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조경의 역사문화환경 이슈] 역사문화환경의 가치와 역할

최종희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최종희 교수l기사입력2018-12-13

역사문화환경의 가치와 역할



_최종희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역사문화환경의 개념

우리는 역사·문화적 의미를 가진 장소들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역사와 문화적 의미가 결합되어 있는 장소에서 우리들의 삶은 한 데 어우러지게 된다. 내적으로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외적으로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역사문화환경은 문화유산 주변의 자연경관이나 역사·문화적인 가치가 뛰어난 공간으로 문화유산과 함께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주변 경관을 말한다. “땅은 아무 흔적도 없는 백지가 아닌 이상 먼저 살다 간 세대가 남긴 문화유산 위에 덮여서 표현될 수밖에 없다”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한 장소에 다양한 요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누적되어 조화를 이루면 그 경관은 인간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문화전파(Cultural Diffusion), 자연환경에 대한 적응(Adaptation), 사회-정치적 과정(Social-Political Process), 권력 관계(Power Relations)의 산물인 역사문화환경은 시각적으로 인지되는 단순한 표피만이 아니라 그 장소의 역사와 문화, 생활과 생산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총체적인 결합체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문화환경에서의 경관의 흐름

『베니스 헌장(1964)』에서 유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적 중요성을 획득하게 된 역사적 기념물(Historic Monument)’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기념물은 단일 건축 작품뿐만 아니라 특정 문명, 증요한 발전, 혹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발견되는 도시, 전원의 환경을 포함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을 통하여 유산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향후 후손에게 전해주어야 할 자산’으로 정의하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문화유산으로서 본격적인 경관논의의 출발은 『플로렌스 헌장(1982)』에서 나타나는 ‘역사정원(Historic Garden)’의 개념이다. 이후 199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 회의에서 문화유산의 새로운 유형으로서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 개념이 정의되면서 경관에 대한 보존 논의가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 유럽평의회의 『문화경관 지역의 통합적 보존에 관한 권고(1995)』에 따르면, 경관이라 함은 ‘개인이나 사회 그리고 지형적으로 정의된 영토 사이에 일정 기간 동안 존재한 여러 관계들의 표현’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이후 문화경관의 보존과 관련한 국제보존원칙들이 나오는 가운데, 2005년 비엔나 회의에서 결정된 비엔나 보고서에서는 ‘역사도시경관(Historic Urban Landscape)’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국제보존원칙에서 나타난 경관 보존 개념은 1962년 유네스코의 권고안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문화유산으로서 경관의 보존을 다루기 시작한 국제보존원칙은 1982년 역사정원에 관한 헌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문화유산으로서의 경관은 역사정원 개념에서 출발하여 문화경관, 그리고 역사도시경관 개념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역사문화경관과 가치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은 다양한 종류의 역사문화경관이 풍부하게 남아있다. 한국의 역사문화경관은 일반적으로 종교 경관, 민속 경관, 언어 경관, 농촌 경관, 도시 경관 등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역사문화경관들은 개별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 상호 관련성을 가지고 발달하였다. 

한국의 역사마을은 자연풍토를 기반으로 문화와 지역적 특색이 조화를 이루는 가장 한국적인 역사문화경관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역사마을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있다. 마을의 경관은 지리적 여건 및 입지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고유한 자연경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주민들의 주요 생산·경제 활동인 농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다양한 역사문화경관을 갖고 있다.

한국 역사마을의 역사문화경관 가치는 고유성, 조화성, 복합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의 역사마을에는 다양한 인문·사회 경관을 중심으로 표출되는 고유한 마을경관의 원형(original landscape)이 존재한다. 또한 자연경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지만, 자연경관과 인문사회경관이 서로 조화되어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한국 역사마을의 경관은 주민들의 삶의 기억과 흔적의 경과물로서, 문화, 생활, 생산, 그리고 공동체의 원리와 원칙들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역사문화환경과 도시재생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형성된 지역정체성은 관광적, 산업적 측면에서 강력한 마케팅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지역이 지닌 독특한 내력과 특성에 대한 매력이 자연스럽게 관광자원 기반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문화유산을 매개로 하는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은 도시재생의 방법적 도구로서 역사문화경관 자원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특히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다중적·심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지역재생을 개별적인 프로젝트의 진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쉽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 문화적 상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통합적 접근이라고 정의하고, 이러한 틀 안에서 도시재생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쇠퇴한 기성시가지에 대한 경제, 사회,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생활환경의 회생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문화환경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거나 감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지역과 경제를 발달시키고 새로운 산업을 성장시킬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도시·지역 정책의 목표는 이제 더 이상 경제성장 일변도가 아니라 미래의 신성장 동력인 창조성과 혁신, 사회통합과 신뢰의 구축, 효율성과 형평성의 고려, 환경과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등에 있다. 역사·문화 환경을 매개로 도시의 성장을 견인하는 도시재생은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글·사진 _ 최종희 교수  ·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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