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생각, 새로운 공간 요구돼”

조용준 소장, ‘Unflattening landscape architecture’ IFLA서 발제
라펜트l기사입력2021-09-14
스마트 기술이 우리 삶을 바꾸고 있다. 일하고, 의사소통하고, 사교하고, 노는 방식이 달라졌다. 더불어 우리를 둘러싼 생활환경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응하기 위해서 조경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조용준 CA조경 소장이 올해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IFLA WORLD CONGRESS’  ‘Transient Living’ 세션에서 ‘Unflattening landscape architecture’라는 제목으로 지난 19일 발제했다.

조 소장의 발제 제목인 ‘Unflattening’이라는 단어는 닉 수재니스(Nick Sousanis)의 저서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단어로, 새로운 기술 출현으로 변화되는 우리의 삶에서 조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이야기했다.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스마트폰과 조경 

1970년대, 2020년대의 한강의 경관 사진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한강을 찾는다. 피크닉을 즐기고 발을 물에 담근다. 과거와 다른 점을 찾는다면 강변 디자인이 바뀐 것, 그리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탄생한 새로운 문화이다. ‘치맥’ 문화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이전 사람들은 한강공원에서 치킨과 맥주를 마셨다. 공원 근처에 푸드트럭이 있는 해외처럼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패스트푸드가 아닌 꽤 괜찮은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먹고 싶은 음식이 바로 내 앞으로 배달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건강관리도 가능해졌다. 몇 보를 걸었는지, 몇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바로바로 정보를 볼 수 있으니 사람들은 ‘러닝크루’를 만들어 함께 달리기도 한다.

이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스마트폰 배급률 세계 1위이며, 동시에 잘 구축돼 있는 배달체계가 결합돼 공원의 새로운 이용방식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강남 한복판 거리에 서 있는 ‘미디어 폴’은 2009년 서울시과 강남구가 첨단 IT기술을 접목시켜 강남대로만의 거리문화를 조성할 목적으로 80억을 들여 설치했다. 대중교통 안내, 미디어아트 전시 등 유익한 정보와 볼거리는 물론이고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영화 예매도 가능하다. 그러나 온갖 기술의 집합체이인 미디어 폴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미디어 폴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반면 성수동 거리 한 카페 앞에 놓여있는 거울은 인기다. 사람들은 지나다니며 셀카를 찍고 SNS에 업로드한다. 거울 위쪽에 붙은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같이 사진에 담기면서 홍보와 함께 해시태그로 밈이 되기도 한다. 100만 원이 안 되는 설치비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조 소장이 이야기하는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스마트 기술에 의해 바뀌는 우리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기술을 ‘그냥’ 쫒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


골목길을 걷다 만날 수 있는 거울이 사람들에게 인기다.

조용준 소장의 셀카. 거울 위쪽에 붙은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홍보효과를 더한다. / 조용준 제공


콘하스 한남점 / 조용준 제공

조 소장이 설계하고 jj garden studio가 시공한 강릉의 ‘퍼베이드’ 카페는 사진 맛집이다. 인스타그램에 1만 개가 태그됐고, 200만 번 공유됐다. 강릉의 인구는 20만 명에 불과하고, 실제 카페에 다녀간 사람은 그보다 적을 텐데도 말이다.

조 소장은 “우리의 공간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가 된다. 이는 오프라인의 경험이 온라인으로 공유된다는 것이고, 이것이 트렌드이다. 그렇다보니 공간의 콘텐츠가 중요해진다. 단순히 공간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공간 안에 브랜드 이미지와 공간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은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는 공간을 홍보하길 바라며, 사람들은 공간을 소비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조경가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간 장소성을 강조했던 ‘Placemaking’을 해왔다면 이제는 ‘Placeadvertising’, ‘Placeconsuming’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것이 조 소장의 생각이다.


자연과 기술의 하이브리드

미세먼지, 홍수, 탄소저감 등의 해법으로 ‘식물’이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식물만으로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조경가에게 있어 자연, 또는 식물이라는 소재가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 갇혀있어서는 안 된다. 조경가에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새로운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자연과 기술의 결합은 가히 필수적이며, 적절하게 적용돼야 한다.

일례로 MaaS(Mobility as a service)에 의해 변화할 교통체계는 도시의 형태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도로의 경우는 차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이 이후 녹지공간의 중요성이 대두된 만큼 줄어든 차로의 대부분은 선형의 녹지로 변화될 전망이다.

이미 서울시는 녹색교통체계에 의해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사람길숲에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조 소장은 조경가는 이 공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광화문 광장 안과 더불어 10차선의 테헤란로가 4차선으로 줄게 될 경우에 대한 설계 아이디어도 공유했다.


테헤란로의 차도가 줄어듦에 따라 변화될 공간 아이디어 / 조용준 제공


테헤란로의 차도가 줄어듦에 따라 변화될 공간 아이디어 / 조용준 제공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다양한 크기의 프로그램들이 적정 간격으로 섬처럼 연결되고, 업무공간의 1층 로비는 모두에게 열린 공유공간으로 확장되는 안이다. 선형공원 내에는 개인업무와 소규모 미팅을 할 수 있는 정원형 라운지가 생기고,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파빌리온이 이동수단의 보관·수리·구매 및 야외오피스, 위생을 위한 클린룸 등 복합적 기능을 한다. 플라타너스 일색인 거리의 가로수는 다양한 수종으로 변화하고, 중앙차도의 녹지대는 집중호우에 대비하는 저류형 녹지공간으로 대체된다. 옥상에는 녹화와 더불어 드론정류장이 들어서고, 업무공간은 근무환경 변화에 따라 놀이, 운동, 생산, 창고 등 새로운 용도로 이용되는 등 도시의 형태와 이용행태가 변화된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스마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도시가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 앞에서 조경가의 역할은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조경가가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생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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