 있다. ‘다분야트랜스위원회’, ‘바이오도시포럼’, ‘생명도시운동본부’가 조직됐으며, 초연결사회화에 맞춰 온라인 플랫폼’이 구축됐다. 최근에는 제4차산업혁명과 생명경관도시의 개념을 비롯하여 도시공원 주변부 도시의 공원 확산 모형,  도시주거지역의 LID 효과, 도시생태통로 평가 지표 등에 대한 논문을 실은 창간호를 발간하기도 했다. 조세환 회장을 만나 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조세환 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회장

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가 사단법인으로 등록됐습니다.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를 창립한 계기는? 또 학회의 명칭이 독특하던데? 

와우! 창립 계기요? 명칭까지요? 이야기가 좀 길어지겠는데요, 정리를 좀 해 보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때부터 막연하게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조경분야의 확장성, 진화성의 한계를 느꼈든 시절이 있었거든요. 지금으로부터 7~8년 전이었든 것 같습니다. 한국조경학회장과 한국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을 겸임하는 동안 조경진흥법의 전신인 ‘조경기본법’을 추진해 가던 때였는데, 그 당시 ‘선진국토창조’라는 나름대로 학회 운영 비전을 설정해 놓고 청와대, 정부, 국회 등 기관에 가슴 뜨겁게 뛰어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사실, 마음 속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조경분야에 대한 인식이 문자 그대로 조그마한 땅에 나무심고 돌 갖다놓는, 하찮은 일쯤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건 아니잖아요? 학부, 대학원 과정의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자연과 도시를 포함한 인간 정주 환경·문화에 대한 포괄적 설계, 시공 등을 수행하는 전문분야로 교육받고 생각해 왔든 우리들이잖습니까? 자부심어린 우리 조경분야의 전문성과 정체성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람들의 작은 인식의 틀 속에 머물고 있다는 상황들을 직면하면서 우리 조경분야가?, ‘왜?’를 생각하게 되었죠.

그러든 중 좀 더 직접적인 계기는 2012년 연말에 찾아 온 것 같습니다. 한국조경사회에서 주최한 한국조경 40년 기념 송년 기술세미나에서 발제를 맡게 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지식창조사회의 도래와 조경: 혼돈과 위기 그리고 비전’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였는데, 그 발표를 준비하면서 산업사회에서 지식창조사회로의 변화, 즉 단순하고 직선적 사회에서 복잡하고 네트워크화 하는 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우리 조경분야도 다기화하고 외연으로의 확장성을 통해 조경분야 자체의 문제를 풀고 새롭게 진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강한 ‘필’이 왔습니다. 

그 이후 줄기차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라펜트 등에 기고를 통해 다양한 조경관련 학회와 협회의 창립을 주장하고 독려해 왔습니다. 다양성 제고를 통해 일리야 프리고진이 주장한 집단지능을 유발할 수 있고, 복잡한 사회에 적응해 나갈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실천적으로는 조경관련 학·협회의 다양성을 통해 국토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산림청 등으로 쳐들어가야 조경분야의 확장성을 확보하고 진화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또 집단지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조경관련 다양한 학회 및 협회들은 개별 단체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연합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한국정원디자인학회와 지금은 폐회 됐지만 한국정원문화협회의 창립이 이루어진 것은 저의 이러한 주장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물 한 잔 마시고 말씀하시죠.

아, 감사합니다. 너무 얘기가 길었나요? 얘기를 한 김에 계속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또 한편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조경분야에 주장하고 독려만 할 게 아니라 ‘나부터 실천하자’는 것이었죠. 다분히 조경분야의 확장성과 진화성에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제 전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말입니다. 조경이 면적 단위의 블루 오션인 도시로 쳐들어가지 않고, 도시 안의 점적인 존재로서의 주거단지조경, 도시의 한 시설에 불과한 공원에만 머물면 조경의 확장성이 없는 것 아니겠어요? 결국, 현재 조경의 한계성을 뒤집으면 ‘조경의 도시로의 진화’라는 제 전공의 주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였습니다.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조경을, 박사과정에서 도시공학을 공부한 저에겐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조경분야의 확장과 진화와 관련하여 내겐 어떤 사명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 때 이후, 제가 조경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통해 조경의 일을 도시로 확산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깊어 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이었죠?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제4차산업혁명에 관한 화두가 나왔습니다. 4월엔 책으로 발간되어 나왔고요. 이때, 산업사회를 배경으로 태동된 조경이 제4차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어떻게 확장되고 진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 발생했고, 홀린 듯 4차산업혁명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조경 태동이 1,2차 산업사회 시대의 산물이었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제3차산업혁명시대의 진화된 양상이라면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조경은? 이런 질문에 다다르자, 가슴이 강하게 두근거리고 마음은 다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것을 비전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제게 조경분야 확장에 대한 비전이 선 것이지요.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조경은 어떻게 도시로 확산 및 진화해 나갈 것인가? 결국, 조경이 기반이 되어 도시, 건축, 생태공학, 유전공학, 나노생명공학, 생물공학 그리고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융·복합을 통해 가능하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 길은 자연의 극복과 개발의 패러다임에서 자연의 회복과 재생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변화된 사회에서 기존의 많은 문제를 생산하고 있는 회색 인프라의 도시를 녹색 인프라를 넘어 생명 인프라의 도시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상상력을 띄우게 되었습니다. 도시라는 자연 속에서 개별의 건축물은 한 그루의 나무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4차산업혁명의 시대엔 바이오 프린팅 등의 각 종 기술 융합을 통해 마침내 유사 아날로그 자연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인공시설로 디지털화 된 무생명의 도시를 다시 아날로그적 자연의 생명경관도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학회의 명칭이 바뀌는 순간이었죠. 

처음에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생각하며 도시경관생태조경학회,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학회 등 정도로 생각하다가 조경분야의 제4차산업혁명 시대로의 진화, 학문간 통섭과 융합 등을 생각하며 결국, 생명기술의 경관을 지니는 도시를 연구한다는 의미로 바이오텍경관도시라는 학회 명칭으로 귀착되게 되었습니다. 나름 학회 명칭이 최종 결정되면서 2016년 8월에 실무 준비를 시작해서 9월 1일에 발기문을 띄우고 10월 23일에 창립총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학회를 물리적 실체로 창립하는 데는 불과 2개월 남짓 정도에 불과했지만 총체적 그 과정은 7~8년이 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경분야의 확장성과 진화성을 위해 학회를 창립한 것이군요. 과거에는 학회를 만들면 분파를 조장한다는 등 비난의 화살이 뜨거웠는데.., 두렵지 않았습니까?    

생각을 많이 했죠. 분명히 그렇게들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랫동안 생각했고, 무엇보다 조경의 전문성을 쪼개고 분화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경분야의 일을 외연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신념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사실 게의치 않았습니다. 과거처럼 분리해서 쪼개 나가는 환원적이 아니라 반대로 동시대정신에 맞게 통섭하여 새로운 것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일이니까요. 결국 외곽에서 조경을 지원하고 확산시키는 성격의 학회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불리하면 다른 한쪽이 유리한 네거티브 썸 게임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양쪽 모두 좋은 포지티브 썸 게임이 될 테니까요. 

창립을 시작하며 주위 분들에게 의견을 여쭤봤을 때 기자께서 질문하신 것을 염려하며 만류하는 분들도 꽤 많이 있었습니다. 그럴 땐 산업화시대 한국에 조경을 도입한 박정희 대통령의 명언,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말이 떠오를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이 잘못하는 것이라면 내가 죽고 나서라도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죠. 멋있는 표현이지 않습니까? 하 하.. 전 한국 현대 조경의 아버지는 산업화시대 조경을 도입하고 육성토록 지시한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어.., 정치적 오해는 마세요! 본 학회 창립에 대한 저의 신념이 그 만큼 확실했다는 뜻이니까요.          


국토교통부의 어느 부서에 등록을 하였나요?

녹색도시과입니다. 제가 등록 신청은 도시재생과로 했습니다만, 도시정책국 자체 회의에서 녹색도시과로 배당을 시켰습니다. 녹색도시과는 공원과 개발제한구역을 전담하는 부서인데 이 학회는 도시환경재생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의의를 제기했습니다만, 향후 녹색도시과가 본 학회가 목적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확장시켜 나갈 것을 염두에 뒀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라는 이름에서 보듯 융합학회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조금 전 조경과 다양한 학문 분야간 융·복합학회라고 말씀을 주셨는데.., 목적, 비전, 역할 등 맥락에서 학회의 정체성은? 

종합해서 말씀을 드리면, 이 학회는 학술 대상적 측면에서는 도시 자체를 조경의 대상으로 하고 시·공간적 차원에서는 현재미래형의 ’제3·4차산업사회의 도시공간‘을 대상으로 합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건축물, 도로 등 엔트로피를 높이는 도시의 모든 회색 인프라를 자연력이 작동하는 에너지 생성적 생명 인프라로 재생시키고자 합니다. 학회의 성격적 측면에서는 조경 기반의 다학문 분야간 트랜스를 통한 통섭적 융합학회이고, 실천적 측면에서는 기존의 건축, 도시 등 분야에서 시각경관적, 도시구조적으로 접근하든 틀에서 벗어나 자연의 힘이 선순환하고 그것을 공감할 수 있는, ’작동적 생명경관도시‘라는 뉴 노멀을 추구합니다.   

이 모든 뉴 노멀적 새로운 담론형성, 지식생성, 정보공유와 소통을 추구하되, 학문적 틀 안에 머물지 않고 사회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학회 활동을 사회운동으로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이처럼 학회의 고유 영역인 학문 활동과 시민 사회적 활동까지도 융합시키는, 이른바 동시대 패러다임이며 시대정신인 통섭과 융합의 학회를 지향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는 맥락 등에서 차별화된 독특한 정체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회비 무료 학회라는 점이 창립 초기 때부터 큰 화두가 됐습니다. 그 배경 설명을 해 주시고요, 그렇다면 학회 재정은 어떻게 충당할 수 있나요? 

지금 어느 학회 할 것 없이 회원들의 회비 징수가 어려운 상태에 있습니다. 또 평균적으로 2개 정도 이상의 학·협회는 가입들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회를 만들면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학회비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 아니겠습니까? 학회비 부담 없이 회원이 될  수 있고, 학회지 등 관련 새로운 지식과 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학회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평소의 소신이기도 합니다만, 학회 창립을 생각하면서 저의 입장에서는 어떤 명예 등 개인적 이익 추구보다는 이제는 조경분야 등 사회로부터 지금까지 받아 온 혜택을 나누고 봉사하며 헌신해서 후학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이 강했습니다. 조경이라는 토양에서 성장했으니 어떤 방식이든 재능 기부를 통해 조경분야에 되돌려 주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지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입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생각에 공감하고 지금까지 사회에서 나름 성공했고, 나눔의 의미를 몸소 실천할 수 있는 훌륭한 분들이 조금씩 재정적 헌신을 하면 충분히 학회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받아 운영할 체계를 세운 것입니다. 

학회비 무료는 좋은 장점이 또 있습니다. 학회비가 무료이기에 생명경관도시 재생과 관련하여 관심 있는 일반인도 회원으로 가입하는데 부담이 없을 것이고, 따라서 앞으로 많은 회원을 확보하는데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였습니다. 창립 한 지 5개월 남짓 지난 지금 현재 370명 정도의 회원이 등록하였으니 그런 대로 예측은 맞아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향후, 학회가 안정이 되고, 특별히 재정 투입이라도 필요한 사업계획이 발생한다면 그 땐 학회가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어 필요한 사업비에 대해 회원 스스로 십시일반하여 참여하는 클라우드 펀딩을 하면 어렵지 않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사상 초유의 회비 없는 학회를 창립하게 된 것입니다. 

(2회에 계속)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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